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식당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당연하게도 음식이 맛있다는 것입니다. 음식이 맛있다면 굳이 호객행위로 손님들을 유혹하지 않아도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그 식당으로 옮기게 되죠. 당연한 이치입니다.
<롤> 랭크 게임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한 경기를 하더라도 승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소환사들은 자연스럽게 협곡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의 랭크 게임 환경개선 방향은 물음표가 많이 남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은 매칭을 만드는 것이 과연 현재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좋은 방안일까요? /주보국 필자(Amitis),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매칭 시간 down 게임의 질도 down?
경기를 잡는 시간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익명화 시스템은 라이엇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보여줬던 첫 단추였습니다.
익명화는 개발자 블로그에서 소개한 의도대로 사전 이탈을 줄이는 것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아직 라이엇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의 랭크게임 경험을 비교해 봤을 때 사전 이탈이 일어나는 경우가 줄어든 것이 체감이 될 정도였으니까요.
지난 21년 11월에 공개했던 상위권 구간의 사전 이탈 문제를 언급했던 라이엇 (출처: 라이엇)
상위권 실력대로 올라갈수록 누가 어떤 챔피언을 주력으로 다루는지 눈치로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그 유저가 누구인지 알았다고 하더라도 의도적으로 이탈하는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추측했던 유저가 아닌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죠.
상위권이 아닌 대다수 유저가 포진해 있는 티어의 경우 유저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이전 게임과 같은 챔피언을 플레이해도 처음 보는 유저인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봤을 때 익명화가 실패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내용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표현한 완성도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의 환경이었는지에 관한 것인데, 좋은 변수와 좋지 못한 변수를 인게임에서 파악할 수 있다 보니 완성도가 높은 게임을 경험하는 경우는 오히려 익명화 전과 후에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패치 전에는 사전 구성 단계에서 의구심을 품던 상황을 패치 이후엔 미니언이 나오고 나서 깨닫게 되는 경우처럼 깨닫는 타이밍만 바뀌었을 뿐이고 닷지로 피할 수 없게 된 것만 달라졌을 뿐입니다.
대표적으로 단지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만' 참여한 유저가 숙련도도 없고 연습 모드에서 연습한 적 없는 챔피언을 꺼낸 경우입니다. 일부 유저는 부족한 숙련도로 인해 다른 팀원이 손 쓸 방도가 없을 정도로 게임의 균형을 무너뜨린 뒤 조기 항복 투표를 열어 다음 게임에 참가하려고 했습니다.
이런 경기를 피하기 위해 전적 검색을 해오던 유저들의 입장에선 “예지력으로 사전이탈을 하지 못 한 내 잘못"이라며 자책할 수밖에 없는 일이 된 겁니다. 익명화 유저의 매칭의 근간엔 “모든 유저는 승리를 위하여 최선을 다 할 것이다"가 전제조건인데, 모든 유저가 승리 0순위가 아니었다는 점이 전제조건에 반하는 사례를 만들고 있었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챔피언을 다루는 유저와 합을 맞추는 경험은 즐겁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계정 통합 숙련도 시스템을 만들어 게임에 같이 참가하는 유저가 고른 챔피언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지 파악하는 정도의 정보는 제공해 줘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확실히 모든 유저가 승리만 생각하고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전적 검색처럼 개인 해석이 과도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점을 보완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죠.
또한, 이런 정보 제공은 현재 운영 중인 사전 구성 단계에서 픽 스왑의 전략적인 의미도 살릴 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챔피언 간의 상성에 민감한 라인에게 후순위 선택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군의 조합이 상대방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때 이를 무마할 수 있는 챔피언을 다룰 수 있는 소환사가 숙련도가 있다고 판단되면 후순위 선택으로 양보해 팀의 시너지를 보완하는 방식처럼 말이죠.
# 회전률이 높으면 만족스러운 경험을 얻게 될까
이번 13.3 패치로 도입된 조기 항복 투표의 가결 기준이 기존 5표에서 4표로 변경됐습니다. 이제 15분에 4명이 찬성하는 경우에도 항복으로 인정된다는 겁니다. 설명에 따르면 조기 항복 투표에서 4인이 동의했던 게임에서 계속 게임을 지속하더라도 역전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이런 경우엔 지고 있는 팀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도입한 것이죠.
조기 항복이 20분 이후의 기준처럼 바뀌면 지는 팀 입장에서 시간을 끌다가 결국 지는 엔딩을 맞이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에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티어의 색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하는 입장에서 살펴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더 큰 것도 사실입니다.
13.3 패치로 변경된 조기 항복 조건 (출처: 라이엇)
최상위권 실력대는 작은 실수나 실점이 큰 스노우볼로 굴러가고 조합의 특성을 파악해 역전할 수 있는 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등 항복의 의미가 감정적이지 않은 구간으로 볼 수 있죠. 실제로 글로벌 서버 기준으로 그랜드마스터 이상의 평균 경기시간은 20분으로 플레티넘 이상의 평균 경기시간인 30분보다 10분정도 짧은 점을 고려하면 조기 항복의 가결률이 이미 높은 상황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구간에서 조기 항복 투표는 매칭 시간이 길어 부계정을 찾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매우 효과적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유저가 포진해있는 구간에서도 최상위권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냉정하게 말하면 최상위권이 아닌 게임에서 15분에 전황의 유불리를 논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유저는 매우 드뭅니다. 흔히 말하는 브실골 구간에서는 오히려 멘탈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해 “이 게임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재미는 끝난 것 같으니 다음 게임을 해야겠어" 혹은 “저 유저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너무나 불쾌하다”가 항복 투표의 근거가 되는 상황이 더 잦을 겁니다.
흔히 티어를 올리기 위해서 속된 말로 “판수를 박는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는 롤의 특성상 이전 게임에서 얻은 교훈을 바로 다음 게임에 적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게임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아 두고, 이 경험을 적용하는 게임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쓰이죠.
하지만 조기 항복 분위기가 팽배해지는 상황에서 쌓는 경험은 이전보다 그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역전에 대한 생각보다 다음 게임에서 어떤 챔피언을 골라야 할지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테니까요.
지금까지 라이엇이 보여주고 있는 랭크 게임 개선 방향은 게임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매칭된 게임의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사전 이탈을 낮춰 게임 진행까지 걸리는 시간도 줄였지만, 경기가 이미 정상이 아닌 것 같으면 빨리 포기하고 다음 게임을 하라는 식으로 경기 시간도 줄였으니 말이죠. 과연 변경된 시스템은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요?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