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게임 업계에 한파가 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많은 회사들이 직원을 떠나보냈습니다. 그래서 디스이즈게임이 격주 월요일, 이상민 애널리스트와 함께 게임 업계의 맥을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여러 증권사에서 경력을 쌓아온 그는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사랑하는 '진성 게이머'이기도 합니다. 게임사들의 숫자를 읽다 보면, 한파가 끝나고 봄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민의 돈돌이가 보는 게임. /편집= 김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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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 <킹덤 하츠>로 유명한 스퀘어에닉스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포스포큰>의 실패를 꼭 언급하지 않더라도 실적 부진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실적 부진은 꽤 장기화되어 가고 있는 문제로 보이며, 당연히 대형 신작이 구원투수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실적발표회를 보다보면 의외로 캐주얼 게임 라인업 강화와 M&A가 스퀘어에닉스의 다음 행보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퀘어에닉스의 2024년 1분기 (주: 스퀘어에닉스는 3월 결산법인) 실적 발표는 필자에게 상당히 충격이었습니다. 스퀘어에닉스는 2023년 6월 <파이널 판타지 XVI>을 내놓았죠. 2016년 <파이널 판타지 XV>이후 장기간의 공백을 깨고 나온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었습니다. 게다가 <파이널 판타지 XIV>를 성공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디렉터인 요시다 나오키가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발매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럼에도 스퀘어에닉스의 1분기 실적발표는 부진했습니다. 해당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2024년 1분기 매출액/영업이익/지배주주순이익을 살펴보겠습니다. 대형 타이틀인 <파이널 판타지 XVI>의 발매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및 지배주주순이익이 크게 급감하였습니다.
Source: Square Enix, 주) 1Q라 함은 스퀘어에닉스가 3월 결산법인인 관계로, 4월 1일~6월 30일까지의 기간을 정의함
영업이익은 3년 연속 감소하였으며, 1Q24 영업이익은 30억 엔(약 26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17%, 지배주주순이익은 63억 엔(약 558억 2,9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57%를 기록하였습니다. 대형 신작의 발매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급감하였으니, 8월 4일 6,366엔이었던 스퀘어에닉스의 주가는 실적발표인 8월 7일 5,561엔으로 -12.65%를 기록합니다.
Source: Google, 스퀘어에닉스 1Q24 어닝 쇼크
CEO인 타카하시 키류는 2023년 8월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개발비 상각 등 선지급 비용 및 1분기 광고비 집행의 영향이라고 언급하였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개발비의 상각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회계 처리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게임사들은 개발비를 주로 인건비로 회계 처리합니다. 개발비 항목을 따로 처리하는 일본과 다릅니다.
개발 중인 프로젝트의 성패를 예측하기도 힘들고, 그러다보니 자산(Asset)으로 처리하기 보다는 비용으로 처리한 후 결과는 향후 이익 또는 손실로 각기 반영합니다. IFRS 회계 기준이 도입된 2011년 이후의 일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스퀘어에닉스가 보여주듯,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기업의 ‘자산’으로 인식합니다. 단순히 비용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처리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회계학적 이야기는 깊게 들어갈 필요 없이 투자자 관점에서는 예측가능성이 매우 낮아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인건비로 대표되는 개발비용은 분기별로 꾸준하게 나가는데, 게임 출시 전에 중단된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상각을 하게 됩니다.
때문에 국내에서 일부 게이머나 투자자들이 이야기하듯 <파이널 판타지 XVI>의 판매가 부진하다는 오해는 실적 발표 이후 개발비 상각 방식에 대한 오해와 PS5 보급률 초기 국면에서 생긴 문제로 판단됩니다. 실제로 CEO인 타카하시 키류 또한 <파이널 판타지 XVI>의 판매량은 “기대에 부합한 수준”이라고 언급하였습니다.
