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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PlayX4 2024] 유저에겐 종합선물세트, 서로에겐 든든한 '노랑던전'

인디 개발자 그룹의 두 번째 던전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4-05-24 18:25:20

인디 개발자 그룹 '노랑던전'이 7년 만에 두 번째 던전을 열었다. 2017년 '노랑던전' 결성 이후 꾸준히 서로의 작업에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교류를 이어온 이들은, 2017년 말 첫 쇼케이스 이후, 코로나 19 등의 이슈로 두 번째 오프라인 행사를 열지 못했다. 그렇게 열린 두 번째 던전이 바로 이번 플레이엑스포 현장의 연합 전시 부스였던 것이다.


'노랑던전' 개발자들의 많은 게임들 중 다섯 팀의 게임을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터틀 크림의 <RP7>, 소미의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 종합밧데리(배터리)의 <유성> 외 3개의 작품, 싱글코어 게임즈의 <더 길티 하츠(The Guilty Hearts)>, 캣 소사이어티의 <던전 인>이 현장에 찾아 온 게이머들에게 각기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노랑던전' 부스의 분위기는 유쾌했다. <유성>을 만든 종합밧데리의 이근 개발자는 "누군가가 저희 눈앞에서 저희 게임을 플레이하는 걸,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보고 있고 그런 부분이 참 즐겁죠. 재미있어 하면 너무나도 기쁜 거고, 재미없어 하면 취향에 안 맞나 보다-하고 넘겨보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오프라인 행사는 개발자들의 축제"라고 말했다. 유저들에게 시연을 안내해주고 게임 이야기를 나누는 그 과정이 그의 말처럼 즐거워 보였다.


▲ 서 있는 세 사람은 왼쪽부터 <RP7> 개발자 박선용, 
<던전 인> 개발자 고민진, <더 길티 하츠> 개발자 유재원이다. 
앉아 있는 두 사람은 왼쪽부터 <RP7> 아트 담당 이규영, <유성> 개발자 이근이다.


실험 게임 페스티벌 아웃 오브 인덱스 기획자이기도 한 터틀 크림 박선용 개발자 또한 7년 만의 던전 개최를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다.


"게임쇼에서 이렇게 오프라인 행사를 하는 걸 오랫동안 이야기했었거든요. 다행히 코로나 19 이후에 플레이엑스포 부스 가격이 조금 내려가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연합 부스로 같이 나왔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조금 덜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아래에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독특한 컨트롤러를 비롯해 장비도 직접 집에서 가져왔다고.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 노랑던전 개발자들의 게임 3종과 기존 출시작들의 홍보를 겸해 유저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부스를 열게 됐다고 한다. 


지난 7년 동안 서로의 빌드도 해보고 의견도 주고 받으며, 1인 개발자들끼리도 동료처럼 지냈다는 '노랑던전'. 이 지점에서 조금 얄궂은 질문이지만 기자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서로 다 해보셨다면 제일 본인 취향이거나, 가장 재밌었다 싶은 게임이 어떤 게임인가요?" 


자신의 게임을 꼽은 경우도 있었지만,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게임은 <던전 인>이었다.


# 피 튀기는 던전 앞에서 여관 운영하기


▲ 캣 소사이어티의 <던전 인>. 화면 왼쪽 오른쪽에서 각기 다른 모험가 세력이 아래로 내려온다.
그들의 사이에서 여관을 운영해야 하는 콘셉트의 게임.


<던전 인>을 만든 캣 소사이어티 고민진 개발자는 "던전 앞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게임인데요.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찾아오는 양쪽의 모험가들이 사이가 너무 안 좋아요. 그래서 서로 만나면 죽일 듯이 싸워요. 원래라면 리스크가 크니까 여관을 안 여는 게 맞는데, 주인공은 안 들키면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으로 던전 코앞에서 여관을 열어요. 입구 앞에서 양쪽의 모험가들이 동시에 만나지 않게끔 하는 턴제 전략 매니지먼트 게임"이라 설명했다.


시스템도, 콘셉트 자체도 독특한 게임이기에 다른 개발자들도 <던전 인>이 "너무 새로워서" 가장 재밌다고 추천한 것이었다. ​두 모험가 세력 사이에서 사건 사고가 벌어지는 중에, 더 많은 모험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여관을 성장 시켜나가야 한다. 양쪽 세력 사이에서 의심을 사지 않는 것도 관건이다.


고민진: "패배한 쪽은 다 죽어서 기억을 못 해요."

기자: "정말 잔혹하네요."

