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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대한 리뷰가 될 수도 있고, 특정 주제에 대한 칼럼이 실릴 수도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이 클럽이 장기적으로 함께 대화하는 담론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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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끝내지 않고 질질 끄는 것은 비매너일까요?
<스타크래프트>에서 마지막 건물을 맵 깊숙히 숨겨 놓거나, <하스스톤>에서 밧줄을 태우는 등 시간을 끄는 행위가 과연 비매너인가에 대한 담론은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게임 블로거 유형권님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글=유형권(게임 블로거) 서문 및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 어느 날 유희왕을 하다가
<유희왕 마스터듀얼>을 플레이하고 있을 때였다.
누구도 먼저 움직일 수 없는 교착 상태에 빠진 듀얼에서, 상대 유저가 무언가 깨달은 듯 열심히 카드 패 효과를 돌리며 내 카드덱을 소모시키기 시작했다. 전략적으로 움직임이 완전히 묶인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패배할 운명이었다. 역전 가능성은 0%.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시점에서 항복하고 게임을 끝낼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전략적으로 승패가 결정된 상황이라고 해도, 상대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20분 가까이 반복적으로 카드 효과를 돌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반면 행동이 완전히 묶여버린 나는, 빠르게 턴을 종료하지 않고 추가로 시간을 끄는 선택지가 존재했다. 그런 상황을 알면서도 질질 판을 끌며 시간을 끄는 행위가 대전 상대에게 예의 없는 행동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희왕 마스터듀얼>
25년 전, <스타크래프트>를 한창 즐기던 때도 그랬다. 일방적으로 밀렸음에도 GG를 치고 게임을 나가는 것이 아닌, 맵 구석에 몰래 파일런을 만들어두거나 커맨드 센터를 띄워 섬으로 보내는 등 마지막 건물 하나가 파괴될 때까지 발버둥 친 기억이 있다.
게임의 승패는 언제나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빠르게 체념하는 한 판이 있는가 하면, 오기 부리며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한 판이 있다. 시스템 적으로 승패가 확정되지 않은 이상, 패자에게도 자유는 남아 있으며, 어떤 과정으로 패배할지도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간은 게임의 룰과는 관계없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유저가 상정했던 플레이 시간을 약간 초과하는 것 만으로, 플레이 중이던 게임을 도중에 그만두는 상황은 생각보다 많이 있다. 부모님이 나를 부르거나, 이동하면서 게임하다 목적지에 도작했다든가, 상대 유저가 굼뜬 속도로 플레이 한다는 사실만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등이 있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패배가 확실시된 상황에서 오기를 부리다 상대 플레이어가 게임을 종료해 우연히 승리를 따내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 지향적인 플레이를 할 경우, 고의적으로 시간을 지연시키는 행위는 나름대로 유효한 면이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제 대전 게임 플레이시 그런 것 하나하나 감안해가며 플레이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놀자고 시작한 게임이고, 어떤 식으로 게임을 진행해 나갈지, 어떤 심술을 부리고 싶은 등의 마음은 상황에 따라 쉽게 바뀌곤 한다.
그저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겪고, 가끔은 자신이 직접 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깨닫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승패가 결정되었다 판단될 경우, 빠르게 항복을 선언하고 게임을 나가는 것이 대전 상대에 대한 배려라 본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종종 시간을 끌고자 건물을 구석에 숨기는 일이 있었다.
이 주제는 턴 전략 게임을 즐길 때 비교적 많이 언급되는 편이다. 내가 턴을 오래 끌면 끌수록 상대는 마냥 기다려야 되고, 상대가 턴을 오래 끌면 내가 심심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대 턴이 진행되는 도중에 Alt + Tab 누르고 웹서핑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대 유저의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적법한 대응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충분한 교류를 나눴던 유저와의 대전이나, 얼굴을 보며 플레이 할 수 있는 오프라인 보드 게임의 형태라면 이해 받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나, 온라인 무작위 매칭 시스템이 주류인 환경에서 바라기엔 무리가 있다. 유저에게 돌아오는 것은 상대 유저가 얼마나 빨리 반응하는가에 따른 결과가 전부다.
깊이 장고하며 플레이 하든, 고의로 시간 끌며 플레이 하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잠깐 자리를 비우든 대부분의 과정을 유저는 알지 못한다. 과거, <하스스톤>을 즐기고 있던 시절엔 상대방이 밧줄 태우는 플레이가 심하다는 것만으로 차단을 하거나 신고하는 유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하물며 게임 전략상 승패가 결정된 상황에서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플레이를 곱게 보지 않는 유저가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스스톤>의 밧줄 태우기
하지만, 예의라던가 매너라던가 하는 요소가 게임 규칙에 완전히 반하는 행동이냐고 자문하면 그건 아니다. 비속어를 남발해 상대를 도발하거나, 자리에 없는 척을 하며 함정 전술을 펼치는 방식도 게임 전략 중 하나라 말하지 못할 것은 없다.
모두가 바른말 고운말 / 빠르고 올바른 방식의 게임 플레이를 지향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디지털 게임 이전의 놀이도 그렇게 해왔는가?"라고 자문하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거침없이 태클하고, 필요하면 파울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등 러프한 플레이는 놀이 역사를 통틀어 언제나 함께했었다.
승리에 대한 열망이 강할수록, 간단히 승리를 상대 유저에게 내어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할수록, 거친 대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엄격한 규칙을 정하고 진행하는 프로 게임 대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지 않았는가? 채팅을 치며 상대의 심리를 흔들거나, 게임 규칙의 허점을 잡고 있다가 대회에서 사용해 이득을 보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 그런 점까지 다 감안하고 보면, 승패가 결정된 상황에서도 항복하지 않고 최대한 시간을 끄는 행위가 '비매너'라 칼치고 봐야 되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대부분의 대전 게임이 빠른 템포로 승부를 내는 환경의 영향도 있으리라 보고 있다. 승패가 결정되었다 싶은 순간에 항복했으면 10분 만에 끝났을 게임을, 질질 끈다고 30분이고 40분이 걸리기 시작하면 나도 상대도 얻은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인상이 있다.
게임의 승패는 아이템 / 랭킹 등의 보상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는가? 묻겠다. 당신은 지금 한 판을 절실히 따내고야 말겠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그런 생각 할 시간에 빠르게 랭킹 올리거나 보상 노가다를 우선하고 싶은가? 이런 게임의 시스템이 '늘어지는 플레이'에 대한 유저 혐오를 가속시키는 것을 넘어 신고 사유로까지 발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하루다.
(출처: 깃허브)
유형권 - 게임 블로거
세상을 살며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는,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게임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으며, 게임 개발사에서 일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자유인으로 블로그를 포함해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