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내 메이저 신문 한 면에 게임산업과 관련된 큰 기사가 나왔습니다. 각종 국내외 규제 때문에 게임산업의 위기감이 커진다는 내용이 뼈대였죠.
게임생태계에는 꽤 우호적인 기사였습니다. 기사를 좋아할 게임업체도 꽤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기사 리드(Lead, 첫머리)가 이렇습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국내 주요 게임 업체들이 게임과 관련된 각종 대내외 규제에 직격타를 맞으면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급격히 위축되는 근거로 올해 3분기 엔씨와 넷마블의 매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60% 떨어질 것이라는 업체의 예측을 들었습니다.
숨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는 '규제'가 이러한 산업 위축을 야기했다는 게 논리의 흐름입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장애 질병 코드 등재 여부
-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가능성
- 중국 정부의 한국 게임 규제와 게임산업 규제 강화
그런데, 정말 이게 맞을까요? 지난해 3분기 매출이 올해 같은 기간 40~60% 줄어들었다면, 지난 1년 사이에 새로 생긴 규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게임 장애 질병 코드는 심각한 이슈이기는 하지만, 아직 등재되지도 않았습니다. 3분기 게임 매출액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혹시 독자분 중에서 이 이슈 때문에 게임에 돈 덜 쓴 분 계시다면 제 생각이 잘못된 거겠지만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강화된 규제나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역시 미래의 가능성일 뿐입니다. 지난 1년간 매출 하락에 영향을 미친 근거로 삼기 힘듭니다.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 판호를 내주지 않은 것은 지난해 3월 이후입니다. 따라서 지난해 3분기(7~10월)와 올해 3분기 매출은 모두 그 영향을 받고 있는 매출입니다. 지난해 11월 이후 갑자기 판호 정지의 영향을 더 받았다고 보는 건 이상합니다.
저는 세계보건기구나 보건복지부의 행태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의 기조에 대체적으로 동의합니다. 정부가 좀더 전향적으로 게임 산업을 육성해야 된다는 이야기도에도 수긍합니다.
하지만, 메이저 업체의 매출액 하락을 규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근거가 허술해 규제론자의 되치기를 당하기 십상입니다.
만약에 게임 전문가라는 사람이 기자에게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줬다면 그는 이해관계에 따라 전문가 행세를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면서 전문가 행세를 하는 사람이거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