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밝힌 것처럼, <e풋볼>은 <월드사커 위닝일레븐(PES, 이하 위닝일레븐)>과 완전 다른 모습이다. 코나미는 <위닝일레븐>이라는 큰 브랜드를 사실상 버렸다. 하지만 코나미가 이런 결심을 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축구게임 시장은 EA <피파(FIFA)> 시리즈의 독식체계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코나미의 <위닝일레븐>과 EA <피파>가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점유율을 놓고 패권을 다퉈왔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양강 체제는 무너졌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위닝일레븐>의 인기는 <피파>보다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EA가 개리 패터슨을 영입하며 '최고의 시리즈'라 불리는 <피파 08>을 선보이며 판도가 뒤집히기 시작했다. 이후 <피파>는 엔진 및 모드 강화, 방대한 양의 라이선스를 확보하며 지금까지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나미가 지난 6월 말 새로운 축구게임의 온라인 퍼포먼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명이 좀 특이하다. 'New Football Game Online Performance Test'. 새로운 축구게임이라... 혹시, <위닝일레븐>을 버린 걸까?라는 말은 이때부터 나왔다.
예상하기엔 이미 판세가 기울어진 <피파>와 <위닝일레븐>의 브랜드 전쟁에서 더이상 승산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테스트 명칭처럼 '새로운 축구 게임'의 브랜드 <e풋볼(eFootball)>가 밝혀졌다. 그들은 게임에 대해 '새로운 축구 시뮬레이션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다소 평범한 느낌의 제목이지만, <e풋볼>은 ▲ 무료 서비스(프리 투 플레이), ▲ 언리얼 엔진4 기반의 커스텀 엔진 적용, ▲ 연간 유료버전 출시 대신 정기적인 업데이트 적용, ▲ PC와 콘솔 외 모바일 플랫폼으로 제공을 특징으로 한다.
코나미는 이제 1995년부터 26년째 매년 시리즈를 선보였던 틀, 그리고 <위닝일레븐>이라는 이름을 버렸다. 게임 자체는 아직 <위닝일레븐>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확인하기 힘들다. 다만, 가장 큰 차이점은 풀 프라이스 패키지 방식이 아닌 '무료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비지니스 모델의 변경'이 눈에 띈다.
전 플랫폼 크로스 매칭, 팀 빌딩 모드까지. 모든 것은 '무료 서비스'로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다. 그렇다면, 코나미는 왜 무료 서비스로 전환한 것일까. 아마도 코나미는 기존 <위닝일레븐>의 체계로는 <피파> 시리즈와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고, 그대로 가져가기엔 고민할 부분이 너무나 많았기에 새로운 IP를 선택하기로 했다고 짐작된다.
코나미에게 <위닝일레븐>이라는 이름은 자존심과도 같다. 2000년대 초반까지 소위 '축구게임의 황금시대'를 맞이하게 해준 브랜드기 때문이다. <위닝일레븐> 6부터 10까지는 '시리즈 전성기'라 꼽히기도 했다
<위닝일레븐>은 일본식으로 말하면 '격(格)'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다. 가볍게 할 수 있는 IP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무료 게임으로의 전환이라는 부분은 자존심 이전에 브랜드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했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축구 게임을 들고나온 것일 테고.
<위닝일레븐 10(PES 6>는 시리즈 최고로 평가 받기도 했다. 판매량으로 <피파>를 압도하기도 했다.
어떤 회사든 대대적인 변화 전에는 나름의 치열한 고민이 선행된다. 그럴법한 이유가 있었을 거란 얘기다. 코나미의 이러한 시도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방식에 도전하기 위해선 기존 브랜드 가치를 해치지 않고, 새로운 브랜드로 시도해보는 것이 낫다고 봤을 것이다.
코나미는 무료 서비스, 그리고 여러 플랫폼으로 흩어진 유저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모바일-PC-콘솔 크로스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저변을 넓혀가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매출구조를 위해선 EA의 <피파> 시리즈 선례도 어느 정도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피파온라인> 시리즈를 통해, 그리고 <피파>가 '얼티메이트 팀' 모드로 현재까지 높은 부가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보며 적지 않은 자극을 받았을 것이라고 본다.
<피파 09>에서 DLC로 추가된 얼티메이트 팀'은 EA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코나미 입장에서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구체적인 시스템을 파악할 순 없지만 로드맵에 있는 '팀빌딩 모드'는 선수 영입을 통해 벌이는 온라인 모드로 보인다. <피파>의 얼티메이트 팀과 같은 것으로, 무료로 플레이하는 대신 선수 영입을 위한 부분 유료화식 수익구조를 가져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위닝일레븐>은 그간 큰 변화가 없어 많은 비판 받았지만, <e픗볼 PES 2021 시즌 업데이트>를 통해 변화를 꾀했다. 전작과 동일한 시스템이어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업데이트 개념을 도입하며 현재 <e풋볼>의 개념을 빌드업했다.
코나미는 치열한 축구게임 양강구도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이제는 온라인 게임 개념으로 바뀌어서 <피파> 패키지 버전과 비교가 애매해진 정도지만, 코나미는 다른 방식으로 자사 축구게임의 명맥을 잇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코나미의 축구게임은 <위닝일레븐>이 아니라 <e풋볼>이다.
얼마나 시리즈를 이어갈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코나미는 <위닝일레븐>에 준하는 명성을 얻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할 것이다. 결심만큼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도 제법 기대된다.
<e풋볼>의 모습을 볼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 게임은 올가을 PC와 콘솔로 출시한다. 과연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 <e풋볼>은 흥행을 거둘 수 있을까.
설마 엔진만 교체하고 비지니스 모델을 변경한 <위닝일레븐>의 모습은 아닐까? 라이선스 계약은 어떻게 할까? 많은 궁금증이 들지만 일단 내려놓고 <e풋볼>의 행보를 지켜보자. <피파>의 독주 시대인 지금 다시 라이벌로서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