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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 아침의 나라는 멋진데 "이제 신작 주세요"

TIG 2023 게임업체 리포트 ⑥ - 펄어비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안규현(춘삼) 2023-07-17 16:14:05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고 난 뒤, 모두가 인공지능 이야기를 하는 시절입니다. 게임 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선 현장에서 부는 인공지능의 바람은 VR과 블록체인의 그것보다 훨씬 더 거세게 느껴집니다. '인공지능이 게임 개발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는 주장은 읽기에 따라 희망차고, 또 섬뜩합니다.

 

'2023년 연말은 연초와 크게 다를 것'이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인공지능과 함께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설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 변화의 가운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간 점검을 하기에 좋은 시점입니다. 

 

게임 생태계는 과연 어떤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은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이 어떤 상황이며,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여섯 번째는 최근 <검은사막>의 신규 대륙 '아침의 나라' 업데이트로 뜨거운 인기를 몰고 있는 펄어비스입니다. 펄어비스, '아침의 사막'은 멋지지만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김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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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펄어비스 요즘 어때요?

 

'아침의 나라' 업데이트 이후, <검은사막>은 제2의 전성기에 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진행한 '검은사막 페스타' 이후 정점을 찍은 모습입니다. 신규 유저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모든 시즌 서버가 '매우 혼잡'을 띄워 신규 모험가 전용 서버를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경쟁 MMORPG의 주춤세를 잘 노렸다는 평가가 뒤따릅니다.

 

​ 아침의 나라는 <검은사막>의 신대륙으로, 조선을 모티브로 제작됐습니다. 문화재청 등 국가 기관과 많은 지방자치단체의 제작 협조를 받아 만들어진 아침의 나라는 조선 시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침의 나라는 적재적소에 등판했습니다. 펄어비스에는 '구원 투수'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 ​실적을 보시죠. 2023년 1분기 펄어비스는 858억 원의 매출에 11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했습니다. 2022년 또한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펄어비스는 2022년 3,857억 원의 매출과 16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430억의 당기순손실을 낸 것은 CCP 게임즈 관련 손상차손 529억 원이 주요했습니다.

▲ 주목할 부분은 펄어비스의 국내외 매출 비중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 국내는 18.7%, 해외는 81.3%입니다. 이는 펄어비스가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게임과 브랜드 가치를 더 많이 가져가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만약 차기작이 나온다면 이 역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실제로 펄어비스는 PC 외에 글로벌 시장에서 널리 보급된 Xbox와 PS에서도 플랫폼을 구축한 상태입니다. 

 

​ 이런 상황에서 펄어비스는 자사의 주력 게임 <검은사막>의 새로운 콘텐츠로 조선풍 신규 콘텐츠를 내놓았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한국풍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국내는 물론 해외 유저들까지 타겟팅한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참고로 2022년 <검은사막> IP의 국내 매출 비중은 최대 23.4% 수준입니다.

 

​ <검은사막>은 3월 29일 아침의 나라 국내 업데이트에 이어 6월 14일 글로벌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성우 조성원(ProZD)을 주요 NPC 돌쇠 역에 기용하고, 돌쇠의 충청도 사투리를 미국 남부 방언으로 표현하는 등 한국적 요소를 전달하기 위해 공들인 것이 특징입니다.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 업데이트의 메타크리틱 점수는 ​7월 14일 기준 81점입니다.

 

▲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 업데이트의 실적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23년 7월, 펄어비스라는 기업을 논할 때 '아침의 나라' 외에는 할 말이 많지 않습니다.

