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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롤'은 피지컬 게임 아닌가요? 데이터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지표에 대해서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서준호(index) 2022-07-05 12:04:19
index (서준호 기자) [쪽지]
[분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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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은 피지컬 게임 아닌가요? 데이터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지표에 대해서

모든 스포츠에는 지표가 있습니다. 특히 현대 야구에서는 지표로 거의 모든 걸 평가하는 시대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또한 지표가 있습니다. 지표가 반드시 모든 걸 설명해주진 않지만 어느 정도 정보를 제공해주는 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오피지지에서 보여주는 MVP, ACE 표시가 많은 팀원은 확실히 믿음이 가죠. 

LCK와 같은 대회에서도 많은 팬 분들이 선수가 기록한 지표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갈수록 지표에 관한 관심도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필자의 <리그 오브 레전드> 지표에 대한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서준호 필자(index),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생각보다 신뢰할 만한 팀 지표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의 지표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커뮤니티에서도 선수들이 기록한 지표에 대한 다양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죠.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선수의 퍼포먼스를 정확히 파악하고자 하는 팬들의 욕구가 내재돼 있습니다.

그렇기에 <리그 오브 레전드>의 지표는 선수의 플레이 효율을 포함한, 경기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때 가치를 갖습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적어도 현재 팀 지표는 이런 의미에서 충분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점수를 통해 승패가 결정되는 스포츠들과는 달리 <리그 오브 레전드>의 승리 조건은 넥서스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골드를 많이 모으는 것은 승리로 향하는 일종의 과정이죠. 따라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지표 해석은 예측 승률 또는 승리와 비교적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골드를 바탕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예측 승률에 관련한 논문도 꽤 많습니다. 정확도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죠. 가령 통계학적 학습 알고리즘 중 하나인 순환 신경망을 통해 초반 지표로 프로 게임의 승패를 예측한 2018년 'Silva' 외 연구원의 논문에 따르면, 0~5분 데이터는 63.91%의 정확도를 보였으며 10~15분 데이터는 75.23%의 예측력을 보였습니다. 


기계 학습을 이용하여 10분까지의 데이터로 게임의 승패를 예측한 2021년 김용우 외 연구원의 논문은 솔로 랭크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70% 정도의 정확도를 보이며 비슷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더불어 해당 논문은 추가로 모델을 형성하는 데 사용된 변수 중, 어떤 변수가 중요한지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관심이 있는 학부생이라면 한 번 찾아봐도 좋을 듯합니다.

이전에 높은 정확도로 잠시 화제가 되었던 AI 승부 예측 또한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개발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론적 배경을 AI를 통해 실제에 접목하는 모습은 팀 지표들의 가치를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개인 지표의 한계

 

팀 지표는 이렇듯 충분히 가치를 갖는 걸로 보이지만, 선수 개인의 지표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는 걸로 보입니다. 

선수 개인 지표는 선수 개인의 능력과 책임에 대한 것이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리그 오브 레전드>의 지표는 순전히 개인의 능력과 책임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이 점이 선수 지표가 넘어서야 할 가장 큰 과제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은 실시간으로 다른 팀원의 영향을 받습니다. 개인 지표가 발달한 야구와 농구는 선수의 책임을 구분할 방법이 존재하지만(가령 비자책 실점)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야구에는 투수 개인의 방어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자책점이 존재한다 (출처 : 한화 이글스)

대표적인 예로는 대각선의 법칙이 있습니다. 우리 팀이 현재 바텀에 힘을 쓰고 있다면 탑 라이너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소극적으로 플레이할 수밖에 없고, 지표 면에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적절한 플레이를 해도 실제 개인의 골드 관련 지표는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죠. 

