게임은 만병통치'악'입니다. 지난 21일(수) 보수 종편 TV조선은 이를 다시 증명했습니다. 전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21일 오후 방송된 '뉴스4'은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세력 IS(이슬람국가)에 합류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 군을 첫 꼭지로 다뤘습니다. 2명의 전문가(월간조선 편집장, 문화일보 논설위원)와 함께 10분 가까이 논의됐습니다.
그 논의 속에 '아니나 다를까'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김 군이 IS에 향하게 된 이유로 반복적으로 거론됐죠. 물론 '당연히' 김 군이 어떤 게임을, 얼마나 했는지 같은 근거는 없었습니다.
최병묵 월간조선 편집장은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김 모군 같은 경우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나서, 어떻게 보면 학업 부적응자거든요. 학업 부적응자가 사실은 그 때 무언가 심리적인 안정 같을 것들을 다른 일을 통해 찾아줘야 되는데 그걸 찾아주지 못 하면서, 본인이 혼자 앉아서 컴퓨터 게임이나 컴퓨터만 자꾸 만지다 보니까, 거기서 어떤 유혹이 들어오니까, 그 유혹에 쉽게 무너져 버린 거라구요.
앵커인 엄성섭 TV조선 정치부 차장은 이렇게 받았습니다.
은둔형 외톨이로 살다보니까, 현실세계와 잘 구분을 하지 못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매일 게임만 하고 이러다 보면.."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도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IT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사실 IT라는 게 청소년에게 게임으로 나타나고 있잖습니까. 뭐 게임 중독자들도 굉장히 많은 것 같고.
이 내용을 다룬 TV조선 인터넷 사이트는 앵커와 전문가의 논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해 제목을 잘 뽑았습니다.
[뉴스 4] 실종 김군, 게임에 빠져 현실세계와 혼동?
오래 전부터 애용돼 온 '게임과 현실의 혼동' 테마가 또 등장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날 방송 어디에도 김 군이 어떤 게임을, 얼마나 했는지에 대한 근거는 전혀 없었습니다. 진짜 혼동을 누가 하고 있는지 굳이 따지고 싶지 않네요.
참고로, 이 뉴스에서는 누구도 김 군이 남긴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나는 IS를 좋아한다" 같은 '근거 있는' 내용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페미니스트 증오와 관련돼,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특정 사이트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가 6년째 OECD 국가 중 청소년 행복지수 꼴찌라는 사실이 언급될 리는 더더욱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