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모드의 저작권은 누가 가질까? 게임사일까? 모더일까? 아니면 저작권 개념이 없는 우리 모두의 소유일까?
2021년 6월경 시작된 '넥서스모드' 사태가 심상치 않다. 게임 모드 업로드 사이트 넥서스모드가 여러 모드를 한꺼번에 다운받을 수 있는 '컬렉션' 시스템을 준비하면서 "이제 넥서스모드에 업로드된 게임 모드는 삭제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하자 모더들이 자신의 모드를 삭제하는 등 거센 반발이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모더의 가장 큰 불만은 "넥서스모드가 유저 모드를 사유화해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모드 간 호환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당 규정을 신설했다 하더라도, 업로드 당사자가 마음대로 파일을 삭제할 수 없다는 논란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다시 게임 모드의 저작권은 누구의 소유인지에 대한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모드는 누구의 것일까? 왜 이렇게 모드와 관련한 저작권 논란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걸까?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출처 : 베데스다)
#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먼저,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게임 모드의 저작권은 해당 게임사가 가지고 있다.
모드로 유명한 게임 <엘더 스크롤: 스카이림>이나 <폴아웃 4>를 개발한 회사 '베데스다'의 '크리에이션 킷' 최종 라이센스 계약을 보면 명백하다. 크리에이션 킷은 게임 내에 모드를 구현할 수 있도록 베데스다에서 무료로 공개한 개발 도구다. 해당 프로그램의 라이센스 계약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If You distribute or otherwise make available New Materials, You automatically grant to Bethesda Softworks the irrevocable, perpetual, royalty free, sublicensable right and license under all applicable copyrights and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laws to use, reproduce, modify, adapt, perform, display, distribute and otherwise exploit and/or dispose of the New Materials (or any part of the New Materials) in any way Bethesda Softworks, or its respective designee(s), sees fit.
귀하가 이 에디터로 제작한 모드를 배포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제공할 경우, 귀하는 관련 저작권 및 지적재산권에 따라, 베데스다 소프트웍스 혹은 해당 법인 소속 피지명자가 판단하기에 적합한 방법에 의거,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에 자동적으로 모드 혹은 그 일부를 사용, 복제, 수정, 응용, 공연, 전시, 배포 혹은 기타 방법으로 활용, 배치할 수 있는 취소할 수 없으며, 영구적이며, 2차 라이센싱을 가능케 하는, 무상의 권한 및 라이선스권을 양도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베데스다와의 협의 없이 모드를 사용한 수익 창출도 금지되어 있다.
Except as set forth in Section 5 below, You may not cause or permit the sale or other commercial distribution or commercial exploitation (e.g., by renting, licensing, sublicensing, leasing, disseminating, uploading, downloading, transmitting, whether on a pay-per-play basis or otherwise) of any New Materials without the express prior written consent of an authorized representative of Bethesda Softworks.
아래 5항에 명시된 경우를 제외하고, 귀하의 어떠한 모드도 베데스다 혹은 그 대리권을 가진 대리인의 허가 없이 판매하거나, 판매를 허용하거나, 상업적인 용도로 배포하거나, 이용하는 행위가 허용되지 않습니다(예시: 임대, 라이센스 부여, 2차 라이센스, 대여, 배포, 업로드, 다운로드, 전송 등 이용하기 위해선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조성하는 경우).
This includes distributing New Materials as part of any compilation You and/or other Product users may create.
여기에는 귀하, 혹은 다른 사용자가 제작해 모드를 배포하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게임 모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후원 사이트 '패트리온' 등 여러 커뮤니티에서 모더가 모금을 받아 게임 모드를 개발하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봤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는 수익 창출로 볼 수 있다. 위 조항에 어긋날 수 있는 문제. 왜 게임사는 이런 모습을 묵인할까?
# 왜 묵인되었는가?
먼저 게임사에서 모드 툴을 공식적으로 공개해 유저 모드를 장려하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비상업적 행위로서의 모딩이 게임의 홍보나 판매 등에 유익하다고 판단되니 기업 입장에서도 모드 개발 및 배포를 허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카이림>이나 <폴아웃>의 모드 역사가 길어지면서,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나 밸런스를 크게 바꾸고, DLC에 준하는 신규 지역을 추가하는 모드가 나오는 등 모딩의 규모도 매우 커졌다.
<폴아웃 4>에 신규 지역 '마이애미'를 추가하는 모드 <폴아웃 마이애미>. 이런 대규모 모드는 수많은 모더의 노력이 들어간다. 현재 개발 중 (출처 : 폴아웃 마이애미 공식 블로그)
모드에 대한 꾸준한 사후 지원도 중요해졌다. 게임이 업데이트될 경우, 이에 맞추어 모드를 같이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해당 모드가 사용 불능이 되기 때문. 단순히 모드를 만들어 사이트에 업로드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덕분에 일부 유명 모더들이 생업이나 너무나 커진 프로젝트 등 여러 이유로 모딩을 관두는 경우가 발생했고, 이를 방지하고자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모더에게 후원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현재 모딩 문화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돈을 낼 테니, 계속 양질의 모드를 만들어 주세요"라는 것.
양지에서 활동하는 모더의 경우 이러한 수익 창출은 대개 '기부'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유명 모더는 대부분 후원 페이지를 통해 "모드 배포는 무료로, 모두에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부나 후원을 한다고 해서 무언가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모더들의 모드는 누구나 손쉽게 다운받을 수 있다.
