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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획] "판교의 등대 부활하나?"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이 가져올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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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2-06-29 14:14:03
우티 (김재석 기자) [쪽지]
[흥미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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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판교의 등대 부활하나?"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이 가져올 영향은?

"판교의 등대가 부활할까?" 

 

지난 6월 17일, 문화부 차관 주재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게임사들은 탄력근로제의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정부에 의견을 전했습니다. 뒤이어 6월 23일에는 새 정부의 노동 정책 기조가 발표되면서 본격적인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게임사는 제도의 유연화를 이야기했고, 정부는 "신사업 분야에서 복잡 다양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화답했지만, 개발자들에게 물어보니 이미 현장에서는 주 52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게임사와 정부가 만나서 어떤 말을 나누었을까요? 정부는 어떤 발표를 했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게임 개발 120시간"은 현실이 될까요? Q&A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Q. 게임 업계는 어떤 이야기를 꺼냈어?

 

A. 2022년 6월 17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는 대형 게임사 3곳(넥슨, NC, 스마일게이트), 그리고 중소기업 2곳(캐럿게임즈, 아름게임즈)과 만납니다. 문체부 1차관이 배석한 간담회였는데요. 이 자리에서 게임업계는 주52시간제와 유연근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장에서 제시된 구체적인 요구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탄력근로제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선택근로제는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  

​ 연장근로(주 12시간)의 정산 주기를 1개월로 확대해야 한다.

▲ 제도 시행 중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 등 적용 요건․절차를 완화해야 한다.

 

그 이유는 신규 게임이 출시했을 때나 이용자 민원이 발생했을 때 대응이 어려우며,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주52시간제 도입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게임사에서는 정부를 만나 노동 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의견에 대한 검토를 거쳐 유관부처(고용노동부, 중기부 등) 협의를 지속하겠다"라는 '향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문체부 1차관 주재 게임업계 간담회 개요

 

Q. 그래서 구체적인 향후 계획이 뭔데?

 

A. 예상보다 빠르게 제출됐습니다. 문체부가 아닌 고용노동부​에서 말이죠. 정부는 주 52시간 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연장근로를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6월 2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초고령사회 진입 등의 변화로 인해 노동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장관은 "IT, 소프트웨어 등의 신사업 분야에서 복잡 다양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작년 4월 보완된 유연근로제도 활용률이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오히려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를 불가피하게 요청하는 실정이라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7월부터 10월까지 전문가들과 함께 세부적인 입법과제와 정책과제를 연구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 이상으로 확대 검토

▲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노동자가 초과근무를 통해 초과시간을 저축하고, 일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소진할 수 있​는 제도) 도입 방안 마련

​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등 유연근로제 활성화

▲ 스타트업·전문직의 근로시간 운영 애로사항 해소 지원

물론 정부가 게임사 간담회 내용에 100% 근거해서 이러한 발표를 내놓았을 가능성은 적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심야에도 불이 꺼지지 않아 '오징어잡이 배', '판교의 등대'라는 말이 나오던 업계이니만큼 해당 뉴스에 대한 관심도는 높았습니다.

 

 

Q.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반응이야?


A. 익명을 전제로, 게임 기업에서 일하는 3명에게 물어봤습니다.

 

ㄴ(판교 소재 대기업 근무):​ 지금 저희가 하는 선택적 시간근로제 자체가 90시간을 하든 100시간을 하든 월 단위로 임금 정산을 해주는 제도입니다. 그거 (시행)하는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뭐가 바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옛날에는 이런 걸(연장근로 제도) 줄여 나가는 ​방향으로 알고 있었는데, 뭐랄까 '다시 돌아왔다?' 이런 느낌은 있습니다. 이거 다음에 뭘 발표하는가 봐야죠?

 

ㄴ(판교 소재 대기업 근무): 솔직히 말해서 저는 돈만 잘 챙겨주면 문제는 없을 거 같아요. 회사에서 억지로 저를 붙잡아 놓지는 않을 것 같은데... 초과 근무 시간을 아껴 놨다가 휴가로 쓸 수 있다고 그러는데, 어차피 대휴(대체휴가)는 다 나오고 있고요. 그냥 똑같은 느낌? 또 인센(티브)만 확실하면 바짝 가는(일하는) 그런 것(관행)도 있었으니까...

