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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게임과 자살, 그리고 오죽하면...

5월 게임을 둘러싼 언론보도의 '생각자살'

임상훈(시몬) 2015-05-28 00:09:51

기사, 오죽하면... 내가 이런 글을 쓸까 싶다.

 

  

5월 24일 연합뉴스에 나온 기사의 제목이다. 어떻게 읽히나? 

 

전국 교사들이 합숙하면서 해법을 모색할 정도로, 게임이 문제라고 읽힌다. 게임에 반감을 가진 이들은 혀를 끌끌 차며, 평소 가져왔던 생각을 더 굳게 가질 것이다. '그럼 그렇지...' 

 

그런데, 기사 내용은 전혀 다르다. 일부 인용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오는 6월 8일부터 올해 말까지 전국의 초·중·고 교사와 전문 상담사 등을 대상으로 '게임 리터러시를 통한 건전 게임문화 직문연수'를 한다고 24일 밝혔다.

 

'게임 리터러시'(game literacy)란 게임이 갖는 미디어로서의 의미를 받아들이고, 게임을 통해 스스로 창의적으로 의미를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번 연수는 현장 교사들이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게임의 장점과 긍정적인 측면을 이해하도록 도와 학생들과의 소통의 기회를 넓히는 것이 목표다. 

 

내용은 제목과 정반대다. 기자가 제목을 직접 썼는지, 아니면 데스크가 바꾸었는지는 모르겠다. 제대로 제목을 썼다면, '오죽하면'이 아니라, '이제서야'가 맞다.

 

'이제서야' 대신 '오죽하게'가 나온 것은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1) 의도적으로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서거나, (2) 무의식적으로 평소 가져왔던 게임에 대한 반감이 반영됐거나.

 

그런 반감이 쌓이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기사들이 평소에 나오기 때문이다. 

 

 

5월 23일 YTN 과학 섹션에 나왔던 기사의 제목이다. 어떤 생각이 드나?

 

게임을 많이 하면 자살할 생각을 더 하게 되고,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읽힌다. 끔찍한 이야기다.

 

기사 내용을 일부 인용한다. 

 

인제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5개 대학병원 공동 연구팀이 성인 6,000여 명을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매주 30시간 이상 (온라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35%가 자살생각을 하고, 18%는 자살계획을 세운 경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0시간 미만 게임을 하는 사람보다 정신건강이 훨씬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대학병원의 조사 결과다. 반박할 여지가 없는 정론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게임↑ ⇒ 자살생각↑]이라는 인과관계가 맞을까?

 

나는 반대로 읽는다. 게임을 해서 자살 생각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사회에 좌절했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소외를 느낀 사람들이 피난처로 게임을 찾았다고 보는 게 더 그럴 듯하지 않을까? 

 

과다한 게임 몰입은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억지 논리가 사회적으로 더 위험하다. 나는 '자살생각'을 '생각자살'로 읽었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생각 없이) 자동반사적으로 '게임'을 호출해댄다. 아래처럼.

 


 

5월 13일 동아일보 계열의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뉴스토크쇼 ‘쾌도난마’의 화면이다. 또 게임은 호출됐다. 

(지난 1월 조선일보 계열의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김군의 IS(이슬람국가)에 합류를 게임 탓으로 몰았다.)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한 이유가 심각하게 게임에 몰입한 상태와 우울증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현역시절 '관심병사'로 분류되었다는 과거도 덧붙였다. 개인의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사태의 원인으로 몰아갔다. 

 

위에 나왔던 '게임을 많이 하면 자살 생각이 늘어난다'는 병원 조사결과와 들어맞는다. 일류 병원의 조사와 실제 벌어진 사건은 함께 게임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자살한 최 씨의 유서(아래)는 무시된다. 유서를 읽으면, 게임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음이 명백하다. 그를 괴롭혔던 군생활, 또는 그런 괴롭힘이 버젓이 용인되는 사회가 문제였다. 그런 것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엉뚱한 게임만 타박하는 언론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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