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의 대회 메타를 살피면 스프링 시즌에는 바텀 라인전이 승패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MSI에서는 경기 자체가 원거리 딜러들이 대미지를 넣을 수 있는 구도를 만드는 싸움이 되어 버렸으며, 초반 바텀 개입을 통해 원거리 딜러를 키우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13.10 패치는 미드 로밍과 정글 개입도를 다소 낮추고 텔레포트 시간 버프를 통해 탑의 영향력을 정상화하고자 했습니다. 더불어 바텀 라인에 다른 라인이 개입하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했으며 이번 기사를 통해 설명할 아이템 패치를 통해 원거리 딜러의 한타 구도의 문제를 바꾸려 한 걸로 추측됩니다.
과연 라이엇의 패치가 성공적이었는지, 현재까지의 원거리 아이템 패치의 결과를 통해 알아봅시다. /서준호 필자(index),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 콘텐츠는 오피지지와 디스이즈게임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원래 한 가지밖에 구매할 수 없었던 무한의 대검, 나보리의 신속검, 구인수의 격노검이 신화 아이템이 되고, 기존의 신화 아이템들이 전설로 개편되면서 원거리 딜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정말로 많아졌습니다. 추억의 아이템이었던 스태틱의 단검도 돌아왔지요.
현재 가장 각광받고 있는 원거리 아이템은 '폭풍갈퀴'입니다. 패치 전부터 유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던 아이템입니다. 원거리 딜러 유저들이 하위템으로 선호하는 '절정의 화살'이 하위템으로 있으며, 원거리 딜러에게 필요한 능력치를 고루 제공함과 동시에 빠른 이동속도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거의 완벽한 아이템이란 평가를 받았죠.
실제 13.10 패치가 진행된 후에도, 예상대로 사실상 대부분의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이 폭풍갈퀴를 1코어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LSB CL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아블' 남대근 선수 또한 첫 귀환 때 원딜이 BF를 살 가능성이 낮기에 절정의 화살이 초반에 선호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무한의 대검을 1코어로 갈 경우 치명타 확률이 낮아 폭풍갈퀴가 더욱 선호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죠.
또한, 필자의 생각에는 아직까지 빌드가 정립되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보입니다. 폭풍갈퀴는 분명 매우 좋은 아이템이지만, 원거리 챔피언과 전설 아이템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메타가 연구되며 지금보다 빌드가 세분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라이엇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추세이기에, 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라이엇이 폭풍갈퀴를 너프할 확률도 높죠.
옵션이 변경된 피바라기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아이템입니다. 변경 이전 피바라기는 원거리 딜러의 비정상적인 생존력을 제공해 주던 아이템이었다면, 변경 이후 피바라기는 원거리 딜러의 전투 지속력에 특화된 아이템이 됐습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피바라기의 패치 초기 평가는 좋지 않습니다. 가격이 3,200원으로 매우 높고 효과가 조건부인 데다가, 12 레벨까지 공격력을 10 올려주는 옵션이 다소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높은 공격력과 철갑궁의 2배가 넘는 18%이라는 생명력 흡수 수치는 주목해 볼 만합니다.
또한, 18 레벨을 달성할 경우에는 조건부로 공격력을 40이나 올려줍니다. 결국 <롤>에서 가장 강한 것은 기본 스펙이기 때문에 빌드 최적화가 된다면 현재보다 분명 픽률이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10을 유지하는 구간이 워낙 길기 때문에 1코어나 3코어로 선택될 수밖에 없어 빌드 최적화가 어려우며, 일반적인 솔로 랭크에 비해서 전투 지속력이 중요한 LCK와 같은 대회나 천상계 솔로랭크에서 더 자주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돌아온 스태틱의 단검은 야스오와 요네가 더 자주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원거리 딜러들의 경우 비교적 베인이나 시비르의 선택률이 높습니다. 현재 폭풍갈퀴가 워낙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간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설 아이템으로 개편된 크라켄 학살자와 불멸의 철갑궁의 경우는 크라켄 학살자가 훨씬 더 높은 픽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생존력에 특화된 불멸의 철갑궁보다는 원거리 딜러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공속 DPS 아이템인 크라켄 학살자가 강세를 보이는 걸로 추정됩니다.
