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취재원으로부터 '이번에는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강제적 셧다운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모습을 두눈으로 생중계로 지켜보니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자는 셧다운제가 한국에만 있는 후진적인 정책으로 폐지가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셧다운제가 처음 시행되던 시점부터 적용 연령이 아니었고, PC 온라인게임의 중요도는 전에 비해 낮아졌지만 말이죠. 기사를 써서 밥을 벌어먹기 전부터 '그래도 셧다운제는 뭔가 아니야'라는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전 국회에서도 셧다운제를 없애자는 이야기는 종종 나왔지만,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여론이 움텄고 속도감있게 제도 폐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게이머 여러분이 <마인크래프트> 청소년 이용 불가 사태에 분노하지 않았더라면, 이뤄낼 수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이런 목소리를 경청하며 정치권에서 힘을 실어주었고요.
그런데 기자를 아프게 하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문자 그대로 옮겨드리겠습니다. '잼민이들 들어오겠누'.
이해는 합니다. 기자는 <롤>에서 만년 브론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만, 제대로 하는 거 하나 없으면서 욕만 쓰고 징징거리는 플레이어를 만나면 아주 열받는다는 사실 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꼭 16세 미만의 청소년일까요? 순대국밥에 소주 한 잔 때리고 졸린 눈으로 게임하는 30대 아저씨는 아닐까요?
게임에서 실력, 개념은 연령과 큰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는 아직도 가끔 게임에서 유치한 짓을 합니다. 그래도 어려서 문제라고요? 동체시력에 노화가 찾아와 저 멀리서 꾸물꾸물 날아오는 이즈리얼의 궁극기를 보고도 못 막는 슬픔이 머지 않아 당신을 찾아올 겁니다. 예전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한 선배가 "그게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때가 온단다"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모두 늙습니다.
어차피 셧다운제도 폐지됐으니, 그냥 만나서 게임하면 안 될까요? 우리 모두 어린 게이머 시절을 겪지 않았나요? 무엇 때문에 그들과 매칭되는 게 꺼려지는지 압니다만, 어차피 제대로 하는 분들은 부모님의 명의를 도용해서 게임을 즐겨왔을 것입니다. 기자도 아빠 '민번'으로 ID 뚫어서 게임했던 '놀토의 초글링'이었거든요.
게이머들 마음 속에 '노키즈존'을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를 비하하는 뜻이 담긴 '잼민이' 표현도 가급적 자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