PS5가 보급률이 여전히 낮은 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본게임의 성과지표는 PC판 발매 이후까지 넓혀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PC판 발매 이후로도 판매량이 부진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분기 및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원활하게 지배주주순이익이 매 분기 100억 원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파이널 판타지 VII : Rebirth>의 출시가 임박했음을 감안하면, 무리없이 300억 엔(약 2,658억 5,000만 원) 초중반의 지배주주순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Source: Square Enix, 스퀘어에닉스 FY24 1~3Q 매출액 / 영업이익 / 지배주주순이익
개발비 상각과 광고비 집행의 영향은 스퀘어에닉스의 경영지표를 여러모로 부진하게 만들었습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투자수익률(ROI : Return On Investment)를 중점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경영자의 성과를 하나의 지표로 표현하는 것은 ROE면 충분하다고 지난 네오위즈 자료에서 말씀드렸던 바 있습니다.
CEO인 타카하시 키류의 경우에는 ROI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데, 투자(또는 지출) 비용 대비 수익률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재무관리에서는 당기순이익 / 투자자본으로 계산합니다.
스퀘어에닉스의 최근 12개월 (TTM : Trailing Twelve Month) ROE, ROI와 5년 평균 ROE, ROI, OPM(Operating Profit Margin : 영업이익률)를 비교해봅시다. 스퀘어에닉스의 TTM ROE, ROI, OPM은 각각 8.39%, 8.26%, 10.02%였습니다. 반면, 5년 평균은 13.49%, 12.44%, 13.04%입니다. 이는 스퀘어에닉스의 수익성이 5년 평균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음을 의미합니다.
개발비 상각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다만, 회사측이 제시한 2024년 연간 영업이익률은 15.3%로, 5년 평균이 13.04%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사측에서도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카하시 키류는 실적발표회에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파이널 판타지 VII: Rebirth>의 판매량이 핵심이라고 언급하였습니다.
Source: Square Enix 스퀘어에닉스 ROE, ROI, OPM
이제 곧 나올 <파이널 판타지 VII: Rebirth>, <드래곤 퀘스트 X>의 확장팩, <파이널 판타지 XIV: 황금의 유산>이 향후 성과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다음 모멘텀이 무엇이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2024년에 대부분의 대형 IP 신작을 쏟아내는 국면이다보니, 2025년의 게임 라인업을 우려하게 됩니다. 노무라 테츠야가 <킹덤하츠 IV>를 준비중에 있지만, 2025년 대형 IP 신작이 우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 스퀘어에닉스, 캐주얼 게임으로 간다? 어떻게?
향후 그러면 무엇이 스퀘어에닉스의 실적을 견인할까요? 경영진들은 캐주얼 게임에 관심을 가지는 듯 합니다. 다음은 실적 발표회에서의 문답입니다.
Q. 차기 사업계획의 큰 틀을 세우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현재 부족하지만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인수합병(M&A)이나 기타 투자 등을 고려하고 있습니까?
A. 부족한 점이 있는 두 가지를 꼽겠습니다.
첫 번째는 타이틀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드래곤 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 프랜차이즈와 같은 강력한 IP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게임 플레이 스타일이나 장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게임 시장에서 고객들의 취향은 다양해졌고, 고객들은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블록버스터급 타이틀만이 인기를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타이틀 <파워 워시 시뮬레이터>는 캐주얼 플레이에 적합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우리 회사의 게임 라인업에서 다소 이례적인 게임입니다. 다만 그로 인한 수익을 꾸준히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우리의 내부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며, 따라서 우리의 게임 라인업에서 더 큰 다양성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나는 또한 내부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옵션으로 인오가닉(주: Inorganic 전략은 M&A 또는 지분투자, 기술 협약 등으로 빠르게 성장 동력을 얻는 전략을 의미함) 등을 배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문답에서 키 포인트로 보이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파워 워시 시뮬레이터>와 같은 캐주얼 게임이 수익성이 괜찮고 게임 라인업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언급은 캐주얼 게임 라인업 강화를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추측됩니다. 또한, 인오가닉 전략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은 M&A나 지분투자 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점입니다.
