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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덕후론_08] 대중문화가 한중일 3국을 지배하게 된 이유

벼농사 지역에서 더 쑥쑥 자라는 소셜 영향력과 대중문화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스카알렛 오하라(scarletOhara) 2022-07-25 11:46:02
<원신>과 <우마무스메>가 세계적 인기입니다. 입덕, 탈덕 성덕, 덕업일치, 덕통사고 등이 심심찮게 들립니다. 우리는 이미 서브컬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덕후와 덕질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가 보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소통되길 희망합니다. 지금 저희는 '덕후의 탄생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많은 관심과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스카알렛 오하라&디스이즈게임

(출처 : 픽사베이)

# 농경사회의 전개와 순응성의 발달

서브컬처의 탄생 배경을 파기 전에 먼저 대중문화가 탄생하게 된 이유를 찾아볼 거예요. 그 시작은 농경사회였어요. 수천 년 이어온 농사는 쌀만 우리에게 주지 않았어요.

본격적인 농경사회에서 사람들은 한 곳에 정착해 많은 이웃과 집단을 이루며 살아가게 돼요. 물과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쌀농사 지역은 더더욱 집단을 이루어야만 했어요.

대규모 농경 덕분에 얻을 수 있게 된 많은 식량은 자급자족을 가능하게 해 줘요. 이제 한 곳에 정착하고, 한 집단 내에서 먹고살 수 있게 된 거죠. 자연스럽게 타 집단과 왕래가 상대적으로 적어지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낯선 사람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요. 낯선 사람이 나타난다면 의심하고 배척할 확률이 높아지죠.

집단 내에서는 서로 돕는 게 당연해지고, 무엇인가 교환을 위해 흥정하는 일은 적어져요. 공동체가 중요해지니 그에 반하는 개인의 주장은 소홀히 여겨지죠. 의견이 다르고 그 의견을 고집하는 사람은 배제되고 도태돼요.

집단 내에 분쟁이 생기고 싸우게 되면 마을이 함께 농사를 하는데 방해가 돼요. 분쟁이 많은 집단은 타 집단에 비해 빨리 도태하게 돼요.

(출처 : 픽사베이)

이런 사회에서는 강력한 리더가 존재하는 집단이 더 잘 성장하고 강력해져요. 외부에서 권력의 추구에 익숙한 집단이 이주해와 기존 집단을 장악하고 나면 집단이 더 강력한 생존력을 갖추기도 해요. 강력한 권력에 잘 순응하는 집단은 살아남고, 대항하는 집단은 도태되고 사라졌어요.
 
이렇게 대규모 농경문화의 집단이 발전해갔고, 이 과정에서 순응을 잘하는 사람들이 훨씬 잘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태되어 갔어요.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극동 3국 지역의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순응을 잘하는 특성을 가지게 되었어요.

물론 이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대규모 농경만 하고 살지는 않았어요. 산이나 바다에 살거나 혹은 추워서 농사를 짓기 어려운 지역의 사람들도 있었죠. 그리고 이들은 순응보다는 경쟁하고 이동도 하는 좀 다른 특성을 가지기도 했어요.

그러나 농경지역이 훨씬 안정적이고 더 많은 자손을 가졌어요. 즉, 인구도 빨리 늘어났어요. 전체로 볼 때는 순응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을 거예요.
 
이러한 사회적 환경에 의해 이 순응 경향이 훨씬 더 강화된 거예요.

(출처 : 픽사베이)

# 한중일 3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순응성의 강화

한중일 3국은 또한, 지정학적 특징이 있어요. 지배구조가 매우 안정되는 환경이었죠. 다른 지역에 비해 외부 침략을 훨씬 덜 받는 특징이 있었거든요. 

우리나라는 북쪽과 서쪽 세력에서 공격을 당할 수 있었는데, 서쪽 세력과는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쪽을 선택해 외부 공격을 받는 경험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었어요.

중국은 주로 북쪽 민족과 투쟁했지만, 인구 면에서 타민족에 비해 워낙 압도적이었던 데다 침략하여 지배한 쪽이 오히려 중국의 삶의 방식에 동화되곤 했어요. 그리고 남중국 주민들은 침략당하는 일 자체가 매우 적었어요. 사회의 지배체제 변화가 적었고, 때문에 지역민들의 삶은 오랫동안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일본은 아예 섬에 갇혔기 때문에 외부 침략을 거의 받지 않았어요. 내전이 잦았지만, 유사한 문화를 가진 세력끼리 내전과 권력 이양은 주민들의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어요.

(사실 좀 더 자세하게 본다면,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와 또 다른 양상을 보여요. 그것은 이후 한중일 덕후세계를 비교하면서 기술하도록 하겠어요.)
 
몇몇 짧았던 시기를 제외하면, 극동 3국은 매우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어요. 비슷하게 오랫동안 문명이 발달했던 다른 지역, 유럽이나 중동 지역과 비교하면 매우 두드러지는 특징이죠.

지배환경이 안정되었다는 것은, 대를 이어도 여전히 비슷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고, 개인이 현재에 불만을 가지더라도 내 삶이 바뀌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해요. 극동 3국 지역의 주민들은 보편적으로 매우 순응적이고, 순응하지 않는 사람을 배척하는 데다, 순응하지 않아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적어 순응성이 더 커지게 되었어요.
 
위와 같이 ‘오랜기간 내려온 농경사회’적 특성과 ‘안정적 지배환경’은 결과적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사람들이 굉장히 순응적인 성향을 띠게 만들었어요. 순응적인 성향은 소셜 영향력이 강해지게 만들어요. 주변에서 좋아하고 선호하는 것에 순응하는 성향이 매우 강화되었으니까요. 주변 사람이 좋아하면, 나도 좋아하게 되는 거예요. 사실 그게 처음에는 내 취향에 맞고 그런 건 아니었을 텐데, 어느새 그걸 좋아하고 즐기게 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거죠.
 
이러한 순응적 경향은 사실 취향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 현상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어요. 극동 국가들의 사람, 장소 등의 작명 원리, 그리고 교육열과 출세에 대한 개념 등 상당한 사회적 특성이 여기에서 비롯되었죠. 


이러한 사회적 특성은 당연히 문화집단에도 큰 영향을 끼쳐요. 전에 언급한 인기 음악의 예에서 보듯, 여러 문화적 욕구가 문화집단을 이루어 서로 경쟁해요. 그리고, 모종의 원인으로 인해 특정 문화집단이 대세를 이루게 되죠. 그리고 주변의 취향에 영향을 주고받는 ‘소셜 영향력’이 힘을 발휘해요.

순응의 경향이 높은 사람들에게 이 소셜 영향력은 매우 큰 영향을 주어 그들을 점점 그 특정 문화집단에 동화되게 만들죠. 그것이 원래부터 내 취향에 맞는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어요. 다들 좋아하니 나도 좋아하게 되는 거예요. 처음 접했을 때는 크게 못 느꼈더라도, 다들 좋아하니 자주 접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 그 과정에서 결국 순응하게 되죠.

이렇게 대중문화가 집단을 지배하게 돼요.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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