'비공식 스카이림 패치'를 만든 유명 모더 'Arthmoor'의 패트리온. 패트리온 후원을 통해 모드를 유료로 공개하거나, 먼저 모드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등 기부의 개념을 벗어난 수익 창출은 절대 없다고 못박고 있다 (출처 : 패트리온)
다만, 이를 악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더도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패트리온 후원을 하지 않으면 모드를 다운받을 수 없도록 만들고, 후원자들도 모드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엄격히 단속하는 것. 이 경우에는 겉 모습만 '후원'일 뿐 사실상 '유료 판매'라고 볼 수 있다.
차라리 크리에이션 킷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사용해 에셋, 모델링 등 모든 요소를 순수한 창작으로 만들어낸다면 그나마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 허나 다른 게임의 모델링이나, 다른 모더의 모드를 활용해 모드를 만들어냈음에도 불구, 이를 유료로 판매하는 모더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스카이림>의 'Enhanced Character Edit'(ECE)와 관련한 논란이다. 해당 모드는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지원을 통해 캐릭터를 다양하게 꾸밀 수 있도록 해주는 무료 모드인데, 해당 모드로 만든 커스터마이징 프리셋을 값비싼 금액으로 판매하는 모더가 일부 있었다. 결국, 원작자 'tktk'는 "커스터마이징 데이터를 유료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커뮤니티의 건전한 번영을 위한 조치다. 협조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tktk의 트윗. tktk는 'ECE', '얼티메이트 컴뱃' 등 유명 <스카이림> 모드를 제작해 온 일본인 모더다. tktk의 모드는 전부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 (출처 : 트위터)
위에서 언급한 '넥서스모드' 사태도 이와 유사하다. 모딩 환경 구축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에게 합본 팩을 제공한다는 것은 언뜻 보면 유저 친화적으로 보이나, 기본적으로 넥서스모드는 프리미엄 멤버십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이트인 만큼 "유저가 만든 모드를 사용해 사이트가 돈을 버는 행위"로 볼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
현재 넥서스모드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림>의 크고 다양한 버그를 수정해 주기로 유명한 '스카이림 비공식 유저 패치'의 제작자도 넥서스모드에서 자신의 모드를 삭제할 것이라 발표했다. 특히 수많은 모드가 해당 모드를 '선행 모드'로 요구하고 있어 적잖은 파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선행 모드가 없다면, 선행 모드를 필요로 하는 다른 모드도 사용할 수 없다. 이처럼 <스카이림>이나 <폴아웃> 등 많은 모드는 서로 거미줄처렴 얽혀 있다. 만약 게임사가 모더의 자유로운 2차 창작 및 수익 창출 권리를 인정하면 오히려 더욱 큰 싸움이 발생해 모드 커뮤니티가 분열될 수 있을 정도다.
자신의 모드를 넥서스에서 삭제할 것이라고 밝힌 '비공식 스카이림 패치'의 모더 (출처 : 넥서스모드)
이에 개발사 측에서도 저작권을 이유로 지속적인 모드 개발을 위한 기부를 막는 대신, 모드를 유료로 판매하고 모더에게 수익이 일부 돌아가게 함으로써 모딩을 장려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2015년 발생했던 '스팀 모드 유료화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밸브와 베데스다는 <스카이림>의 모드를 올리고 공유할 수 있는 '스팀 창작마당'에 자신이 제작한 모드를 유료로 판매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모드 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모드 개발자가 25%, 스팀에서 30%, 베데스다가 45%를 가져갔다.
하지만 유저 선의로 돌아가던 게임 모딩 문화를 통해 게임사가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는 커뮤니티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고, 모더가 '팔릴 만한' 모드에만 열을 올리거나, 다른 모드를 활용한 모드의 유료화 문제 등 다양한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나흘 만에 밸브는 해당 시스템을 철회하고 모드 구매에 사용된 비용을 전액 환불했다. 베데스다와 스팀의 이미지도 덩달아 나빠졌다.
모드를 통해 수익 창출을 하려다가, 오히려 게임사, 모더, 유저 모두가 피해를 보는 형국이다.
이후 베데스다는 유저 의견을 일부 받아들인 '크리에이션 클럽'을 2017년 론칭했으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출처 : 유튜브)
# 자생적 환경 구축하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중요하다
이처럼 모드를 둘러싼 저작권 논란은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요소가 얽혀 들어가 있기 때문.
저작권을 이유로 모드를 대대적으로 단속해 모딩 환경을 무너트린다면 게임사 입장에서도 손해다. 하지만 현재 모딩 환경에서는 개발사의 묵인을 악용해 저작권을 위반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악성 모더도 끊임없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위법적인 수익 창출은 모드 커뮤니티를 분열시킬 수 있으며, 커뮤니티가 분열되면 모드를 사용하는 유저 입장에서도 피해를 본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게임사, 유저, 모더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모두에게 열린 모딩 환경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게임사는 모더와 유저가 모딩 환경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열어주고, 모더는 이를 악용해 위법적인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 유저는 자발적인 후원 정도만 해주는 선에서 그치는 것.
게임 모드는 지금까지 게임 업계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어 왔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도타> 등 많은 유명 게임들이 '게임 모드'에서 출발해 현재 위치까지 올랐으며, <스카이림>의 퀘스트 모드였던 <포가튼 시티>도 스탠드얼론 게임으로 개발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또 다른 퀘스트 모드 <팔스카알>을 개발한 모더는 '번지 소프트웨어'에 공식 스카웃됐다. 이렇게 모더들이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자유로운 모딩 환경이 유지되기 위해선 모두의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스카이림>의 모드로 출발해, 스탠드얼론 게임으로까지 개발된 <포가튼 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