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와 LPL의 차이는 정글과 서포터의 움직임에 있다"
22년 롤드컵이 시작되기 전까지 LCK가 받았던 평가 중 일부였습니다. 운영 라인이 LPL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창의적이지 못했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롤드컵이 진행되면서 세간의 LCK 평가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LPL이 힘을 쓰지 못하는 장면이 더 많았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번 롤드컵을 통해 증명한 LCK 운영 라인의 단단함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주보국 필자(Amitis),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출처: 라이엇 게임즈)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바텀 메타 휘어잡은 LCK
이번 대회 핵심은 바텀이었습니다.
모든 챔피언의 체력이 증가하고 유지력과 체력 흡수량이 줄어든 협곡에서 드래곤 버프의 상향은 롤드컵 패치에서도 여전히 중요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드래곤 주도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바텀 라인이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많은 팀들이 초반부터 바텀 라인전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라인전 유지력과 견제력이 뛰어난 챔피언을 선호하는 양상을 보여줬습니다.
이런 구도에서 LPL은 리그에서 애용했던 조합인 루시안+나미와 아펠리오스+룰루 구도로 라인전을 풀어가려 했습니다. 강한 라인전을 구사할 수 있고 나미와 룰루로 유지력도 챙긴 이 조합은 안정적인 '바텀 게임'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LCK는 LPL이 원했던 방식, 원하지 않았던 방식을 모두 준비해 완벽하게 대처했습니다.
LPL이 원하지 않는 구도를 만들었던 대표적인 챔피언으로는 서포터 하이머딩거가 있죠. 하이머딩거는 T1이 8강 2세트 경기에서 RNG를 상대로 하이머딩거를 밴 카드로 활용한 것 이외에는 데이터가 전무했고, LPL 팀들이 하이머딩거에 진심을 보였던 DRX나 T1을 상대할 때 밴 카드로 제한하며 변수를 줄이는 전략으로 선회했죠. 바텀 라인의 영향력은 밴픽단계에서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겁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반대로 LPL이 원하는 양상으로 밴픽을 구성하더라도 라인전 체급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경우도 볼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T1과 JDG의 8강전은 바텀 체급 차이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기입니다.
T1 바텀은 1세트를 내줬던 경기에서도 바텀 라인전에서 크게 우위를 점했고 긴장이 풀린 이후의 세트에서는 더 빡빡한 운영을 선보이며 JDG를 제압했죠. 특히 이 경기는 T1이 하이머딩거를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LPL이 선호하던 구도를 일부러 골랐단 점에서 기량 차이가 분명했다는 것이 더 부각됐습니다.
상성은 JDG가 유리했지만, 이를 단번에 뒤집은 케리아 (출처: 라이엇 게임즈)
LPL이 선호하는 플레이메이킹 서포터를 가져왔음에도 맛을 살리지 못했던 RNG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정글러의 초반 설계도 밀리지 않았다
대회 중계나 관계자들이 LCK가 LPL을 만나면 정글러의 초반 동선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것을 자주 들었을 겁니다. 그만큼 LPL 정글러들이 초반 동선을 설계하는 모습은 많은 프로들이 관전하며 배울 정도로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죠. 이번 롤드컵에서도 LPL 정글러들의 설계능력은 돋보였습니다.
그중 LPL 1번 시드로 롤드컵에 참가한 JDG의 정글 ‘카나비' 서진혁의 움직임은 리그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를 롤드컵에서도 여지없이 보여줬습니다. 아래 장면은 T1과의 1세트에서 보여준 미드 갱킹 동선입니다.
레드팀 1,2차 포탑 사이로 올라갔어야 했던 비에고가 블루팀 칼날부리에서 등장 (출처: 라이엇 게임즈)
일반적으로 비에고는 첫 동선을 설계할 때, 사냥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돌거북을 제외하고 5캠프를 처리한 뒤 바위게를 먹는 성장 동선을 선택합니다. 이런 성장 동선을 택하는 이유는 비에고의 초반 라인 갱킹 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고, 시도했을 때 이득을 얻지 못하면 성장이 늦춰지면서 강한 타이밍이 짧아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카나비’ 서진혁은 블루지역 3캠프를 처리한 뒤 드래곤 둥지 방향으로 나와 갈리오에게 갱킹을 시도해 유체화를 소모시켰습니다. 만약 ‘페이커' 이상혁이 갱킹에 당했다면 라인전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순간이동 스펠도 없었기 때문에 꽤 큰 타격으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상대 정글과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한 ‘카나비' 서진혁의 다이브 설계 (출처: 라이엇 게임즈)
RNG 정글러 ‘웨이' 옌양웨이도 팀 성적과는 별개로 초반 동선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하지만, LCK도 밀렸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번 시즌 '세체정'에 등극한 ‘표식' 홍창현이 GEN와의 3세트 경기에서 탑 다이브를 설계한 장면을 살펴봅시다. 탑 타워 다이브 전에 이미 와드로 ‘표식' 홍창현의 비에고가 위치가 노출됐었고, 이를 인지한 ‘도란' 최현준의 세주아니는 미니언이 타워에 박히지 않도록 유도해 다이브 타이밍을 어긋나게 만들고 있었죠.
또한, 세주아니는 점화 스펠까지 있었기 때문에 다이브 과정에서 실수가 생긴다면 오히려 손해로 이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침착한 스킬 연계와 타워 대미지 어그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다이브에 성공했죠. 심지어 이 과정에서 점멸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빠른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오른과 비에고로 타워 다이브를 깔끔하게 성공시킨 DRX (출처: 라이엇 게임즈)
T1의 정글러 ‘오너' 문현준도 DRX와의 결승전 5세트에서 설계한 미드 갱킹 설계 장면에서 초반 움직임이 돋보였습니다. ‘표식' 홍창현이 고른 헤카림은 인베이드에 매우 취약한 특징이 있었고 T1은 이를 이용해서 헤카림의 초반 정글링 동선을 방해했습니다.
시작부터 원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시작할 수 없게 만든 것이죠. 그리고 이 이득으로 헤카림보다 한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된 비에고는 미드 갱킹에 턴을 사용하게 됩니다. 개입하는 위치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상대 진영의 칼날부리에서 점멸로 벽을 넘어 망령의 나락을 적중시켜 제카의 아지르를 잡아냈죠.
여러모로 초반 정글링 설계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줬던 LCK였습니다.
빅토르가 당하기 쉬운 아지르 궁 타이밍에 훼방을 놓은 ‘오너' 문현준의 비에고 (출처: 라이엇 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