고민진: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웃음)"


# 하루 빨리 출시됐으면 하는 추리게임


▲ 싱글코어 게임즈의 <더 길티 하츠>. 기자가 좋아하는 장르인 추리게임이다.

 

추리게임을 만드는 분들을 만나면 매번 언급되는 <역전재판>, <단간론파>. 오늘도 그 게임들이 거론됐다. <더 길티 하츠>를 만들고 있는 싱글코어 게임즈 유재원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다.


"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고요. 기본적으로는 제가 원래 좋아하던 <역전재판>, <단간론파>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기존 게임들은 선택지에서 답을 유추할 수 잇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피하기 위해서 증거와 증거들을 연결해 가면서 답을 찾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없는 게임들을 주로 만들어 왔다던 그는 본격적으로 긴 글을 써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대사, 트릭, 인터페이스 사이에서 많은 수정을 거쳐왔다. 아트를 담당한 강소진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어릴 때 <역전재판>을 해본 게 아니라, 대표님 덕분에 <역전재판>을 처음 접했어요. 너무 재밌어서 <역전재판> 좋아하는 사람들도 같이 좋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너무 <역전재판>스럽지는 않은, <더 길티 하츠>만의, 제 그림체를 살리고 싶었어요."


# 7개의 슬롯 그 안에서의 전투

▲ 터틀 크림의 <RP7>. 7개의 레버가 있는 컨트롤러를 주목하자. 


<RP7>을 만든 터틀 크림 박선용 개발자는 "슬롯 매니징 로그라이크라고 하는데요. 캐릭터는 자동으로 움직이고, 7개의 슬롯 위에서 캐릭터가 자동으로 움직이는데, 그 안에 몬스터, 포션, 실드도 있고 하는 거죠. 그래서 내 캐릭터가 어느 타이밍에 싸우고, 회복할지를 각 슬롯을 돌리면서 정해주는 거예요. 일종의 리스크 매니징이라고 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키보드로 플레이할 때는 7개의 버튼으로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7개의 레버가 있는 컨트롤러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슬롯 머신에서 영감을 받은 게임이라서 실제로 당기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저 컨트롤러를 텀블벅을 했고, 국내에서 이제 텀블벅이 끝났고, 오늘 킥스타터 시작합니다."


▲ 과거 <RP6>도 선보였던 박선용 개발자다. 


# "쏘는 게임입니다, 뿅뿅이죠"

▲ 세로로 긴 화면이 <유성>이다.


<유성>을 만든 종합밧데리(배터리) 이근 개발자는 "그냥 보시면 아시겠지만, 쏘는 게임입니다. 네, 뿅뿅이죠. 이걸 만든 지는 좀 됐는데요. 당시에 원버튼 게임이 좀 유행을 해서, 나도 원버튼 게임으로 뭔가 해볼 만한 게 없을까 해서 만들었는데, 쏠 때마다 한 번씩 방향이 바뀌도록 하면 어떨까 해서 만들었던 게 이겁니다. 가지고 노는 그 자체로 즐거운 거죠"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행사의 장점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개발자들은 이제 보통 사회성이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자기 회사 아니면 내부적으로 집에서 게임만 만드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 보니, 개발자들끼리의 교류나 자신의 게임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계기가 중요하거든요. 즐겁게 같이 게임도 플레이하고 그런 게 이런 행사의 장점이죠."


그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특히 여기 '노랑던전' 같은 경우에는 뭐랄까, 현재 주류를 이루는 그런 상업 게임들 위주의 모임이라기 보다는, 자기가 좋아서 만드는 부분이 많으니까요. 물론 이제 돈도 벌면 좋죠, 그렇지만 뭔가 (저희) 접근 방식은 무조건 돈은 아니라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제 게임도 보세요. 저게 돈 벌게 생겼나요?(웃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게임을 플레이엑스포에 게임을 4개나 가지고 나왔다. 부스에서 매일 다른 게임을 선보이는 중이다. 


# 다음 던전이 또 조만간 있기를


'노랑던전'의 두 번째 던전은 기자에게도 유쾌한 공간이었다.​ 인터뷰 과정에서 생생한 문장이 많았기에, 기사가 조금 길어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최대한 날 것의 멘트를 모두 살리려 노력했다. 


개인 사정으로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의 소미는 현장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해당 게임에 대한 리뷰와 칼럼은 이전에 작성한 기사가 있으니 하단에 관련기사로 함께 첨부한다.


'노랑던전' 개발자들은 "2020년 행사에 쓰려고 했던 스티커를 이제야 쓰게 됐다"며 앞으로도 국내외 행사에서 세 번째, 네 번째 던전을 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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