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가 6월 25일 구글플레이 매출 2위를 차지했습니다. '리니지라이크' 류가 철벽처럼 지키던 매출 최상위권 벽을 허물었죠. <원신>과 더불어 서브컬처의 포텐셜을 보여준 사례일 겁니다. '입덕', '탈덕', '성덕', '덕업일치', '덕통사고' 등 우리는 이미 서브컬처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담론은 무척 부족합니다. 국내에서도 서브컬처와 덕후에 대해 더 많은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카알렛 오하라&디스이즈게임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이 있어요
지금은 다소 안 좋은 의미로 ‘근묵자흑’(近墨者黑)에 가까운 뜻으로 많이 쓰이죠. 포털사이트의 뉴스페이지에서 ‘유유상종’을 검색하면 대부분 안 좋은 뉘앙스로 사용되더군요.
하지만 본래 유유상종은 좋은 뜻이었어요. 인재들끼리는 서로 통하고 그들끼리 모이게 된다는 의미였으니까요. 중국에서는 ‘상유상종’(운급칠첨), ‘부물각유주’(전국책)와 유사한 고사성어로 춘추전국 시대부터 내려오는 개념이에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순우곤의 고사는 전국책에서 나왔죠.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고 교류해 왔어요. 인구밀도도 낮았고, 사람과 소통하려면 먼길을 걸어가 대면해야 했던 수천 년 전에도 그랬던 거죠. 교통과 통신이 극도로 발달한 근현대에는 유유상종이 예전에 비해 훨씬 강력해졌겠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유유상종을 해요. 현대사회는 아무래도 자본중심 사회이고, 자본을 취득하기 위한 직업 중심으로 관계가 형성되죠. 그러다 보니 성인들은 주로 직장이나 직업을 중심으로 유유상종하고 있어요.
하지만, 직장에 있는 시간 외에도 유유상종하게 되는데요,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이 취향 혹은 욕구를 공유하는 유유상종이에요.
취향은 본능처럼 유유상종을 찾아요
사람은 성장하면서 다양한 교육과 사회적 관계 등을 경험해요. 개인이 속한 사회적 위치에 따라 교육 수준이 크게 달랐던 옛날은 물론, 현대에도 교육 수준이나 사회적 관계는 사람들마다 크게 달라요.
그리고, 그 영향으로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문화적 욕구가 생겨요. 이 문화적 욕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집단을 이루죠. 음악 듣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콘서트에서 서로 만나게 될 거고, 그림 감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미술관 등에서 만나겠죠.
사람들은 각자의 문화적 욕구에 따라 행동하며 자신의 문화적 욕구의 방향을 찾아가게 되지요. 이러한 문화적 욕구의 방향을 취향이라고 해요. 그런데, 한 사람이 자신의 취향과 맞는 그 무엇을 찾는 게 경우에 따라 어려운 일일 수 있어요.
그 무언가가 늘 자기 주변에 있는 것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세상은 넓다 보니 나에게 맞는 그 무엇인가가 반드시 내 주변에 있으리란 법은 없죠.
그런데, 나와 유사한 욕구를 가진 사람이 주변에 많이 있어서 그들을 통해 취향이 비슷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과 유유상종 중인 주변 지역 사람들에게 알린다면 유유상종하는 집단 내 개인개인은 보다 쉽게 취향에 맞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즐길 수 있게 되겠죠.
즉, 유유상종하는 집단이 커지면 커질수록, 개인이 취향에 맞는 문화적 욕구를 즐길 가능성이 커져요.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자신과 유사한 문화적 욕구를 가진 사람들을 찾고, 모으고, 교류해요. 유유상종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형성된 집단에서 사람들은 보다 수월하게 자신의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게 되고 공동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죠. 이 집단을 문화적 집단이라고 해요.
사회는 매우 다양한 크기와 성질의 문화적 집단으로 이루어지고, 각 집단의 공동문화는 사회 전체의 보편적 문화 지위를 두고 경쟁해요. 위에 언급한 문화 교류의 용이성 추구와 향후 언급할 순응성 등의 이유로, 문화적 집단은 확장하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죠.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이 의지를 가지고 타 집단과 서로 경쟁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문화 시스템 간의 경쟁에 가깝겠죠. 이 경쟁에서 승리를 거듭한 집단의 취향은 그 규모가 사회 집단 전체를 아우를 정도까지 커지고 그 사회가 보편적으로 즐기는 문화, 즉 ‘대중문화’로 자리잡아요.
수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지 못하거나 혹은 집단을 이루는 데 실패한 문화는 대중문화로 자리잡지 못하고 전체 집단 속에 산개된 채로 살아남거나 혹은 도태되죠. 여기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은 문화를 우리는 하위문화, 즉 ‘서브컬처’라 부릅니다.
이 연재물에서 정의하는 서브컬처는…
이 글에서 서브컬처는 특정한 어떤 문화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수많은 하위문화를 총칭하고 있어요. 대중문화처럼 사회 구성원들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문화가 아닌 많은 문화가 사전적 의미로 서브컬처거든요.
위키피디아의 서브컬처 리스트 항목(링크)을 보면 "저게 왜 서브컬처야?" 싶은 것들이 많죠.
‘보이스카웃’, ‘서핑’ 같은 것들도 있어요. 우리가 보통 ‘서브컬처’를 이야기할 때 연상되는 ‘애니메이션’, ‘만화’, ‘밀리터리’, ‘우주’ 등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죠.
서구권이나 우리나라에서나, 서브컬처 혹은 하위문화라고 하면 일반적 문화보다 저질 혹은 ‘뭔가 좀 낮은’ 의미로 이야기되고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러나 요즘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인식이죠. ‘높은’ 문화와 ‘낮은’ 문화를 정의할 수 있는 잣대 자체가 공감을 얻기 쉽지 않아졌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매우 간명하고 시선에 따라 바뀌지 않을 정의가 필요했고,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정의를 사용하게 되었어요. 이후의 글을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러한 정의에 의하면, 어떤 문화든 처음부터 대중문화고 처음부터 서브컬처이고 이렇지는 않아요. 집단에서 그 문화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규모가 구분자가 되니까요.
지금은 대중문화로 받아들여지지만 예전엔 서브컬처였던 것들도 있어요. 시간적 혹은 공간적 배경에 따라서 같은 문화가 대중문화이기도 하고, 서브컬처이기도 하죠.
강풀 작가님의 <일쌍다반사>나 워니 님의 <골방환상곡>이 연재될 당시 웹툰은 분명 서브컬처였지만, 2022년 지금 웹툰은 대중문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1940년경에는 한 발행본이 1,000만 부씩 팔려나가는 대중문화였던 미국 코믹스 문화가 지금은 서브컬처가 되어있는 것처럼 말이죠.
다음 편에서는 무엇이 서브컬처나 대중문화를 만들어내고 변화시키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