본래 원거리 챔피언마다 특정 치명타 옵션(무한의 대검, 나보리 신속검, 구인수의 격노검)의 선호가 뚜렷했던 만큼, 신화 아이템 개편에도 이전의 추세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무한의 대검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고 있으며 구인수 및 돌풍은 원거리 딜러뿐만 아니라 다양한 챔피언들에게 선택받고 있습니다. 나보리는 패치 이후 자야를 제외하면 많은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패치는 원거리 딜러들의 안정성을 낮추는 패치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돌풍과 함께 다른 치명타 옵션 아이템을 갈 수 없어지면서, 돌풍을 가게 되면 기댓값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돌풍이 아닌 다른 신화 아이템들은 생존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원거리 딜러들의 생존력이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죠. 이 밖에도 피바라기의 실드 삭제와 철갑궁 실드량 너프도 원거리 딜러의 생존력을 낮추는 패치입니다.
이번 원거리 신화 아이템 패치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구인수의 격노검입니다. 구인수가 주문력을 가진 예전 아이템의 형태가 되면서, 주로 구인수를 사용하던 원거리 딜러는 스킬에 AP 계수가 추가되는 패치를 받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도저히 티어가 오를 것 같지 않던 코그모가 단번에 0티어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구인수와의 시너지가 매우 좋기 때문입니다. 순전히 아이템 패치의 영향으로 티어가 올랐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코그모는 다른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보다 AD계수의 효율이 매우 낮아 극단적으로 아이템 옵션과 공격 속도에 의지하던 챔피언이었습니다. 이는 13.09 패치까지 주로 사용하던 아이템이 구인수, 루난, 마법사의 최후, 작쇼였다는 점에서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템트리의 문제점은 공격력이 낮고 방어구 관통력 아이템이 없어 갈수록 다른 치명타 원거리 딜러들보다 DPS가 오히려 낮아진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그모는 하이퍼 캐리형 원거리 딜러임에도 전성기 이후 급격히 대미지 기댓값이 비교적 낮아지는 챔피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아이템 패치로 인해 코그모는 전설 아이템을 가는 폭풍갈퀴를 가는 다른 원거리 딜러들과 달리 신화 아이템인 구인수를 가면서 1코어 아이템 효율이 상대적으로 더 좋아졌습니다.
특히 기존에는 사용하지 못했던 AP 계수를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구인수 패치를 하면서 AP 계수가 생긴 원거리 딜러들의 계수가 0.2~0.3 정도라는 걸 생각해 보면, AP계수가 0.7 정도인 코그모는 1코어 타이밍 때 상대적으로 큰 이득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구인수의 부가 효과는 방어력/마법 관통력이기에 코그모와 좋은 시너지가 납니다.
코그모는 공격 속도를 기반으로 체력 비례 마법 대미지를 입히는 챔피언이기 때문에 마법 관통력 옵션이 매우 효율적이며, 탱커 입장에서는 체력 비례 대미지/방어력 관통력/마법 관통력 모두를 가진 코그모를 상대로 어떤 아이템을 가더라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코그모는 1코어 타이밍부터 기존보다 훨씬 강해졌으며 3코어 이후에도 다른 원거리 딜러들보다 훨씬 효율적인 아이템 옵션 활용을 통해 강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티어가 급격히 오른 것으로 추측됩니다. 다만, LSB CL 팀의 남대근 선수는 W가 없는 타이밍에 다소 무기력해지기에 코그모가 OP까지는 아니란 의견을 밝혀 오기도 했습니다.
원래 구인수를 활용하던 원딜인 베인과 칼리스타는 AP 계수 버프를 받았음에도 심각하게 낮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구인수 아이템 자체의 성능이 좋다기보단, AP 대미지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챔피언과 시너지가 좋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현재까지 원거리 딜러 아이템 패치는 원거리 딜러의 안정성을 낮췄다는 점에서는 라이엇의 의도가 적중했지만, 1코어 폭풍갈퀴가 유행하면서 원거리 딜러의 템트리 다양화에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원거리 딜러들의 안정성이 낮아졌음에도 아직까지 캐리형 원딜 메타는 유지되는 모양새입니다. 원딜 유저라면 긍정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겠죠. 물론, 빌드 최적화와 아이템 후속 패치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