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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접칼럼] 15년 만의 게임법 전면개정, 그래서 어쩌라고?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임상훈(시몬) 2020-02-20 17:32:38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 전면 개정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붇였습니다. 2월 18일 토론회(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처음으로 개정 시안(☜ 개정안 보러가기)을 공개했죠. 그래서 이런저런 기사들은 쏟아져 나오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전문적 용어와 파편적인 내용,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법 없이도 살’ 많은 이들에게는 관심 밖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게임법은 게임사는 물론 게임인, 게이머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우리는 법 안에서 게임을 만들고, 유통하고, 플레이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말도 있잖아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루돌프 본 예링)

 

그래서 디스이즈게임은 게임법이 왜 중요하며, 현재 어떤 상황이고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콘텐츠를 준비했습니다. 뭐가 뭔지 독자가 묻고, 디스이즈게임이 답하는 형식입니다.

 

 


 

중요하다고 하는데, 게임법이 왜 그렇게 중요한데?

 

다른 게임의 영상 갖다 썼거나, 콘텐츠와 무관하게 선정적인 일부 중국 게임의 허위 광고를 보고 화가 나지 않으셨는지요? 비판하는 기사도 많이 나왔는데,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광고 효과에 비해 법에 규정된 제재가 가벼워서 그런 거죠.

 

아마추어가 만든 무료 게임까지 등급 심의를 받아야 했던 속상한 사연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공무원들 욕 많이 먹었습니다. 답답했겠죠. 본인들도 납득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도 어떡합니까. ‘모든 게임은 심의를 받는다’고 법에 쓰여 있었으니.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없던 시절 혹시 기억나세요?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을 서비스하는 건 불법이었기 때문이죠. 약 1년 뒤 게임산업법 개정되며 게임 카테고리가 생겼죠. 그 사이 한국 게임업계는 모바일게임 변환기의 세계적인 흐름에 멀찍히 뒤쳐졌습니다.

 

이 밖에도 게임사와 게이머와 관련된 법률 내용은 많습니다. 고상하게 이야기하면, 진흥과 지원, 규제와 관리의 근거는 모두 법률에 적혀 있습니다. 게임사는 법률을 지키며 활동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 기관인 콘텐츠진흥원 모두 법률에 따라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밖에 없죠. 

 

 

 

그래, 중요한 건 알겠어. 그런데 왜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는 거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이라는 제목부터 구리지 않으신지요? 14년 전 법을 만들 때의 맥락이 있겠지만, ‘산업만' 진흥한다는 느낌을 풍기잖아요. 

 

게임산업법은 2006년 4월 28일 제정됐습니다. <제라>, <그라나도 에스파다>, <썬>... 법안이 만들어지던 당시 제작 중이던 게임입니다. <카트라이더>는 중국에서 동시 접속자 50만을 넘겼고, <서든어택>을 잡기 위해 중국 게임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온라인게임 전성 시대였죠. 

 

플랫폼 스팀은 걸음마였고, 국내 이용자는 극히 소수였습니다. 아이폰은 세상에 나오기도 전이었습니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이나 모바일 플랫폼에 관한 법 조항을 만들 필요가 없었죠.

 

게다가 제정 이후 ‘바다이야기 사태’가 본격적으로 터졌습니다. 부랴부랴 규제 관련 규제 법안이 추가됐죠. 이후에도 급변하던 게임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고쳐쓰며 지금까지 버텨왔습니다. 

 

여름옷을 아무리 기워도 겨울에 입기 곤란합니다. 국내 온라인게임 전성기에 만들어졌던 법의 틀을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유저 불만이 역대급으로 높고, 변화의 속도와 폭이 급격한 시절에 고쳐쓰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새 집을 지으려는 거겠죠.

 

▲ 2006년 당시, 사회적으로 큰 문제였던 '바다 이야기'

 

 

그래서 달라지는 건 도대체 뭔데?

