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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티, '런타임 요금제'가 그토록 논란이 된 까닭은?

TIG 2023 게임업체 리포트 ⑱ - 유니티 테크놀로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안규현(춘삼) 2023-09-19 18:54:17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고 난 뒤, 모두가 인공지능 이야기를 하는 시절입니다. 게임 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선 현장에서 부는 인공지능의 바람은 VR과 블록체인의 그것보다 훨씬 더 거세게 느껴집니다. '인공지능이 게임 개발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는 주장은 읽기에 따라 희망차고, 또 섬뜩합니다.

'2023년 연말은 연초와 크게 다를 것'이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인공지능과 함께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설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 변화의 가운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간 점검을 하기에 좋은 시점입니다. 

게임 생태계는 과연 어떤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은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이 어떤 상황이며,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살펴볼 대상은 최근 게임 설치 횟수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런타임 요금제 정책을 발표해 논란의 중심에 선 유니티 테크놀로지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 TIG 게임업체 리포트 모아보기 (바로가기)​





# 유니티, 요즘 많이 힘든가요?


 유니티 테크놀로지(이하 '유니티')는 2004년 창립 이래 내리 적자를 기록해 왔습니다. 경쟁사 에픽 게임즈(언리얼 엔진)가 <포트나이트>라는 확실한 캐시카우와 더불어 자체 게임 플랫폼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좋지 못한 상황입니다.


▲ 유니티는 2020년 기업공개(IPO)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습니다.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한 자금 13억 달러(약 1조 7천억 원)을 바탕으로 여러 회사를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고, 그 결과 매출은 2년 동안 약 2배로 증가했습니다. 다만 적자 폭도 같은 규모로 증가했습니다.


파섹(원격 데스크톱), 웨타 디지털(시각효과 스튜디오), 아이언소스(모바일 앱 수익화), 지바 다이나믹스(디지털 휴먼 제작 도구), 스피드트리(환경 개발 도구), 픽시즈(3D 데이터 처리), 어토매틱스(인공지능을 이용한 3D 텍스처 생성), 레스트AR(3D 스캔 및 렌더링) 등 기업 인수가 해당 기간 이뤄졌습니다.


인수 조건은 대부분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파섹은 3억 2천만 달러(약 4천억 원), 웨타 디지털은 16억 2,500만 달러(약 2조 2천억 원), 아이언소스는 44억 달러(약 5조 8천억 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적자의 배경에는 엄청난 규모의 연구 개발(R&D) 비용이 있습니다. 유니티는 전체 영업비용 중 50% 이상을 연구 개발 비용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2022년에는 연구 개발 비용이 매출의 68.6%에 달했습니다.


유니티의 2021년과 2022년을 비교했을 때, 매출은 약 41.5% 증가한 반면 연구 개발 비용은 55.8%로 더욱 큰 증가 폭을 보였습니다. 


 유니티가 다양한 기업을 인수한 것은 해당 기업이 가진 기술과 유니티 엔진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것으로, 인수된 기업의 연구 개발 비용 반영과 더불어 해당 기업의 기술을 유니티 엔진에 적용하기 위한 비용이 추가로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 또한 유니티는 매년 음의 영업현금흐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업활동 결과 벌어들인 현금보다 외부로 유출된 현금이 더 많다는 뜻이죠. 이에 더해 여러 차례 기업 인수도 진행됨에 따라 부채비율은 종래의 93.7%에서 109.6%까지 증가했습니다. 


 109.6%라는 부채비율은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치입니다. 또한, 절대적인 자산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일정 수준을 유지했음을 고려하면 안정성 측면에서는 양호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유니티는 분명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자산 규모에서 확인할 수 있듯 여러 차례에 걸친 확장으로 사업의 규모 자체가 비대해졌기 때문입니다.


 유니티는 지난 1월 300명, 5월 600명 규모의 정리해고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정리해고의 이유에 대해 존 리치티엘로 CEO는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해 목표, 전략, 우선순위를 재평가했다. 지금까지와 동일한 비전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더 회사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더욱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힘든 상황은 맞는데... '런타임 요금제'가 그토록 논란이 된 까닭은?



​ 유니티의 시장 점유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는 존재하지 않지만, (게임 개발 시장의) 굉장히 큰 부분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8년, 존 리치티엘로 CEO는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SF 행사에서 “플랫폼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다르지만, 모바일게임 전체의 절반 이상이 유니티로 제작되었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또는 확장현실 플랫폼으로 구축된 모든 것의 60~70% 이상이 유니티로 구축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니티가 가장 최근 밝힌 바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상위 1,000개의 모바일게임 중 70%가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되었으며, 모바일·PC·​콘솔을 통틀어 50% 이상의 게임이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 유니티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기준) 새로운 런타임 요금제를 발표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설치 횟수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유니티의 결정은 업계에 큰 파란을 가져왔습니다. 한 번 설치했을 때 플레이 기간이 길고 유저 당 매출액이 높은 게임과, 플레이 기간이 짧고 광고로 게임을 유지하는 게임 등을 모두 '설치 횟수'라는 기준으로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으니까요. 


