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과 <우마무스메>가 세계적 인기입니다. 우리는 이미 서브컬처 시대에 살고 있어요. 덕후와 덕질을 주제로 보다 많은 이야기가 소통되고, 덕후가 능력자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지금 저희는 '덕후의 역사'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스카알렛 오하라&디스이즈게임
권위때문만이 아니라도 종종 직장이나 공동체에서 덕후들은 남들보다 No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모든 아젠다에 대해 No를 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다른사람들보다 No라고 하는 빈도가 높죠. 주위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하면, 보통 개인은 이렇게 말할꺼에요
"다들 그렇다고 하는 걸 보면 맞겠거니..."
하면서 Yes 하게 되는데, 덕후들은 그렇지 않죠. 내 스스로 따져 봐야죠. 그리고 따져봐서 아닌 거면 No를 하게 되는 거예요. 이러한 성향은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기 쉬워요. 덕후의 사회성 관련된 편견은 여기에서도 발생하기도 해요.
이런 경향은 '소셜 영향력을 내게 투사하는' 사람이나 환경에 집중하기보다는 '정보', 즉 메시지 자체에 집중하는 덕후의 성향 때문이예요. 권위에 대해서도 잘 숙이지 않을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사소한 의견에도 따지고 드는 성향은 종종 덕후들이 집단생활을 어려워하게 해요. 그래서 직업적으로나 취미에서나 여럿이 함께 하는 일보다는 혼자 할 수 있는 쪽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모든 덕후가 그런 것은 아니 예요.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현상은 0과 1의 디지털보다는 그레이스 케일로 나타나죠. 이러한 성향이 얼마나 강한가에 따라 그 정도가 매우 다른 것이예요. 게다가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며 노력도 하죠. 덕후 성향이 어느정도 강하더라도, 필요하다면 이성적으로 자신의 언행을 강력히 통제하여 어떻게든 집단 속에서 활로를 만들어 내기도 해요.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타인의 언행을 분석해서 집단에 어울리는 언행을 학습하거나 연기해 내는 덕후도 상당히 있을 거예요. 덕후들의 이성적, 분석적 능력이 뛰어난 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다만,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겠죠.
사람들과 곧잘 어울리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얻기보다는 소모되죠. 모임에서 돌아온 후에는 혼자 있으면서 에너지 충전이 필요할 거예요. 책을 읽거나, 한적한 곳을 거닐거나, 건프라를 조립하거나 하는 것이죠.
지금까지 권위나 주변 환경에의 영향에 대한 덕후의 반응 혹은 대응에 대해 단편적인 설명을 해 보았어요. 그런데, 사실 이 모든 설명을 하나로 묶는다면 결국 '권력' 이야기로 수렴되게 돼요. 덕후는 권위와 개념적으로 유사할 수 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관계가 있어요.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이 추구하는 세가지를 보통 부와 명예와 권력이라고 하죠. 부는 그 자체가 목표가 되기도 하지만, 명예와 권력을 위한 자원이기도 해요. 내가 내 부를 사용하는데 다른 자의 부로부터 승인을 받는 등의 영향은 없는 독립적인 존재예요. 각자 독립적으로 존재하니 남에게 영향을 주거나 영향을 받지는 않아요. 부 사용의 경쟁 상태를 제외하면 말이죠.
명예는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 있어요. 평원에 놓인 수많은 언덕이나 산 같은 존재예요. 강력한 명예를 떨친 두 사람이 공존할 수 있고, 작은 명예가 큰 명예 곁에 있어도 별 문제가 없어요. 보통 명예는 내가 외부에 미치는 영향의 결과물이예요. 명예로운 타인이 나의 명예에 해가 되지 않아요.
권력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하나의 흐름이예요. 물리학에서 말하는 장(Field)이 존재해요. 이 권력장(Power Field)은 극성이 있는 전자기장보다는 비극성 필드인 중력장에 가까워요. 권력이 약한 사람은 권력이 강한 사람의 영향을 받게 되죠.
