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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방구석게임] 내가 생각하는 게임 공략의 본질에 대해

게임의 재미와 가능성을 쌓아나가는 것

유형권(유형권) 2024-11-13 11:54:12

난이도가 높은 코어 액션 게임들을 접하다보면 꾸준히 듣는 이야기가 있다.


"소환물을 사용하거나 원거리 무기로 보스를 쓰러트리면 겁쟁이다", "근거리 무기만 사용해 전투에서 이기면 인정한다" 등... 판타지 세계의 전사들이나 할 말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현실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이해는 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일수록, 게임을 통해 달성한 무언가는 자신감이 되고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보통'모드보다 '하드'모드로 게임을 클리어하는 편이 다른 유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게임을 잘 이해하고 공략했다는 이미지가 붙기 쉽듯이 말이다. 


많은 액션 게임에서 등장한 보스 몬스터들의 패턴을 떠올려보면 빠르게 거리를 좁혀 근접공격을 하는 것보다, 거리를 벌려 대응하거나 동료의 힘을 빌려 함께 전투하는 편이 승산이 높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한 유저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보스 몬스터를 1:1 접근전만으로 처치하는 것이 어느정도의 위업인지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주제가 친한 지인들 사이에서 가볍게 웃고 지나가는 소재 정도로 쓰여야지, 그 이상 진지하게 파고들어 서로를 비교 및 평가하는데 쓰이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늘은 그렇게 생각한 이유에 대한 기록을 남겨볼까 한다. /글=유형권(게임 블로거)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집중력과의 싸움

대부분의 게임은 규칙이 존재하고, 플레이어가 규칙을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게 된 시점부터 목표 의식이 명확해지고 게임 클리어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후에는 플레이어가 생각해낸 전략과 동일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힘껏 조종한다. 

이 과정을 모두 해냈을 때 비로소 게임을 공략 및 클리어에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난이도가 높은 게임일수록 이론과 집중력 모두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게임을 공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등재된 게임 공략은 이론을 공유할 수 있을 뿐, 집중력은 공유할 수 없다. 퍼즐 게임의 경우 이론을 유지할 집중력이 요구되는 일이 거의 없어 누구나 따라하기 쉽지만, 실시간 액션 게임은 그렇지 않다. 공략 이론을 깨달았을 때부터가 본 게임이라 말할 정도로 난이도에 비례해 요구되는 집중력은 크다. 

<검은 신화 오공>

적의 행동 패턴 1이 나오면 왼쪽으로 이동! 패턴 2가 나오면 뒤로 한 번 물러서고 오른쪽으로 이동! 패턴 3이 나오면 전진 공격 스킬을 사용하고 앞으로 돌진! 알 수 없는 패턴이 나오면 뒤로 크게 물러서고 상황을 지켜본뒤 패턴 4로 등록 및 대응법 생각하기! 등의 플레이를 짧게는 2~3분, 길게는 20~30분 동안 실수 없이 반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그동안 접했던 고난이도 게임의 대부분은 난이도 별로 특정 기믹이 추가하거나 변화하는 것 없이 순수히 캐릭터의 체력 / 공격력 / 방어력 등의 숫자(성장치)만 조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Ex: 체력과 방어력이 너무 높은 보스) 이런 형태의 디자인은 플레이어에게 추가적인 이론 공부가 요구되지 않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데 필요한 집중력만 요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이는 게임을 다 이해했음에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클리어를 하지 못하는 플레이어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었을 것이다. 덕분에 적지 않은 유저가 초기 게임 난이도 설정으로 '노멀'을 선택하는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상기 내용을 토대로 "홀로 적과 접근전으로 싸워 승리할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게임을 플레이한 것이다." 등의 발언을 다시 살펴보자. 이런 종류의 발언은 '어떻게 전투를 이끌어 나갈 것인지' 방향성을 고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만큼, 필요해지는 이론도 크게 달라진다. 

접근법에 따라 요구되는 이론과 집중력에 어느 정도의 차등이 있는 것은 맞지만, 다른 이들이 인정해준다는 이유만으로 게임 플레이의 접근 방식을 좁힐만한 가치가 과연 있는 것일까?

<다크 소울>

즐기기 위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시작한 유저라면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방식(스트레스)으로 접근하고, 그에 맞는 이론을 공부하고 집중할 것이다. 그 끝에 게임의 엔딩을 보았다면, 게임 콘텐츠의 대부분을 이해 및 공략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된다. 