 

개정안을 통해 ‘추가’되거나 ‘근거가 마련’될 주요 사항을 추려봤습니다. 

 

- 확률형 아이템 개념 조항 신설

- 게임 광고 규제 조항 신설

- 비영리 목적 게임의 등급분류 제외 

- 외국 게임의 국내 대리인제 신설

- 게임문화의 날 지정

- 게임산업 실태조사

-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사후관리 역할 강화

- 게임진흥원 신설

- 게임산업 협의체 구성

- 게임산업 진흥단지 조성

 

이 밖에도 많습니다.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은 이 글의 성격과 맞지 않으므로, 주요 내용은 별도의 콘텐츠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진짜 그렇게 되는 것임?

 

아닙니다. 갈 길이 아주 멉니다. 문체부와 순천향대 연구진은 이번에 초안을 공개한 겁니다. 6개월 동안 문체부의 용역을 맡아 개정안을 마련한 연구진은 최후나 최종이 아닌 “논의의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들의 비유에 따르면, 현재는 씨를 뿌리고 새싹이 난 상태이며 나무가 자라 과일(최종안)을 맺기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합니다. 이후 많은 논의를 거칠 예정입니다.

 

게다나 ‘전면 개정’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2008년 문체부 주도로 전부개정안을 추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관련자들은 그 이후 전면적인 개정을 추진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게임이 그렇게 신경써야 할 대상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지난해 1월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청와대에 게임회사 대표 두 명이 초대됐습니다. 2월에 유니콘 기업으로 그중 한 명이 청와대에 다시 초대됐죠. 6월 대통령 북유럽 순방에도 게임업계 인사들이 비행기를 함께 탔습니다. 게임사업법은 노무현 정부 때 신설됐습니다. 전부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되고 있습니다. 게임법 전면개정 추진은 큰 맥락에서 나름 힘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지난 6월 북유럽 순방 중 <서너머즈 워> e스포츠 경기를 관람 중인 문 대통령 (출처: 청와대)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데?

 

문체부 관계자는 “확정된 로드맵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상식적인 프로세스는 있죠. 토론회를 통해 쟁점이 되는 부분들이 여럿 나왔습니다. 논리적 모순이나 부작용이 발생이 우려되는 부분, 명확성에 문제가 있는 부분 등이 언급됐죠. (관련 내용은 디스이즈게임에서 별도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문체부 주도로 주요 논쟁 내용이 분류되면, 관련 전문가들이 소규모로 모여 논의해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체부 주도로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은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도 필요한 절차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국회에 보내기 전 단계의 업데이트 버전이 나오겠죠.

 

이후 공청회 또는 토론회 등을 통해 그 내용이 공개되고, 큰 이슈가 없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법률안을 제출합니다. 이 내용은 국회 소관 상위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내용 심사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자구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어디서 어떤 걸림돌 혹은 도약돌이 튀어나올지 모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본회의에서 표결에 들어갈 수 있죠.

 

4월 총선이 있습니다. 미래통합당 등 보수 야당이 다수당이 되면 개정안이 통과될 확률이 더 떨어집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전면개정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뭘 할 수 있는데?

 

목소리를 내주세요.

 

게임법 개정안은 공개돼 있습니다. 복잡하다고, 나랑 상관 없다고 무시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초안이 공개되자 게임산업협회는 특정 조항에 반대한다고 바로 발표했습니다. 언론은 적극 보도했습니다. 첫 피드백이었으니까요. 

 

앞으로도 각종 이익단체 등이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쟁점에 대해 논의하는 전문가들에게도 판단과 논리의 근거를 주려고, 즉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하겠죠.

 

앞서 언급했듯, 귄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합니다. 게이머와 게임인로서 '그들의 게임법'이 아닌, '우리의 게임법'을 만드려면 적극적인 관심과 의견 표출이 필요합니다.   

 

디스이즈게임이 그 목소리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게임법 전부개정안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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