내가 일정한 권력을 차지해도 내 주변에 더 큰 권력이 있으면 달이 지구의 중력권에 갖히는 것처럼 큰 권력에 예속되게 돼요. 한 집단에 똑같이 존경받는 두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집단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두사람이 될 수가 없어요.
보통 개인이 외부에 미치는 영향도 있지만, 외부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경우가 훨씬 많아요. 대부분의 경우에 내가 가진 권력보다 더 큰 권력이 내 주변에 존재하게 되거든요. 덕후 성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외부에 미치는 영향에는 크게 민감하지 않지만 외부가 내게 미치는 영향에는 상대적으로 민감한 편이예요. 때문에, 권력이라는 것의 속성을 잘 이해한다면 덕후의 여러가지 특성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예부터 권력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있었어요. 대표적인 사례로 2가지를 들 수 있어요. [가부장론에 기반한 왕권신수설], [신이 아니라 계약을 통해 권력을 형성한다는 정부론] 이에요. 어떤 학자는 권력을 그 원천에 따라 세가지로 또 어떤 학자는 다섯가지로 나누기도 해요. 권력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서 권력의 역할과 기원과 양상이 달라져요.
이 글에서도 앞으로 권력이란 것을 논하려면 우선 권력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야 하겠어요. 사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권력보다 좀 더 좁은 의미로 이야기할 것이거든요. 다른 문화를 가진 회사들과 일할 때도 용어의 정의가 매우 중요하죠.
어느 게임 회사에서는 '운영'을 제반 정책부터 마케팅, 이벤트, 고객 대응 등 게임의 개발을 제외한 대부분을 지칭하고 있어요. 언젠가부터 자주 언급되어지는 “Live Ops”도 이런 개념의 한 줄기예요. 그런데, 이 회사와 협업할 다른 게임 회사에서는 '운영'을 커뮤니티 운영과 고객 대응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 두 회사가 개발사와 퍼블리셔로 만나서 협업할 때 용어에 대해서 정리부터 하지 않으면 많은 오해와 불신, 업무상 문제가 발생할 거예요. 그래서 회사를 포함한 모든 두 집단이 함께 일할 때는 서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가 다른 지부터 확인해야 하죠.
계약서에 원칙적인 문구로 써 놓는다 해도 그 문구에 대한 해석이 또 달라질 수도 있는 데다가 실무진이 계약서 펼쳐가면서 일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이 글을 쓰는 사람과 이 글을 읽는 사람이 권력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면 글의 내용은 전혀 다르게 읽힐 것이니, 이 글에서 표현하는 권력이란 단어의 정의가 필요해지는 것이죠.
“의지를 가진 누군가가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고 타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하게 될 거예요.
이 정의 하에 권력은 인류 역사를 통해 '발명'된 것이예요. 그리고 점차 발전하며 세련 되어져 '리더쉽'의 개념으로 진화를 하죠. 덕후는 권력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덕후의 문화는 미디어 혁명 이후 대중문화를 빠르게 잠식하는 방향으로 전진하게 돼요.
우선 인류 역사에서 권력이 어떻게 발명되었는지 살펴보고 권력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고 덕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어요.
역사에서의 권력의 발생은 요약하자면 이렇게 이루어져요.
지구는 지질학적으로 기후변화를 겪어요. - 기후변화는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오죠. - 생태계가 변하면 동식물뿐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한 영향을 주게 돼요. 불리한 환경에 놓인 우리의 선조들은 종종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이주해 왔어요.
다른 땅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종종 원래 그곳에 살던 선주민을 만나게 돼요. 서로 다른 문화 혹은 문명 간의 충돌이 일어나요. 보통은 살육이 발생했어요. 그런데, 어떤 지혜로운 자들은 공존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어요. 그것이 권력이예요. 이동형 민족이 선주민인 농경민족을 지배하는 형태로 권력이 나타났어요.
이러한 줄거리예요.
그렇다면 실제 역사가 과연 이런 줄거리대로 진행되었는지 어떤 지 살펴보죠. 고대 국가가 출현한 주요 문명들을 중심으로 살펴볼 거예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네 개의 문명을 중심으로요. 기원전 9,700년, 추웠던 플라이스토세가 끝나고 살만 한 세상, 홀로세가 시작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