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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 치킨 게임을 그만두자?" 생존 배틀로얄 게임의 미래는 무엇일까

배틀로얄 게임의 변화, 그리고 미래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4랑해요) 2022-05-18 16:40:47

2017년 <배틀그라운드>를 위시해 시작된 '배틀로얄 게임' 대유행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당시 열병처럼 번졌던 열기로 대다수의 FPS 게임에 배틀로얄 모드가 추가됐고, 심지어 배틀로얄과 관계 없는 게임조차 관련 모드가 만들어졌다. 신작이 나오면 당연하게 배틀로얄 모드가 포함되어 있을 정도였다.

 

지금 와서는 앞다투어 배틀로얄 게임을 개발하던 분위기도 사그라들었고, 이제는 유행이라기보단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지나간 유행이지만,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도 있으니 배틀로얄 게임이 유행하고 발전하면서 생긴 변화, 그리고 미래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출처 : 크래프톤)

 

 

# 속도 올리고, 파밍 부담은 줄이고

 

먼저, 배틀로얄 게임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느리고 진중한 게임에서, 속도감 있는 게임으로의 변화
2. "재도전"의 기회 제공
3. 교전 장려

보통 배틀로얄 게임은 20분에서 30분 정도의 플레이타임을 가진다. 상대와 교전하기 위한 장비 아이템을 모으는 파밍/탐색 단계, 중반 교전, 최후의 생존자을 두고 일어나는 마지막 전투다. 

이 세 가지 단계를 거치며, 맵도 넓은 만큼 게임 한 판 한 판이 길고 무겁다. 그만큼 파밍해야 할 아이템도 많았다. 회복 아이템, 헬멧, 방탄복, 무기, 사용하는 무기에 맞는 부착물 등 다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게임이 파밍 단계를 간소화하고 빠르게 마칠 수 있도록 했다. 

<에이펙스 레전드>, <워존> 등 현재 인기리에 서비스 중인 게임은 아이템 파밍을 꽤나 간소화한 편이다. 버튼을 누르거나 탭 버튼을 눌러 아이템 아이콘을 끌어올 필요도 없이, 잡다한 아이템 위를 달리면서 지나가기만 해도 자동으로 아이템이 획득되는 게임도 있다.

 

<워존>은 상당히 간편화된 파밍 시스템을 제공한다 (출처 : 유튜브 'GTX 1050 Ti' 채널)

 

사망하더라도 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게임 또한 많아졌다. 본래 배틀로얄 게임은 '팀 데스매치' 형식의 게임과 달리 한 번 사망하면 곧바로 게임에서 탈락하기에 목숨의 중요도가 매우 높다. 그만큼 1킬, 혹은 승리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도 더욱 커 유행 초기에는 배틀로얄 게임의 장점으로 받아들여졌다.

시간이 흐르며 유저들이 배틀로얄 게임에 익숙해지자 단점도 나오기 시작했다. 열심히 파밍 단계를 거쳤는데, 한 번 실수해 사망하면 불쾌감이 타 게임보다 배가 되기 때문이다. "다음 게임을 하면 되잖아?"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게임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보통 지루하다고 여겨지는 파밍과 탐색 단계를 다시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파밍은 반복적인 행동인 만큼, 배틀로얄 게임의 재미도 결국 남들과 싸워 이기는 교전에서 발생한다.

 

파밍은 익숙해질수록 지겹다. 사진은 <슈퍼피플>

 

특히, '하이에나'라는 용어를 통해 살피면 이 문제점은 더 커진다. 하이에나는 서로 교전하고 있는 타 플레이어간의 싸움에 난입해 이득을 보는 행위를 의미한다. 두 팀 이상의 적에게 공격받는 '양각' 또한 비슷하다.

하이에나와 양각은 배틀로얄 게임 특성상 필수 불가결하게 발생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행위다. 흡사 프로게이머처럼 멋진 교전을 통해 상대방을 쓰러트렸는데, 그 순간 옆에서 조용히 구경하기만 한 다른 플레이어가 내 뒤통수를 쏘고 우승한다면 당사자는 심리상 억울할 수밖에 없다. 게임 초반에 당했을 경우엔 허무하기까지 하다.
 

물론 어쩔 수 없거나, 혹은 실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지만 양각이나 하이에나를 당하면 보통 화부터 난다
사진은 단순한 예시 (출처 : 크래프톤)

 

그래서인지 배틀로얄 게임은 점차 '재도전'의 기회를 플레이어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워존>인데, 게임 초반에 사망할 경우 '굴라그'라는 감옥으로 보내져 다른 플레어와 1:1로 경쟁해 감옥을 탈출하고 게임에 복귀할 수 있다. '사망'은 자신의 실력과 상관없는 변수로 발생할 수 있지만, '복귀'는 순전히 자신의 실력으로 얻어낼 수 있는 셈이다.

