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컴퓨터' 시리즈는 국내/외 IT 업계 인사들의 컴퓨터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의 주인공은 문화인류학자 연세대학교 조한혜정 명예 교수입니다.
안녕하세요.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입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와 문화인류학과에서 쭉 가르쳤고요. 지금은 은퇴해서 온갖 사람을 만나면서 새로운 시대의 실험을 하고 있죠.
Unix (출처: Nokia Bell Labs)
저는 남편(전길남 박사)이 컴퓨터 쪽을 일찍부터 했어요. 카이스트로 옮겨갔을 때 저는 호기심이 워낙 많아서 가끔 랩에 들어가서 관찰도 하고 자연과학자들이 활용하는 것도 보면서 관심을 가졌죠. 그때 유닉스 컴퓨터였어요. 굉장히 거대한 컴퓨터였는데, 컴퓨터를 잘 모르는 일반 사람 중에 하나로 테스트를 한 거죠.
노트북 나오기 전일 거예요. 내가 정말 난필이거든요. 그러니까 글이 막 날아가기 때문에 조교들이 내 원고를 보지 않으려고 그래요. 조교들이 교수들의 원고를 옮겨 써주는데 저는 조교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요. 조교들은 어떻게든 조한혜정 선생님 원고는 못한다고 할 정도인데요. 컴퓨터가 나오니까 조교들한테도 안 미안했죠. 그래서 저는 노트북이 나올 때 너무 좋았어요. 이게 나를 살리는 기계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던 거죠. 그래서 일단 난필 문제는 해결했고.
두 번째는 '많은 사람한테 빨리 공유할 수 있다'는 문제도 해결이 돼서 저는 굉장히 컴퓨터를 좋아했죠. 우리 사회과학 쪽에서는 쪽글을 많이 써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도 자기 얘기를 계속해야 되는데, 저만 리포트를 보고 점수를 매기잖아요. 근데 그게 난 굉장히 불공평한 것 같아요. 학생들이 글도 너무 잘 쓰니까 이 글은 서로 공유해야 된다고요. 이렇게 항상 생각하고 이걸 어떻게 공유하게 할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차였기 때문에, 인터넷을 쓰면 모든 학생이 같이 볼 수 있겠구나 했죠.
그래서 PC통신이 나오고 나서부터인지 가능한 한 모두가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다음에 모두가 댓글을 달 수 있고 평을 달 수 있고 때로는 점수도 자기네들이 같이 매길 수도 있는 거고.
저는 항상 정보는 널리 공유돼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특히 이제 그 과정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그전에는 정말 같이 보는 사람하고만 소통 하지만 이제 온라인을 통해서 뭐든지 서로 토론할 수 있고 자기네끼리 그걸 충분히 공유하고 충분히 토론할 수 있게 됐죠. 그런 툴로서 컴퓨터는 너무나 훌륭한 문명의 이기라고 생각을 하죠.
글쎄. 고마운 친구라고는 할 수 없는 것 같고. 앞으로 AI가 해야될 것처럼 정말 잘 도와주는, 내가 잘 부렸기도 하겠지만 '나를 굉장히 잘 도와주는 반려'가 아닐까요.
삶 자체가 바뀌는 것을 최근에 느끼거든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 자체가 질적으로 변화하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나는 굉장한 공포심을 갖고 있죠.
그래서 그냥 두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하죠. 하나는 내가 사는 것처럼 이렇게 모여서 살면서 서로 계속 밥도 나눠서 먹고 화초도 같이 키우고 서로 삶을 일구는 수렵 채취 사회 비슷하게 자급자족하면서 집단으로 사는 것과, 한쪽은 테크놀로지 쪽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면서 교육이나 이런 것들을 확 바꿔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최근에 <에브리띵 윌 체인지>라는 영화가 나왔는데요. 다 VR장비를 쓰고 2050년에 2020년을 보고 반성을 하면서 좋아지는 그런 좀 엉뚱한 내용이에요.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죠. 정말 이렇게 진실이 뭔지에 대해서 밝힐 수가 없는 체제가 되고 있고요. 소셜 딜레마 그런 데서 보이는 것처럼, 이게 다 계속 사람을 본질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게 잡아두는 그런 시스템이라 정말 이게 어디서 어떻게 개입해야 되나-라고 아주 깊은 절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나마 살아남으려고 손자와 그 아이들과 함께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면서, 나를 살게 하는 순간의 기쁨의 실천이죠. 큰 희망은 전혀 없는데 일단은 우리가 이때까지 해왔던 이렇게 하면 될 거야, 저렇게 하면 될 거야-하는 거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중요해요.
