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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론_28] 중국 최초의 국가로 인정받는 상나라는 유목민족이었어요

비덕이 쉽게 이야기해 주는 덕후 이야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스카알렛 오하라(scarletOhara) 2022-12-26 14:30:29

 

<원신>과 <우마무스메>가 세계적 인기입니다. 우리는 이미 서브컬처 시대에 살고 있어요. 덕후와 덕질을 주제로 보다 많은 이야기가 소통되고, 덕후가 능력자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지금 저희는 '덕후의 역사'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스카알렛 오하라&디스이즈게임  

   

 

유라시아 대초원은 서쪽으로는 헝가리까지, 동쪽으로는 몽골과 만주서쪽에까지 이르러요. 이 초원의 동쪽 변두리에는 음산(yin shan, 阴山)산맥이 동서로 1,000킬로미터 이상 길게 뻗어 있는데, 지금의 내몽골 후허하오터 시 주변이예요. 이 산맥은 신석기시대 암각화로 유명해요.

 

음산산맥의 암각화는 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요. 그 중 기원전 2000년 이전 것으로 보이는 가장 오래된 구역에 말을 타는 사람들의 그림이 있어요. 그리고 이곳 암각화 유적에서 남쪽으로 쭉 따라 내려가면 [상추]라는 도시가 나오는데, 이곳은 정말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예요. 

 

https://www.asiaculturaltravel.co.uk/wp-content/uploads/2018/02/yinshan-rock-painting.jpeg

음산암화에서 보여지는 말을 탄 사람들

  

중국에서는 유교의 기본 경전으로 4서5경을 꼽아요. 여기서 5경 중 하나인 <시경>의 제20권 상송, 장발편에는 이런 문구가 있어요. 

 

[상략]

帝立子生商 (상제가 아들을 상나라에 낳았다)

玄王桓撥 (설은 늠름하고 강해)

受小國是達 (작은 나라를 받아 잘 다스리고)

[중략]

相土烈烈 (매우 훌륭한 손자 상토는)

海外有截 (나라 밖까지 이르렀다)

帝命不違(상제의 명은 틀리지 않는다)

至于湯齊(탕왕은 결국 왕업을 이룬다)

[하략]

 

여기서 상나라는 은나라라고도 알려진 중국 최초의 고대국가 상나라를 말해요. 마지막 줄에 나오는 탕왕이 바로 상나라를 건국한 시조죠. 중간에 '매우 훌륭한 손자 상토'의 상토는 사마천 사기의 은본기에도 등장하는 인물이예요. 상나라가 건국되기 이전, 거의 기원전 2,000년에 가까운 시점에 상족의 우두머리였던 사람이죠.

 

상나라 시대 갑골문을 모아 만들어진 죽서기전에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오는데, 상토는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말을 길들였고 중국 땅에서 처음으로 마차를 탔으며, 상족의 근거지를 지금의 상추로 옮겼다고 해요. 위에서 언급한 도시가 바로 이곳 이예요.

 

이들 상족의 수도들은 모두 도시의 중심축이 동북쪽으로 13도가량 틀어져 있어서 그쪽 방향에서 내려왔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죠. 우리나라의 극소수 사학자는 이를 발해에서 온 것이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근거는 희박해요. 

 

 

 

#갑골문자와 청동기 문화의 발달

 

사실 13도 위쪽에는 유라시아 대초원의 동쪽 끝이 나와요. 동유럽에서 시작된 기나긴 대초원이 베이징에서 후룬베이얼에 이르는 산맥에 막히며 끝나게 되죠. 더이상 나아갈 곳이 없어지면 그 누군가는 아마 북쪽이나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겠죠. 추측이예요.

 

상토는 말뿐 아니라 많은 가축을 키우고 축산업을 중시 여겼어요.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가축을 먹이는, 유목민이었던 것이예요. 상토는 아직 황하 주변이 농경정착민들로 채워지던 시기에 마차를 타고 문명의 한복판을 종횡무진하면서 다니다가 상추에 자리를 잡은 것이죠. 이 당시의 황하 부근 문화를 고고학에서는 얼리터우 문화라고 해요. 

 

이 얼리터우 문화가 발견된 지역은 음산암화가 발견되었던 후허하오터에서 상추에 이르는 지역이예요. 시경과 중국 역사서에 표현된 것처럼 이들은 황하문명 한복판에서 점차 세력을 키우며 강성해졌고, 결국 주변 농경정착민들을 복속 시켜 기원전 1600년경에는 국가를 이루게 돼요.