'게임을 이해한다' 라는 개념이 상대적인 것이니만큼, 다른 이의 플레이 방식을 인정하지 않거나,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는 등의 말투는 유저간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판단된 것이다.

그 밖에도 게임 공략은 각종 상황에 따른 특이점이 존재한다. 주먹이 닿을 정도로 적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원거리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정밀 조준을 하는데 집중력을 투자할 필요가 없는 방식), 레벨 1인채로 게임 시작부터 엔딩까지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방향성의 자유는 게임 공략과 이해의 범주가 그만큼 넓어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마음만 먹으면 한 게임, 한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게임 공략글을 수십개 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닌 것이다. (Ex: 옷 다 벗고 도전할때 주의할 점, 이모티콘 공격만으로 보스를 처치하기 등)


# <레이더즈>에 대한 추억


잠깐,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해보겠다.

지금으로부터 12년전, 국산 MMO 액션 게임 <레이더즈>가 서비스 되고 있던 당시, 한 필드 보스 몬스터의 공략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적이 있다. 이 몬스터는 공략법을 모르면 적정 레벨 유저 5명이 덤벼도 이기기 어려웠지만, 나는 혼자서도 시간만 들이면 여유롭게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수십번의 토벌 경험치를 쌓은 상태였다. 

공략 영상을 찍을 당시에는 공략법을 모르는 길드원들에게 보스 토벌 보상 권한을 주기 위해 -> 보스의 체력이 1~2% 남을때까지 혼자 공격하다가, 멀리서 대기하고 있던 길드원들을 호출해 마무리 공격을 부탁했다. 그랬더니? 공략 영상에 달린 댓글 중 "파티원이 함께 공격했으니 솔로 플레이 공략이 아니다" 라는 의견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런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꽤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14분 동안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보스와 맞서며 큰 실수도 거의 없는 깔끔한 전투여서, 게임 및 보스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공략한 유저로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저 댓글을 보고 처음에는 "아니, 보스랑 그 정도 맞붙고 체력 다 깎고 패턴 파훼법도 다 보여줬으면 솔로 플레이 공략으로 충분한거 아니야? 그 1~2% 챙겨준 것 가지고 인정을 안해?" 란 말을 무심코 중얼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의 내 반응이 과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반성하고 있다. '게임을 이해한다'라는 개념이 상대적인 것처럼, 같은 영상을 보고도 '저 사람은 게임을 완전 공략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 공략을 일종의 정복 / 달성의 개념에 가깝게 받아들이고 있는 유저라면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듯이 말이다. 그에 반해 나는 캐릭터 육성 상태가 어떻든, 시간이 오래 걸리든, 중간에 실수가 잔뜩 있든 신경쓰지 않았다. 

<다크 소울 3>

어떤 상황에서든 공략하는데 문제 없을 플레이가 되어야, 보다 많은 유저들이 집중력의 부담을 덜 받을 수 있는 공략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나름대로 게임 공략에도 이상향이 있다 생각하며 행동한 것이지만, 그것을 다른 유저에게 강요하는 듯한 행동을 해서야 본말전도가 된다. 

게임 공략을 하는 순간은 나만의 방식이자 재미였지만, 게임 공략의 공유는 다른 유저들과의 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클리어 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읽는 이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공략이 되지 않으면 유저들 사이에서 의견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게임 공략'은 고난이도 콘텐츠를 클리어 할 때만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다. 게임 입문 직후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서부터, 어떤 걸 첫 미션으로 받는 것이 자원 수급 효율을 낼 수 있는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관련 공략을 공유받은 유저는 다른 이들의 발자취를 그저 따라하며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평소 플레이 해오던 방식과 공감이 가는 방향으로 어레인지하여 진행한다. 그렇게 하나의 세계관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게임 진행 및 공략에 성공하는 유저들이 많아지고, 그 다양성이 게임과 게임 콘텐츠의 매력을 돋보이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게임 공략 방식에 위 아래를 구분하려는 행동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웠던 것 같다. 게임의 대단함은 남들이 해낼 수 없었던 위업을 찾아 도전하는 것이 아닌, 그런 것을 포함한 무엇이든 즐거움으로 치환할 수 있는 자유도에 있다 생각했으니 말이다. 수많은 플레이와 몰입이 흔적이 있기에 위업도 존재할 수 있다.


게임 공략의 본질은 수많은 플레이 기록이 생기는 과정에서 이전까지는 모르고 있던 게임의 재미와 가능성을 쌓아나가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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