 

ㄷ(중소 규모 기업 근무): 사실 나온 내용만 보면 (현재와) 별 차이는 없어요. 저희 회사만 놓고 보면 아직 포괄임금제(실제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시간 외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하거나 정액으로 지급하는 임금방식​)를 없애지 않고 있거든요. 게임 만들다 보면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저도 제가 얼마나 일했는지 모를 때가 많아요. 

 

 

Q. '뭐가 바뀌는지 잘 모르겠​다'는데?

 

A. 선택적 시간근로제​와 포괄임금제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유연근로제로 52시간 이상 일할 방법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그렇게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별다른 체감이 느껴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IT, 소프트웨어 등의 신사업 분야에서 복잡 다양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지만, 일선에서는 지난주에 일을 더 하면, 다음주는 덜 일하는 유연근로 제도가 적용 중입니다.

 

이번 정부 발표에서 눈 여겨볼 만한 지점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 이상으로 확대 검토'입니다. 월 단위로 연장근로를 도입하면, 기업은 필요에 따라서 연장근로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더 많이 일을 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지요. 개월 단위로 말입니다. 월말에 연장근로를 발동해서 52시간 한도 내에서 초과근무를 하고, 다음달이 되면 또 초과근무를 시킬 수도 있습니다. '주 92시간 노동'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출입 기자 브리핑에서 "11시간 연속휴식 제도가 병행될 것이며,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실제로 현행 법에 따르면, 회사가 유연근무제를 적용하려 한다면 근로자 대표와 서면으로 합의를 진행하게 되어있습니다. 노사의 합의를 통해 과도한 업무를 지양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게임사는 정부를 만나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 등 적용 요건․절차를 완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포괄임금제는 다른 세상 이야기입니다.

 

 

 

Q. 다른 세상 이야기?

 

A. 포괄임금제는 40시간을 일하나 100시간을 일하나 '포괄'해서 똑같은 임금을 받는 제도입니다. 근로기준법 상 예외 조항으로 남아있는데, 버스 기사처럼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직군들의 경우 초과 노동시간을 자세히 따지지 않고 하나의 급여로 일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그리고 게임·IT 업계에서는 '공짜 야근'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지목되어왔죠.

 

대형 게임사들은 몇 년 전부터 이 제도를 폐지해오고 있지만, 아직 적지 않은 개발사들이 포괄임금제를 시행 중입니다. 2020년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기업은 조사 대상 전체 2522곳 중 749곳(29.7%)에 달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 100대 과제로 포괄임금제의 폐지를 주장한 적 있지만, 결국 정책 과제는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현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4월 18일), "포괄임금제 규제를 검토한다"라고 밝힌 적 있습니다. 구체적인 규제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Q. 앞으로 어떻게 될까?

 

A.  7월 1일 오후 2시, ​문체부 박보균 장관은 한국게임산업협회 사무실에서 '게임업계 간담회'를 가집니다.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지켜볼 만합니다. 10월 고용노동부의 정책 연구가 끝나면, 구체적인 노동 정책의 얼개를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므로, 야당이지만 국회에서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어떻게 나올지도 관건입니다.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의 배수찬 지회장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곳과, 포괄임금제가 남아있는 곳 사이의 차이가 클 것 같다"라며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곳은 새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포괄임금제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바람대로 연장근로 관리 기준이 월 단위로 강화된다면, 연장근로시간만 유연해지고 때에 따라 더 적게 일하는 옵션이 사라져서 더 많이 일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서 배 지회장은 "현행 선택적 시간근로제를 적용했을 때, 다음주에 조금 덜 일하는 대신, 해당하는 주는 100시간도 일할 수 있다"라면서 "(선택적 시간근로제를 채택한) 큰 회사와 (포괄임금제가 남아있는) 작은 회사 사이의 노동시간 격차는 커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끝으로 배 지회장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게임 개발 120시간을 이야기할 때가 떠오른다. 왜 회사와는 자주 만나면서 정작 일하는 노동자 이야기는 안 들어보느냐?"라고 논평했습니다.

 

(출처: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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