 

▲ ​먼저 <검은사막 모바일>(이하 검사모)입니다. 2018년 출시한 <검사모>은 줄곧 감소세를 기록, 2022년에는 703억 원의 연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그래프에서도 점점 줄어드는 <검사모>의 매출 비중이 확인됩니다. 게임은 2022년 중국 시장 출시로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중국 현지의 인기 게임이 되지는 못한 모양새입니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중국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와 텐센트 탭탭(TAPTAP)에서 모두 인기 1위를 차지하며 좋은 초반 분위기를 보였습니다. 펄어비스는 인기 배우 치웨이를 모델로 선정하고, '서유기'의 손오공을 닮은 듯한 중국판 특별 클래스 '행자'를 출시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지요. 그러나 인기는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앱스토어 매출 순위는 출시 9일 만에 115위까지 추락했습니다. 일부에선 텐센트의 소극적인 마케팅을 원인으로 지적했지만, 게임 자체가 2018년에 출시된 '옛 게임'이었습니다. <원신>을 비롯, 화려한 모바일게임이 많이 출시된 중국에 2018년 게임을 들고 가기에는 늦었다는 것이지요. 이 사례는 한국 게임업계에 "중국 진출=성공" 도식이 언제나 맞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2021년부터 2023년 1분기까지 '검은사막'과 '이브 온라인' IP의 매출 비율은 약 8:2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펄어비스는 2018년 <이브 온라인> 개발사 'CCP 게임즈'를 인수했습니다. 펄어비스는 <이브 온라인>의 미래 가치에 주목한 걸까요? 코어 유저층이 확실한 <이브 온라인>답게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지만, 2022년 펄어비스는 CCP 게임즈 영업권에 대해 529억 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습니다.

 

 펄어비스는 2021년 <로스트킹덤> 개발사로 유명한 팩토리얼게임즈를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팩토리얼게임즈는 2021년 발매한 후속작 <슈퍼스트링>이 부진을 겪으며 2023년 사업 정리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조석우 펄어비스 CFO는 2023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경영활동 및 경영 환경 고려 및 전략적 선택에 따라서 해당 사업(팩토리얼게임즈)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시장에서는 펄어비스의 M&A 성과에 의문부호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 발 남았습니다. 펄어비스는 <블랙클로버 모바일>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의 지분 38.1%를 보유한 단일 최대 주주입니다. 5월 25일 발매된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올해 신작 발매 예정이 없는 펄어비스의 단기 모멘텀으로 분석되었지요.

 

 ​센서타워에 따르면,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출시 51일 만에 글로벌 매출 1,000만 달러(약 126억 원)를 달성하며 전 세계 모바일 턴제 게임 매출 순위 6위에 올랐습니다. 매출 비중은 일본 시장이 64.8%, 한국 시장이 35.2%를 차지했습니다. 6월 30일 새 시즌 업데이트에 힘입어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40위권을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이후<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순위가 하락, 현재는 매출 100위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블랙클로버 모바일>

# 그래서 신작은 언제 나오나요?

 

펄어비스가 2023년 1분기 IR 자료에 제시한 2분기 개요. (출처: 펄어비스)

<검은사막>의 뒤를 이을 차기작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걸까요? 펄어비스의 신작 공백이 길어짐에 따라 피로감까지 느껴집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도깨비> 공식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것이 2021년 12월입니다. "글로벌 콘솔 유저의 눈높이를 맞출 퀄리티로 개발" 중이라는 <붉은사막>의 트레일러는 2020년 12월에 공개됐습니다. <플랜 8>도 요즘 소식이 없습니다.​​ 2019년 처음으로 공개된 세 게임 모두 아직 출시 일정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2019년 지스타에서 함께 발표됐던 <섀도우 아레나>는 작년 8월 10일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 남아있는 세 타이틀 중에서는 <붉은사막>이 가장 빨리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펄어비스는 2022년 3분기와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붉은사막>이 올해 말 출시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검은사막> 유저들은 아침의 나라 업데이트 전후로 이전에 비해 패치 내용이 증가한 점으로 말미암아 <붉은사막>의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붉은사막>은 지스타 2019에서 <도깨비>, <플랜8>과 함께 공개됐습니다. 2023년 2월 컨퍼런스 콜에서 추가로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붉은사막>은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되 기본적으로 싱글게임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또한 PC와 콘솔 동시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펄어비스의 새 프로젝트 <도깨비>. 한국적 배경을 차용해 주목을 끌었고 '메타버스' 키워드까지 붙었지만, 이후 소식이 없습니다.

