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에는 매년 이른바 '신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강팀들의 매치가 존재해왔다. 2017년 슈퍼팀을 꾸린 KT 롤스터와 T1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2020 LCK 스프링 1R 전승 가도를 달리던 그리핀과 T1, 그리고 지난해 서머 결승전에서 격돌한 담원 기아와 T1의 경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2022 LCK 스프링에서도 또 한 번 신들의 전쟁이 펼쳐진다. 12일 오후 다섯 시 진행될 T1과 젠지의 경기다. 전통의 라이벌로 꼽히는 두 팀의 맞대결은 '페이커' 이상혁과 '쵸비' 정지훈을 필두로 수많은 사연과 스토리를 담고 있는 만큼,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과연 T1과 젠지의 경기는 어떻게 흘러갈까. 두 팀의 맞대결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들을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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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은 2019 LCK 스프링, 서머부터 2020 LCK 스프링까지 연달아 LCK를 제패했지만 이후 좀처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2021 LCK 서머에서 오랜만에 결승에 올랐지만, 디펜딩 챔피언 담원 기아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준우승에 그쳤다.
국제 대회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2017 롤드컵 결승에서 삼성에 패한 T1은 이후 좀처럼 국제대회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2019 MSI와 롤드컵은 물론 지난해 롤드컵에서도 4강에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 따라서 올해는 T1에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해다. 최소한 세 시즌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LCK 우승컵을 가져왔던 T1 입장에서 2022 LCK 스프링은 '기분 좋은 징크스'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다.
일단 초반 페이스는 매우 좋다. 10일 기준 T1은 정규 시즌 7전 전승을 질주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특히 농심 레드포스와 담원 기아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을 상대로도 흔들리지 않고 승리를 가져오는 등 '강팀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젠지의 갈증은 T1에 비해 훨씬 심하다. 2020년 '라스칼' 김광희, '클리드' 김태민, '비디디' 곽보성 등 스타 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반지원정대를 꾸린 젠지는 내심 왕조 구축을 꿈꿨지만, 2년간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제대회는커녕 LCK에서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탓이다. 심지어 젠지는 그 기간 동안 메타에 뒤떨어진 밴픽과 플레이로 인해 수많은 팬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절치부심한 젠지는 올해 또 한 번의 초대형 투자를 단행했다.
'도란' 최현준, '피넛' 한왕호, '리헨즈' 손시우는 물론 LCK 슈퍼 크랙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쵸비' 정지훈까지 영입하며 화려한 라인업을 구성했다. 지금까지 분위기는 썩 나쁘지 않다. 10일 오전 기준 5승 1패를 기록 중인데다 최근 몇 년간 중요한 길목에서 늘 발목을 잡았던 담원 기아까지 꺾으며 분위기를 끌어 올린 상황이다.
변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로스터다. 오늘(11일) 기준 피넛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2차 백신 접종 후 90일이 경과한 리헨즈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황이다. 따라서 젠지는 리브 샌드박스전과 마찬가지로 T1전에서도 '영재' 고영재와 '로스파' 박준형을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선수들이 T1의 템포를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얼마나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는가에 있다.
올 시즌 T1은 레넥톤을 가장 많이 밴하고 있다. T1의 진영별 레넥톤 밴률은 블루에서 33%, 레드에서는 39%에 달할 정도다. 게다가 올 시즌 '제우스' 최우제나 페이커는 단 한 번도 레넥톤을 플레이하지 않았다. '오너' 문현준이 니달리를 잘 다루는 선수(프로통산 9경기, 승률 66.7%)임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그림이다. 젠지 역시 올 시즌에는 좀처럼 레넥톤을 꺼내지 않았던 만큼, 양팀의 경기에서는 레넥톤이 밴되지 않고 오픈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픽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라인은 '탑'이 될 전망이다.
제이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제우스와 달리 '도란' 최현준의 제이스 플레이 횟수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 도란의 프로통산 제이스 성적(19경기, 승률 57.9%)이 괜찮음에도 올 시즌에는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 다만 젠지가 10일 펼쳐진 리브 샌드박스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제이스를 꺼낸 만큼, T1전에서는 상황에 따라 제이스가 나올 확률도 높다.
또 하나의 히든카드는 벡스다. 올 시즌 '쇼메이커' 허수, '아리아' 이가을, '제카' 김건우, '카리스' 김홍조 등 수많은 미드 라이너가 벡스를 활용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저조한 성적(3승 5패)도 성적이지만, 이렇다 할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 부분은 벡스에 대한 평가를 크게 낮췄다.
반면 페이커는 벡스를 활용할 때마다 경기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벡스는 페이커의 함정 카드'라는 평가를 끌어내고 있다. 쵸비 역시 리브 샌드박스 전에서 벡스를 픽해 적절한 스킬 활용과 진입을 선보이며 페이커 외에 벡스로 승리를 거둔 첫 번째 LCK 미드라이너가 됐다. 따라서 벡스에 대한 T1과 젠지의 생각은 이번 경기의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019 LCK 서머에 임한 도란은 그야말로 '백지상태의' 신인이었다. 당시 그는 '소드' 최성원과 치열한 주전 경쟁 끝에 경기에 나섰지만, 다소 미숙한 경기력으로 인해 많은 질타를 받아야 했다. 피지컬은 준수하나 여물지 않은 보석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도란은 T1을 만났다. 첫 번째 세트 아칼리를 픽한 도란은 아쉬운 플레이로 보여줬고 결국 그리핀은 T1에 패배하고 만다. 경기가 끝난 뒤 자리에 앉은 도란의 두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패배와 스스로의 플레이에 대한 분함이 눈물로 이어진 듯했다. 이후 도란은 2세트에서 AD 케넨을 꺼내 보란 듯이 게임을 캐리했고, LCK에서 손꼽히는 정상급 탑 라이너로 차근차근 성장했다.
젠지와의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제우스는 어쩌면 당시 T1전에 임한 도란과 상당히 많이 닮아있다. 제우스는 프로 데뷔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았던 선수다. T1과 대형 선수의 이적설이 돌다가 사그라진 것도 결국 T1이 제우스를 믿고 있기에 행한 움직임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제우스는 아직 보여준 게 그리 많지 않은 '신인' 선수다. 정규 시즌을 주전으로 소화한 적이 없음은 물론 LCK 포스트시즌이나 국제대회에도 출전한 기록이 전무한 탓이다. 말 그대로 포텐은 충만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셈. 따라서 제우스에겐 2022 LCK가 그 어떤 시즌보다도 중요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주전 선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첫 번째 공식 대회기 때문이다.
T1을 상대하며 큰 언덕을 하나 넘었던 도란처럼, 제우스 역시 강팀으로 평가받는 젠지를 상대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도란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제우스는 과연 그때의 도란처럼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을까. 그리고 도란은 이러한 제우스를 상대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두 팀의 경기는 오는 12일 오후 다섯 시에 펼쳐진다.
디스이즈게임X오피지지 연재팀 코멘트
이형철 기자: 벡스에 대한 T1과 젠지의 생각에 주목하라
김승주 기자: 젠지는 T1의 필승공식을 깰 수 있을까
주보국 필자: 라이즈 안하는 팀이 이길 것 같은 느낌
서준호 필자: 상체의 젠지 vs 하체의 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