'2022 게임 업계 보고서' 중 일부 (출처: 유니티)

▲ 다시 곱씹어봐도 유니티의 결정이 안타까운 점은, 유니티는 2023년 초 발간한 '2022 게임 업계 보고서'에서 "플레이어는 많아졌지만 결제 유저(payer)는 적어졌다."는 관측 결과를 보고한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유니티가 관측한 결과를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었을 개발사들이 크게 반발한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 유니티는 자사의 광고 솔루션을 이용하면 런타임 요금제를 공제해 준다고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개발사 및 퍼블리셔의 비용이 가중되는 것은 동일하기에 비판을 피해 갈 순 없었습니다.


 19일 해외 매체 블룸버그는 요금 상한 설정, 소급 적용 제외 등 주요 정책을 수정하기 위한 전체 회의가 유니티 내에서 진행 중이라는 보도를 냈습니다. 런타임 요금제가 발표된 지 일주일만입니다.



# 불신의 아이콘? 존 리치티엘로 CEO 경력도 화제


유니티 존 리치티엘로 CEO


▲​ 유니티의 런타임 요금제 논란이 확대되며 현재 유니티 CEO를 맡고 있는 존 리치티엘로의 이력이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일렉트로닉아츠(EA) CEO로 근무했던 시기의 정책과 유니티의 런타임 요금제 정책이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리치티엘로는 펩시코, 하겐다즈(그랜드 메트로폴리탄 그룹), 윌슨 스포팅 굿즈 등의 기업을 거쳐 1997년 EA의 COO(최고 운영 책임자)로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인 전문경영인입니다.​ 


 ​2007년 EA CEO에 오른 리치티엘로는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 전까지 6년 동안 CEO직을 수행했습니다.


 2008년 EA는 시뮬레이션 게임 <스포어>에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을 적용해 설치 횟수를 3회로 제한하고, 설치제한 횟수를 풀기 위해 별도로 EA에 연락을 취해야 하는 방식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이는 유저들의 불편을 초래했고, EA는 <스포어> 다음으로 출시한 <심즈 3>에는 DRM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2011년 출시한 EA의 게임 유통 플랫폼 '오리진' 또한 게임에 설치 횟수 제한을 설정해 유저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리치티엘로의 유산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리치티엘로는 <FIFA 09>에 '얼티메이트 팀' 모드 도입을 추진해 추후 EA가 거둔 재무적 성과의 토대를 다졌다는 평입니다. 얼티메이트 팀 모드는 유저가 선수를 모아 자신만의 구단을 만들어 다른 이들과 경쟁하는 모드로, 유저는 포인트나 코인 같은 재화로 루트박스를 구매해 확률적으로 선수들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얼티메이트 팀 모드는 지금도 <FIFA> 시리즈의 최종 콘텐츠로 여겨집니다.


 2011년 출시한 <배틀필드 3> 또한 1주일 만에 판매량 500만 장을 달성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배틀필드 3>​는 당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 밀리던 <배틀 필드>의 명성을 크게 끌어 올린 계기가 되었습니다.


 반면 실적 부진으로 인해 게임 스튜디오의 인원을 감축하고 빠른 완성을 독촉해 게임의 완성도를 저하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해당 시기 출시되어 낮은 완성도로 평이 갈렸던 게임으로는 <커맨드 앤 컨커 4 타이베리안 트와일라잇>, <드래곤 에이지 2>, <메달 오브 아너> 등이 있습니다.


▲ 리치티엘로는 결국 2013년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EA CEO와 이사회에서 물러났습니다. 유니티에는 2013년 말 자문으로 합류했고, 2014년 말 CEO로 임명되었습니다. 

​ 리치티엘로는 2022년 해외 게임 매체 포켓게이머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의 수익화를 고려하지 않는 개발자들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욕 나오는 멍청이들"이라고 표현했다가 두 차례에 걸쳐 사과한 바 있습니다. 원문은 "Fu**ing Idiot"으로, 한 회사의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말하기엔 다소 센 수위입니다.


▲ 리치티엘로는 "만약 다시 인터뷰 한다면 '개발자들을 위해 게이머들의 반응을 더 확실히 판단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응답했을 것"이라며 "많은 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있으며 앞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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