 

▲ ​조석우 펄어비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2022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단기 시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 런칭 이후에도 10년, 20년을 유지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으로는 <붉은사막>은 <도깨비>도 고려해 개발을 진행한 부분이 많다며 "<붉은사막>이 나오면 <도깨비> 출시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펄어비스는 최근 게임스컴 2023 참가를 확정했습니다. <붉은사막>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이때 공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입니다. 또한 게임스컴 2023을 기점으로 <붉은사막>의 마케팅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지난해 네오위즈는 <P의 거짓>으로 게임스컴 2022에서 3관왕을 차지한 이후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했죠.

 <도깨비>와 <플랜8>은 어떨까요? 2021년 트레일러 이후로 <도깨비>에 메타버스 요소를 추가했다는 것 외에 발표가 없습니다. 업계에서는 '<도깨비> 프로젝트가 잠시 중단됐다', 또는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요. 이 가운데 펄어비스는 게임의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펄어비스는 이런 소문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시장과 소통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게임 개발에 대한 열정만은 확실한 걸까요? 펄어비스는 2022년 과천 신사옥 '홈 원'에 입주했습니다. 홈 원은 '거대 게임 개발 기지'라는 개발 콘셉트 하에 국내 최대 규모의 '모션 캡처 스튜디오', 사운드 스튜디오, 작곡가룸, 더빙룸를 갖춘 '오디오실', 펄어비스가 자랑하는 자체 엔진의 근간 '게임 엔진 스튜디오' 등 원활한 게임 개발을 위한 시설을 갖췄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도 자체 엔진의 기술력을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은 특기할 만 합니다.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8>의 개발에 앞서 차세대 게임 개발을 위한 '블랙 스페이스 엔진'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RED 엔진을 사용하던 CDPR이 언리얼 엔진으로 선회했듯이, AAA급 개발사들이 범용 엔진을 쓰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펄어비스는 이와 상반된 길을 걷고 있습니다.

 

펄어비스 과천 신사옥의 모습. (출처: 펄어비스)

 

# 김대일 의장의 새로운 "사막"... 연내에는 꼭?


 펄어비스는 김대일 의장이 최대 주주로서 44.29%의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펄어비스 설립자인 김대일 의장은 펄어비스 지분의 36.67%를 직접 보유하고 있습니다.


 김대일 의장은 현재 다시 개발 현장으로 돌아가 게임 엔진 제작​과 <붉은사막>의 개발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대일 의장은 펄어비스 창업 전, 가마소프트에서 <릴 온라인> 개발 총괄을 맡았고 이후 NHN으로 이직해 <R2>와 <C9>의 개발을 지휘한 24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개발자이기도 합니다.

 

<붉은사막>은 연내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고 알려졌습니다.

 김대일 의장을 제외하고 펄어비스 지분의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지분공시의무자는 서용수 전 펄어비스 이사가 유일합니다. 서용수 전 이사는 펄어비스의 창립 멤버로, <검은사막>의 그래픽 개발 총괄을 맡았습니다.

 펄어비스의 허진영 대표는 SK커뮤니케이션즈 커뮤니티 실장, 온네트 퍼블리싱본부장, 다음게임 서비스본부장 등을 역임한 게임 및 SNS 전문가입니다. 펄어비스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던 허진영 대표는 2022년 펄어비스 대표이사로 선임됐습니다. 참고로 전임자 정경인 전 펄어비스 대표는 펄어비스를 떠나 엔터테인먼트 기업 더블랙레이블을 맡고 있습니다.

 

 모멘텀의 측면에서, <검은사막>은 해줄 만큼 해준 듯합니다.​ 김대일 의장이 직접 개발을 이끌고 있는 <붉은사막>이 나와줘야 합니다. 그간 펄어비스는 게임스컴과 더게임어워드에서 신작 관련 소식을 공개해왔습니다. 

 

펄어비스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 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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