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롤드컵 본선에 진출한 LCK 팀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내부 육성을 통해 성장한 선수가 주전으로 활약했다는 점이죠. 담원 기아의 '쇼메이커' 허수와 젠지의 '라이프' 김정민, 한화생명e스포츠의 '윌러' 김정현, '뷔스타' 오효성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T1 역시 '칸나' 김창동, '오너' 문현준, '구마유시' 이민형 등 육성 선수들의 활약 속에 롤드컵 4강이라는 성과를 거뒀고요.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명확합니다. '특급 선수를 영입하는 것만큼이나 좋은 유망주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죠. 실제로, 현재 LCK에서는 담원 기아, T1, 젠지, 한화생명e스포츠 뿐만 아니라 농심 레드포스와 리브 샌드박스 등 다수의 팀이 유망주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유망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 디스이즈게임이 아주 특별한 '유망주 스카우팅 리포트'를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스카우팅 리포트를 통해 한화생명e스포츠의 윌러를 지목한 바 있는 서준호 필자의 노트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을까요? 전·현직 아카데미 팀 코치들의 조언을 받아 제작한 고퀄리티 스카우팅 리포트를 지금 공개합니다! / 서준호 필자(index), 편집=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기사에 표기된 순위는 전·현직 아카데미 코치들이 직접 매긴 순위의 평균치에 해당하며,
솔로랭크 데이터는 11.14 패치를 기준으로 합니다.
선수별 코멘트는 아래 이미지에 표기된 코치들과, 익명을 요구한 코치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합니다.
DRX 아카데미를 떠나 아마추어 팀 코노스(CONUS)에서 활약 중인 '데키' 홍동혁은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높은 솔랭 점수를 유지하고 있는 선수입니다. 지난 스카우팅 리포트에서는 02년생이라는 한계로 인해 15위까지 밀려났지만, 이번에는 당당히 탑 라인 1위에 이름을 올렸죠.
코치분들의 평가에 따르면 데키의 실력은 아카데미 시리즈 선수 중 최고라고 합니다. 비록 팀 게임에서는 솔로랭크만큼 활약하진 못하지만, 실력만 놓고 보면 충분히 정상급 선수로 분류할 만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죠. 어쩌면 머지않아 챌린저스 등 실전 무대에서 활약하는 데키를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KT의 '퍼펙트' 이승민은 비록 대회 경험은 부족하지만,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솔로랭크에서 좋은 폼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04년생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 솔로랭크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죠.
최근 펼쳐진 솔로랭크 25경기 기준, 평균 15분 골드 차이(620)와 CS 차이(+10.4) 등에서 좋은 지표를 기록했다는 점도 포인트입니다. 퍼펙트가 챌린저 탑 라이너들의 평균 데스(5.37)보다 훨씬 낮은 수치(2.96)를 기록한 부분도 눈에 띄네요.
다음은 2021 KEG 3위를 끝으로 해산한 FOX B의 마지막 유산, '오수' 김승한입니다.
오수를 오랫동안 지도한 '얼그레이' 최진호 코치는 오수에 대해 "실력은 물론이고 프로의식도 뛰어난 선수다. 특히 끈질기게 버티는 능력이 수준급"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라인전에서 다소 말리더라도 어떻게든 버텨서 이를 극복하는 성향이 좋은 평가로 이어진 듯하네요.
쉐도우 배틀리카의 정글러 '함박' 함유진은 넓은 챔피언 폭을 바탕으로 어떤 메타에서도 힘을 잃지 않는 선수인데요, 기본적으로 팀을 받쳐주는 능력이 뛰어날뿐더러 피지컬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높은 중반 캐리력은 덤이죠.
함박의 솔로랭크 지표 중 눈에 띄는 건 15분 킬 관여율입니다. 함박의 15분 킬 관여율(63%)은 챌린저 정글 평균(52%)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입니다. 즉, 정글러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히는 '초반 설계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전 스피어게이밍 소속 '로디' 김상우는 전형적인 갱킹형 정글러로, 미드라이너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 코치에 따르면 로디는 본인의 성장보다 팀의 승리를 우선시하는 이타적인 스타일이라고 하는데요, 스피어게이밍이 LAS 챔피언십과 KEG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로디의 역할이 컸다는 게 해당 코치의 평가입니다.
지난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전체 2위로 선정됐던 '퀴드' 임현승은 현직 코치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무난히 미드 유망주 1위에 올랐습니다. 퀴드는 '카리스' 김홍조, '다이스' 홍도현, '오펠리아' 백진성으로 이어지는 젠지의 특급 미드 유망주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빼어난 폼을 보여주고 있죠.