덕분에 굴라그는 <워존> 흥행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이외에도 <에이펙스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이터널 리턴> 등 현재 서비스 중인 배틀로얄 게임에는 모두 재도전 시스템이 있다. 최근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 <블러드 헌트>에도 최대 1회까지 부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추가되었는데, 얼리 엑세스 당시 유저 요구가 컸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블러드 헌트>. 정식 출시와 함께 솔로 모드에서도 최대 1회까지 부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했다.


# "지금부터 서로 싸워라!"

 

세 번째는 다수의 배틀로얄 게임이 "교전"을 장려하도록 변화했던 점이다.

일전에 <배틀그라운드>가 대유행했을 때, 많은 이용자가 꼽은 주요한 재미 중 하나는 "잘 싸우지 못해도 이길 수 있다"이다. 게임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수풀 속에 몸을 숨 인기척을 죽인 후, 최후의 상대를 기습해 1킬, 심지어는 0킬로도 우승을 할 수 있었기 때문. 이는 '간디' 혹은 '존버' 메타로 불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런 메타는 역으로 "배틀로얄을 재미없게" 만들 수 있는 요인으로 변화했다. 상대방과 적극적으로 교전하면 회복 아이템을 소모하거나, 교전 소리를 듣고 다른 팀이 끼어들어 탈락하는 등 손해를 볼 확률이 높았다. 유저는 자연스레 "싸우지 않아야 승리에 가까워진다"고 판단하게 됐다.

덕분에 이에 상위권 게임에서는 다수의 유저가 한 구역을 점거하고, 마지막 자기장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다가오기만을 기도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2021 <포트나이트> 월드컵의 한 장면
물론, <포트나이트>는 건물 제작 시스템이 있는 만큼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출처 : 에픽게임즈

배틀로얄 게임의 목적은 승리이기에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할 수 있지만,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유저에게는 답답하게 여겨졌다. 자기장은 좁아질 대로 좁아졌는데, 모두가 넢적 엎드려, 혹은 건물 하나에서 "불편한 동거"*까지 불사하며 유리한 상황만이 다가오길 기다리니 일반 이용자층에겐 "이게 재밌으려고 하는 게임인가?" 싶어진 것이다.

TTK가 짧은 슈터 게임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상대방 처치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MOBA형 배틀로얄 게임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했다. 모두가 옹기종기 눌러 앉아 채팅 없이 "누가 먼저 죽어야 할까?"를 토론하는 '눈치 싸움'이 됐기 때문. 좁아지는 자기장에 맞춰 생존자도 줄어들어야 하는데, 이런 흐름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다.

*불편한 동거 : 복층으로 이루어진 집에서 1층과 2층을 서로 다른 팀이 나누어 점령한 행위

"안 싸워요?", "싸우면 손해를 보는데?"

그래서 배틀로얄 게임은 이런 모습을 방지하고자 교전을 장려하는 시스템을 하나둘씩 내놓기 시작했다. <워존>은 현상금 시스템을 통해 적을 처치하거나 특정 미션을 완료할 경우 보상이 주어지도록 했다. 외에도 한 구역에서 적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플레이어를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워존>의 현상금 시스템. 시간 내 완수할 경우 다량의 게임 재화를 얻을 수 있다

MOBA형 배틀로얄 게임 <이터널 리턴>은 특정 시간마다 등장하는 오브젝트를 통해 교전을 장려하고 플레이어가 게임 흐름에 맞춰 자연스레 줄어들도록 했다. 

<이터널 리턴>의 핵심은 재료를 모아 강력한 장비 아이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에 있는데, 남들보다 더욱 강해지기 위해선 특정 행위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희귀한 재료가 필요하다. 이런 재료는 오브젝트에서만 얻을 수 있어 우승을 원하는 플레이어는 자연스레 맵의 특정 구역에서 시간에 맞춰 등장하는 오브젝트에서 타 플레이어와 교전하게 됐다.

더불어 이런 교전 유도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유니크함"을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처음 <배틀그라운드>를 했을 땐 '존버'만 해도 재미있었을까? 

 

평소에 즐기던 게임과는 독특한 흐름이 보였기 때문이다. 배틀로얄 게임의 재미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변수"에 있다. 플레이어 간 교전이나 전략을 어떻게 게임 시스템에 맞춰 유도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기사에서 예시로 든 <워존>은 자신들의 자금 시스템에, <이터널 리턴>은 크래프팅 시스템에 교전 유도 시스템을 맞췄다.

 

<이터널 리턴>은 오브젝트를 추가해 맵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교전이 일어나도록 했다 (출처 : 님블뉴런)

 

# 과제 : 승자 독식 게임, 이제는 안녕?


지금까지 현 배틀로얄 게임이 겪어 온 변화를 짚어 봤다. 그렇다면 이제 미래를 한번 이야기해 보자.