Source : Square Enix 파워워시 시뮬레이터
2025년 스퀘어에닉스의 라인업은 당장 생각나는 것이 없습니다. 시기상으로도 <파이널 판타지 VII : Rebirth>와 <파이널 판타지 XVI>, <파이널 판타지 XIV : 황금의 유산>이 출격한 이후이기 때문에 공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캐주얼 게임은 좀 다른 영역입니다. 개발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괜찮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캐주얼 게임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앱마켓을 보면 많이들 실감하고 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스퀘어에닉스가 캐주얼 게임을 개발해 본 경험이 많지 않으며, 성공도 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스퀘어에닉스는 <밀리언아서>라는 괜찮은 IP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밀아' 게임들은 장기간 서비스에 실패했습니다. 내부적으로 캐주얼게임 역량을 키우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대비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
또한 자체적으로 캐주얼 라인업을 강화하려고 해도, 여력이 되는 부서도 현재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Creative Business Unit 1은 키타세 요시노리, 노무라 테츠야가 소속된 부서로 <파이널 판타지 VII : Rebirth>와 <킹덤 하츠 IV>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Creative Business Unit 2는 미야케 유우가 소속된 부서로 <드래곤 퀘스트>와 <니어> 시리즈를 전담합니다. 이 역시 차기작 준비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Creative Business Unit 3은 요시다 나오키가 소속된 부서로 <파이널 판타지 16>과 <파이널 판타지 14>를 담당합니다.
이 역시 확장팩과 DLC로 바쁜 상황입니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부서가 Creative Business Unit 4로, 니시카도 히로카츠가 소속된 부서입니다. 해당 부서는 모바일과 성검전설 시리즈를 담당하는 부서입니다. 그렇다면 CB4 본부에서 캐주얼게임 라인업을 전담해야 하는데, 큰 재미를 못 본 이력이 있다보니 개발력과 함께 인원 확충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M&A 전략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는 발언처럼, 캐주얼 게임사를 인수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인오가닉 전략은 한국에서도 네오위즈나 위메이드가 잘 하고 있죠. 이러한 인수합병은 곧바로 성과가 나오기 때문에 5년 평균대비 침체된 스퀘어에닉스의 수익성을 빠르게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캐주얼 게임사는 대체로 체급이 작고 회사가 많다 보니 매물을 구하기도 비교적 쉬운 편이며, 자금 부담도 적은 편입니다.
스퀘어에닉스의 입장에서는 JRPG 위주의 라인업을 단번에 다변화 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매물을 충분히 찾을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캐주얼게임은 시대적 방향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게이머들도 짧은 컨텐츠를 소모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고, 이는 단지 게임 뿐만이 아닌 드라마, 음악 등에도 발견되는 현상입니다.
음악의 예시를 들어보죠. 버즈의 <겁쟁이>는 4분 43초, 박효신의 <눈의 꽃>은 5분 43초였습니다. 뉴진스의 <Super Shy>는 2분 35초, (여자)아이들의 <퀸카>는 2분 42초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대장금 (2003)>이 54부작이었던 것에 반해 <킹덤 시즌1>은 6부작, <오징어게임>은 9부작임을 사례로 들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용의 눈물>은 무려 100부작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짧은 컨텐츠를 소모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점 캐주얼게임은 현재 게임사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옵션으로 보입니다.
Source : 신한투자증권, 새로운 세대는 어떻게 컨텐츠를 소비하는가? – 짧아지는 컨텐츠 소모 시간
이상의 내용을 토대로 스퀘어에닉스의 실적발표회에서 나온 발언과 경영지표를 중심으로 차후 스퀘어에닉스의 행보를 추측해 보았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 <니어> <킹덤하츠> 모두가 훌륭한 IP입니다. 그러나, JRPG 위주라는 한계에서는 돌파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영진도 이를 알고 있으며, 개발비 상각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영진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스퀘어에닉스는 마주한 난관을 캐주얼게임 강화, M&A로 풀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23~24년 불꽃 같은 대작 러시 이후, 신작 공백기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분명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스퀘어에닉스가 JRPG ‘원툴’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을 수 있겠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