퀴드의 포인트 중 하나는 CS 수급 능력인데요, 아카데미 시리즈에서는 분당 10개 이상의 CS를 꾸준히 기록하는 무시무시함(?)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몇몇 전문가들은 젠지가 내년엔 챌린저스 로스터에 퀴드를 콜업할 거라는 예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T1 소속 유망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는 '피셔' 이정태는 혼자 힘으로 아카데미 팀을 우승시킬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팀적 지원도 무시할 수 없지만 쉐도우 배틀리카가 10월 LAS 우승과 하반기 챔피언십 결승전이라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건 피셔의 활약이 컸죠. 당장 LCK에 합류해도 괜찮다는 평가가 들리는 만큼, 어쩌면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일지도 모르겠네요.
엠지(MG)는 앞서 소개한 오수와 같은 FOX B 출신으로 실력뿐만 아니라 프로의식에서도 고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엠지는 엄청난 연습량과 뛰어난 캐칭 능력은 물론, 개인 기량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몇몇 관계자에 따르면 앞서 소개한 피셔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을 정도라고 하네요. 특히 엠지와 함께 생활한 최진호 코치는 "피셔에게 순위가 밀린 게 아쉽다"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전체 유망주 1위로 꼽힌 바 있는 '페이즈' 김수환은 이번 리포트에서도 원거리 딜러 유망주 1위로 선정됐습니다. 일각에서는 페이즈가 원거리 딜러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최고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페이즈는 솔로랭크에서 챌린저 원거리 딜러들의 평균 분당 골드(442)보다 훨씬 높은 '483'을 기록하는 등 각종 지표에서도 빼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페이즈에 대한 평가는 그야말로 '호평 일색'입니다. 코멘트를 달라는 필자의 요청에 "페이즈? 최고야"나 "설명이 필요 없다"라는 반응이 쏟아질 정도였으니까요. 또한, 모 아카데미에서 활동 중인 코치는 페이즈를 두고 "현재 아카데미 리그에서 가장 육각형에 가까운 원거리 딜러"라고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프레딧 브리온 아카데미에 소속된 '가민' 가민준 역시 좋은 평가를 받는 원거리 딜러 유망주입니다. 리포트에 참여한 모 코치에 따르면 가민은 현재 아카데미와 아마추어 원거리 딜러 중 가장 폼이 좋은 실력파 선수라고 합니다.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는 페이즈나 후술할 '스매시' 신금재에 비해 나이는 조금 많지만, 워낙 실력이 뛰어나기에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제2의 구마유시로 꼽히는 T1의 스매시입니다.
스매시는 당장 2군리그에 데뷔해도 손색없을 만큼 뛰어난 기량을 갖췄으며, 피지컬만큼은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는 페이즈에 뒤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T1 아카데미가 공들여 키웠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만큼, T1 팬분들은 기대하셔도 좋을 듯하네요.
'웨이' 한길은 지난 스카우팅 리포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서포터답게 이번에도 현직 코치분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서포터 유망주 1위에 등극했습니다. 웨이는 정교한 스킬샷은 물론 게임 리딩과 로밍력도 뛰어난 선수로 꼽히는데요, 2021년에는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지만 머지않아 1군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모함' 정재훈은 KEG, LAS 챔피언십, KT 와이칼리버 등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피어게이밍의 에이스로 꼽힙니다. 뛰어난 플레이메이킹 능력과 깔끔한 로밍을 바탕으로 진정한 '서포터 캐리'를 보여주는 선수죠.
젠지의 '로스파' 박준형도 주목할 만합니다.
비록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젠지 아카데미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못 받고 있지만, 게임 이해도나 디테일 부분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는 호평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는 페이즈의 경기력에는 로스파의 역할도 있었다"라는 코멘트도 있을 정도인 만큼, 눈여겨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역시 선수에 대한 평가는 '민감한' 영역으로 꼽힙니다. 상대하는 팀의 기량이나 스타일, 연습경기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이번 리포트에 참여한 모 코치는 "팀별 준비 기간도 다르기에 대회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즉, 선수 평가는 절대적이라기보다 상대적 요소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따라서 이번 스카우팅 리포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선수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LCK를 빛낼 수많은 '보석'들이 숨어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래 이미지에는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코치분들이 강력 추천한 또 다른 유망주들의 이름이 나열돼있습니다. 과연 이 선수들이 수 년안에 LCK와 롤드컵에서 이름을 날릴 수 있을지, 각자의 라인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길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