 

상족이 세운 상나라는 중국 역사에서 굉장히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요. 우선, 수도 이전이 매우 잦았고, 청동기 기술은 매우 발달했으며, 반면에 건물은 튼튼하게 세우지 못했어요. 중국의 문자는 갑골문에서 시작하죠. 갑골문에는 상족 뿐 아니라 당시 황하 주변의 여러 씨족들의 이름이 등장해요. 주나라나 제나라 등도 등장하죠.

 

상(商)의 상형문자는 상족의 대표 격이었던 청동그릇을 세운 모습의 상형문자예요. 그에 비해 나중에 상나라를 멸망시키는 주(周)는 농경지, 제(齊)는 곡식 모양이예요. 진(晉)과 진(秦) 역시 땅에서 자라는 곡식을 뜻해요. 당시 대부분의 부족이 농경 문화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예요. 물론, 노(魯)처럼 물고기 잡던 부족도 있어요.

 

   

상나라 시기 각 부족의 상형문자. 왼쪽으로부터 상(商), 주(周), 제(齊), 진(晉), 진(秦), 그리고 노(魯). 상(商)과 아래 상나라의 청동기 그릇을 비교해 보자.

 

[중국 상나라 시기에 만들어진 청동 술잔, 상(商)의 상형문자와 비교해 보자. BC 12세기, 대영박물관 

 

 

주변 민족들이 다들 농사짓고 물고기 잡던 때에 갑자기 청동으로 된 물건을 들고 말타고 돌아다니는 상족은 주변 사람들에게 매우 낯설었을 거예요. 상족은 당시의 문화를 주도했고, 왕이 스스로 제사장이 되어 제사를 지냈어요. 또한 주변의 농경인들을 다스리기 위해 관료를 임명했어요. 

 

목(牧)이나 위(衛)같은 직책을 주어 임무를 주었고, 멀리 떨어진 영토를 자치하기 위한 영주를 임명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들에게 정기적으로 필요한 물자를 보내게 했어요. 중국 지역의 권력은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어요.

 

 

#상인의 유래는 상나라 사람에서 시작

 

그리고 상족 사람들은 마차같이 발달된 이동수단을 바탕으로 전국을 누비는 무역활동을 하며 부를 축적했어요. 다른 부족들은 이런 상족들의 습성을 독특하게 여겼어요. 심지어 훗날 상나라가 멸망하고 난 이후에도 상족 사람들은 여기저기 떠돌며 무역과 장사로 생계를 이었다고 해요. 

 

이당시 중국에서 장사하러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보통 상족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상인(商人)이라 부르게 되었어요. 동양의 한자문화권에서는 지금도 장사와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을 상인이라 부르고 있죠.

 

상족의 인물에서 화상의 시조로 알려진 왕해는 장사하는 사람이었어요.

 

상나라가 오랜기간 중국을 지배하며 이 권력구조는 모든 이들에게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농경을 중심으로 하던 영지의 수장 영주들은 줄곧 자신들이 힘들게 생산한 곡식을 약탈해 가는 상나라를 좋은 눈으로 볼 수 없었어요.

 

결국 기원전 1046년 주나라의 희씨 성을 가진 발이라는 사람이 다른 농경부족들과 함께 군사를 일으켰어요. 수백명의 부족장들과 지금의 섬서성 부풍현에서 출발한 희발은 맹진에서 황하를 건너며 총 900km에 달하는 거리를 행진해 상나라 수도 조가(여러 번 이사한 상의 수도 중 마지막 수도예요) 근처 목야에서 상나라를 무찔러요. 이 이야기를 소설로 만든 이야기가 바로 <봉신연의>죠.

 

그리고 지금가지 상나라의 왕을 잇던 자(子)씨의 시대가 끝나고 희(姬)씨가 지배하게 되어 이때부터 국가의 지배자를 힘으로 교체하는 것을 역성혁명이라 부르게 되었어요. 이 당시 이미 중국에는 문자가 존재했고 영주나 각지의 엘리트들은 상나라의 권력이 작동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역성혁명을 통해 권력을 손에 넣은 주나라의 무왕은 곧 죽었지만 그 아들 성왕은 상나라에서 기초가 세워진 영주제도를 발전시켜 봉건제를 완성했어요. 이미 멸망한 상나라의 후손에게도 땅을 줘 송(宋)나라가 생겼어요. 진이나 초 등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하는 많은 나라가 이 때부터 시작되었어요.

 

중국의 고전인 시경과 주역, 상서 등 (이 세 책을 우리는 사서삼경의 <삼경>이라고 불러요. 주역은 역경, 상서는 서경이라고 부르기도 하죠)에서 상나라 시대에 발전하여 주나라 때에 완성된 당시의 사회제도를 엿볼 수 있어요.

 

이렇게 가장 잘 알려진 4개 문명의 역사를 간단하게 살펴보았어요. 그리고 눈치를 챈 사람도 있겠지만 이 네 개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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