 

한 때 유행했던 "누군가의 등을 떠밀어야 끝이 나는, 이 치킨 게임을 그만두겠습니다"라는 말이 기억난다. "게임을 잘 한"사람이 우승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다면 합리적이지 않으니까. 하지만 많게는 백 명 까지 모이고, 변수가 다양한 배틀로얄 게임에서 우승자 "한 명 만" 즐겁다면 조금 문제가 되지 않을까? 

 

재미를 위해 하는 게임인데 하루종일 파밍만 하다가 잘 하는 플레이어에게 죽기만 하거나, 정말 잘 했음에도 운이 없어서 게임에서 탈락한다면 유저는 결국 지치고, 게임을 떠나게 된다. 게임사는 계속해서 넒은 폭의 유저층에게 게임플레이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어질 배틀로얄 게임에 새로운 흐름이 보인다면, '우승자'의 성취감을 망가트리지 않는 전제 하에 2등 혹은 3등도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승리 혹은 탈락이 아닌 제 3의 길, 혹은 반드시 '사살'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특수 승리'가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향후엔 "승자"와 "패자"만이 남는
배틀로얄 게임의 한계를 깨기 위한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추측된다 (출처 : 님블뉴런)

 

 

# 번외 : 더 이상 배틀로얄이 아닐 수도 있다.

 

몇 가지 더 첨언하자면, '배틀로얄'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는 희박해지겠지만, '자기장'이나 '금지 구역', '우승'과 같은 개념이 사라지고 '생존'의 개념만이 남아 새로운 흐름이 나올 수 있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생존 FPS <헌트 쇼다운>이 있다. <헌트 쇼다운>은 PvP 중심의 경쟁 게임인데, 현상금을 위해 악마를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헌트 : 쇼다운>의 경쟁과 생존 시스템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넓은 맵 하나에 현상금 목표인 악마가 있고, 약 12명 정도의 플레이어가 진입한다. 목표는 단 하나이기에 오직 한 명, 혹은 한 팀만이 현상금을 챙겨 나갈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유저끼리 싸울 수 있다. 일정 레벨 이상의 플레이어가 사망할 경우 해당 게임에서 사용한 캐릭터는 삭제된다. 목표 완수가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미련 없이 맵을 탈출해도 된다.

<헌트 쇼다운>은 엄밀히 말하면 '배틀로얄' 게임이 아니지만, 거대한 맵에서 하나의 목표를 두고 다수의 게이머가 하나의 목숨으로 경쟁한단 점에서 기존 배틀로얄 게임의 개념과 닮아 있다. 그리고 패배가 예상될 경우에는 손해를 감수하고 "탈출"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앞선 문단에서 언급한 구조적 과제를 아예 시스템을 비틀어 버림으로써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몇몇 해외 게이머들과 웹진은 "배틀로얄 게임의 미래"라며 <헌트 쇼다운>에 호평을 남기기도 했다.

<헌트 쇼다운>

'우크라이나 침공'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현 시국에 언급하기는 조금 조심스럽지만, <헌트 쇼다운>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러시아에서 개발된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이하 <타르코프>)다. <타르코프>는 고립된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PMC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특정 구역에서 몇몇 플레이어가 경쟁을 펼친다는 점에서는 <헌트 쇼다운>과 비슷하다(시기상으로 따지면 <타르코프>가 먼저다).

다만, <타르코프>에는 명확한 목표가 없다. 그렇기에 각 플레이어가 가진 목표가 서로 다르다. 어떤 플레이어는 비싼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장소로 달려가 빠르게 희소성이 있는 물건을 파밍하고 지역을 이탈하려 한다. NPC가 준 퀘스트를 완수하려는 플레이어도 있고, 별다른 이유 없이 '재미로' 타인을 사살하기 위해 움직이는 유저도 있다.

<타르코프>의 맵. 이 넒은 맵에서 최대 14명의 플레이어가 자원을 두고 경쟁한다 (출처 : 타르코프 위키)

각각의 목적이 다르다는 점은 유저가 한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의 갈래도 다양해짐을 의미한다. 다른 플레이어를 모두 사살하고 최후의 생존자로 남는 재미는 얻지 못하더라도, 비싼 아이템을 챙겨 탈출하면 함께 '다음 게임'에서 보다 강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타르코프>는 사망하면 해당 게임에서 사용한 장비나 얻은 아이템을 모두 잃지만, 캐릭터가 영구적으로 삭제되지는 않는다.

두 게임은 '파밍', '생존', '사망에 대한 리스크'를 강조했단 점에서 배틀로얄 장르와 일부 유사한 흐름을 보이면서도, 각 게임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통해 기존 배틀로얄 게임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며 생존에 따른 재미를 극대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타르코프>도 넒은 맵에서 아이템을 파밍해야 한다
죽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은 같지만, 맵을 탈출할 경우에는 아이템을 창고로 가져가 다른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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