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groobo'라는 플레이어는 엄청난 운이 따른 <디아블로> 플레이 동영상을 공개해 가장 빠른 스피드런으로 인정받았다. <디아블로>는 무작위로 맵이 생성되는 16층의 던전을 내려가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디아블로'를 처치하면 엔딩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이에 고전 게임을 전문으로 다루던 유튜버 '드왕고AC'가 의문을 제기했고, 2024년 자신이 운영하는 커뮤니티 '타스봇'의 멤버들과 함께 스피드런의 조작 가능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2009년 당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으나 많은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원들이 가장 집중한 부분은 <디아블로>의 게임 파일을 리버스 엔지니어링하여 별도의 맵 생성 도구를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게임에서 생성될 수 있는 수십억 개의 '시드'(난수)로 게임의 맵 배치, 아이템 분포, 퀘스트 배치를 테스트할 수 있게 했다.
이들이 프로그램으로 조사한 결과, 동영상처럼 '나즈의 수수께끼'를 특정 위치에서 곧바로 획득하는 시드는 게임 내에서 생성되지 않았다. 저장 파일 수정 도구를 사용해 2038년 이후의 시드를 강제로 지정해야만 겨우 생성할 수 있었다. 또한 스피드런에서 등장한 던전의 구조는 여러 시드가 조합되어야만 연속적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
이들은 해외 매체 'Ars Technica'와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13개의 서로 다른 게임 플레이가 합성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http://file.thisisgame.com/upload/nboard/news/2025/02/18/20250218173323_5157w.jpg)
그 외에도 동영상에서는 수많은 오류가 발견됐다. 이들은 논문에 준하는 분량의 별도 사이트를 만들어 스피드런 동영상의 오류를 지적했다. 음향을 분석해 음악이 부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점, 상점의 재고가 갑자기 바뀌는 현상, 획득했던 아이템이 갑자기 인벤토리에서 사라지는 문제, 시스템상 동시에 등장할 수 없는 퀘스트가 함께 존재하며 클리어까지 되어 있는 점 등 약 14개의 오류를 근거와 함께 제시했다.
![](http://file.thisisgame.com/upload/nboard/news/2025/02/18/20250218173506_1272w.jpg)
이에 스피드런을 공인했던 SDA는 요청을 받아들여 groobo의 스피드런 기록을 삭제했다. groobo 측은 "내 스피드런은 당시 '스피드런 데모 아카이브'라는 사이트에 '편집된 스피드런'(segmented/spliced run)임을 명시하고 게재했던 것이다. 다른 경쟁이나 순위표에 이 기록을 활용해 참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여기서 편집된 스피드런이란 가장 '잘된 기록'만 별도로 편집해 합친 스피드런 동영상을 의미한다. 참고로 해당 스피드런의 조작 의혹이 밝혀진 것은 2024년 중순이지만, 최근 해외 매체의 인터뷰로 인해 2025년 2월 다시 화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게임을 가장 빠른 속도로 클리어하는 '스피드런'은 해외 게임 커뮤니티에서 보편화된 문화 중 하나다. 이를 집계하는 사이트도 있으며, 게이머가 스피드런을 하는 것을 모여 대회처럼 방송하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게이머스 던 퀵'(Games Done Quick)이라는 자선 행사도 유명하다.
![](http://file.thisisgame.com/upload/nboard/news/2025/02/18/20250218172958_9168w.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