내 자신이 바뀌어야 되고 내 자신의 사유 방식이 바뀌어야 되고 이거야-라고 규정하기 전에 내 몸부터 약간 바뀌어야 되는 거고, 내가 맺는 관계로부터 바뀌어야 되고, 사는 것 자체가 고립되지 않아야 되고, 소외되지 않아야 되고, 그래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뭔가 계속 하는 게 아니고 안 하고 있어 보는 것. 자기를 바라보는 것, 뭐 이런 것들을 했으면 좋겠거든요.
제가 뭐 손자한테도 계속 얘기하는 건데 좋은 친구들하고 재미있는 일을 계속 벌여라. 그래서 좋은 친구를 갖는 게 제일 중요하죠.
그러면서 재밌는 일들을 같이 벌리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하죠. 세상을 구할 좋은 일을 해라, 이렇게 하면 재미도 없으니까요. 온라인에 들어가서 포켓몬 같이 잡는 친구가 아니고 실제 친구들, 그리고 삶을 계속 이어가면서 만나는 그런 친구들하고 만나서 무언가를 하다 보면요, 세상에 대해서도 얘기할 것이고,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할 것이고요.
그래서 돈만 있는 세상이 아니고, 세상은 돈의 세상-경제 세상이 있고, 한쪽에서는 의미 있게 사는 인간이 있는 거죠. 인간은 어차피 죽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리고 늙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세상하고 두 개를 같이 봐야 되는데요. 같이 늙어가는 친구들하고 그 작업들을 할 수 있고요.
그런 걸 하려면 책을 보는 걸 좋아한다든가, 그런 친구들과 같이 책을 본다든가, 도서관과 친하다거나 그리고 저는 항상 바위를 탄다든가, 자연 속에서 서핑을 한다거나, 이런 식의 자연을 정말 즐기는 그런 경험들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기업들도 계속 입시 교육에 어떤 식으로든 끼어들어서 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 입시 교육은 정말 갈 데가 하나도 없거든요. 그런데 갈 데가 하나도 없는데, 역설적이게도 학원이 너무 정교하게 짜여 있어요. 학교는 그런 면에서는 학원하고 굉장한 공생 관계를 맺고 있고요.
그래서 외국에서 친구들이 오면 우리나라 교육을 너무 부러워 하는 게, 학교 딱 끝나면 학교에서 애들 좋은 급식 먹고 재밌게 놀다가 학원에 노란 봉고차를 딱 타고 그때부터 또 완전 학원을 돌아다니잖아요. 그렇게 하는 식으로 이렇게 연결이 딱 돼 있는 거죠. 그러면서 나머지 짜투리 시간을 게임을 한다든가 하는 건데요. 애들이 짜투리 시간이기 때문에 제대로 놀면서 자기 세상을 만들지 못하니까, 그래서 넥슨은 이상한 짜여진 이 세상에 나름 틈새를 내는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죠.
결국 게임이 다 판타지잖아요. 지금 아이들은 판타지를 읽어야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손자도 요새 <귀멸의 칼날> 본다고 그랬잖아요. 그전에 뭘 또 열심히 보더라, <나루토> 그걸 열심히 봤어요. 이 친구가 거기서 얻은 거는 판타지 세계인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그 판타지 세계에서 다음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실제로 실제 상황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 우리 아이들은 입시라는 실제 상황하고 전혀 다른 판타지를 연결을 전혀 못 시키고 있는데 그걸 연결할 수 있는 그런 삶의 장을 우리가 만들어야 되거든요. 그래서 나는 게임 좋아하는 형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되게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는 게임 좋아하는 형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되게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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