물론, 이는 바텀 라인에서 거둔 성과와 연계해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대 라인에서 거두는 성과는 팀 운의 결과이며, 탑 라이너의 성과는 갱킹의 위협에서 벗어난 것뿐이라 생각합니다. 쇼메이커 선수가 선호하는 플레이인 자기 CS를 포기하고 정글러 캐니언을 비롯한 다른 라이너들의 CS 수급을 도와주는 플레이 또한 이와 비슷한 플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플레이의 실질 효과는 자신의 골드를 다른 팀원에게 이전하는 것인데, 팀원 실력에 따라 플레이 효율성이 결정됩니다. 때문에 강팀은 실제 선수들의 플레이 가치가 커지고 약팀은 반대로 플레이 가치가 작아집니다. 즉, 팀원이 잘할 수록 지표가 더 좋을 가능성이 높고 팀원이 못할 수록 지표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대 정글러의 갱킹, 미드의 로밍까지 받아내고 있는데 바텀 라인에서 패전 소식이 들린다면? 
이보다 복장 터지는 일은 없죠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게임 시스템 또한 지표 신뢰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대표적으로 드래곤이나 바론과 같은 팀적 성취를 어떻게 개인의 몫으로 나눌지에 대한 문제가 존재합니다. 특히 오브젝트의 경우는 스틸의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드래곤의 종류에 따라 가치가 다르다는 점도 선수의 플레이 가치를 판단하는 것에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스포츠와 다르게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좋은 상황을 더욱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스노우 볼링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며, 반대로 이를 조정하는 현상금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라인전을 잘한 팀이 유리한 상황인 이유는 똑같은 출발선에서 더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상금 시스템은 게임의 재미를 위해 반대되는 요소를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극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후반의 1킬이 초반의 5킬보다 더 가치가 있을 수도 있는 등 상황에 따른 플레이 가치 변화가 매우 극심합니다.

현상금 시스템

이는 선수의 플레이를 중립적으로 기록하고자 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지표의 신뢰성을 어렵게 만듭니다. 지표가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이러한 특성을 예시로 들어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야구나 농구의 WPA(Win Probability Added)와 같이 상황의 변수를 반영한 지표를 만든다고 해도, <리그 오브 레전드>는 상황 변수가 단순한 클러치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매우 극심한 영향을 미치기에 지표를 검증하기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가령 농구나 야구에서는 10점 차이가 나는 경기가 단 한 번의 플레이로 뒤집어지지 않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패치와 챔피언이라는 요소가 <리그 오브 레전드> 지표의 발전을 어렵게 합니다. 챔피언은 리그 오브 레전드 지표의 가장 큰 난점입니다. 보정이 꼭 필요한 부분이면서도 소위 말하는 과적합 문제에 걸리기 가장 쉬운 부분이기 때문이죠. 

과적합은 데이터에 대한 학습이 너무 많이 수항돼 학습 대상 데이터에 대해서는 잘 설명하지만, 실제 사례에 적용하면 오차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단순히 한 챔피언의 특성뿐만 아니라 상대하는 챔피언의 특성 또한 고려해야 하며, 라인전 단계를 넘으면 팀적인 조합 또한 고려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리그 오브 레전드> 승패를 예측하는 논문을 작성한 교수에게 메일로 문의한 결과, 챔피언 관련 보정은 과적합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챔피언을 반영하는 일은 분명 필요하지만, 결코 쉽지 않습니다.

 

 

# 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지표, 어떻게 봐야 할까?

 

개인적인 견해로는, 개인 지표 중에서는 15분(14분) 관련 지표를 포함한 라인전 데이터가 상당히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개인 지표의 문제점이 비교적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령 LCK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쵸비' 선수를 비롯한 여러 선수의 라인전 지표가 상당히 일관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며, 필자가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연도별 상관관계 또한 0.5 정도의 수치가 나와 통계적으로도 유의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출처 : LCK)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이 라인전 지표를 포함한 개인 지표를 비교적 신뢰할 만한 팀 지표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건전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2022 스프링을 기준으로 예시를 들어 봅시다. 15분 CS 격차는 1위지만 15분 골드 격차는 5위인 기인 선수와, 15분 CS 격차는 -3으로 8위지만 15분 골드 격차는 3위인 덕담 선수의 지표를 선수 개인의 지표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듭니다. CS 격차와 골드 격차는 본래 비례 관계기에 비슷하게 나와야 하기 때문이죠.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팀 지표(담원 기아 723 3위, 광동 -221 7위)를 고려하는 것이 수월합니다.


물론 팀 지표와 개인의 지표를 해석하는 과정은 자의성이 많이 개입할 수 있습니다. 팀 지표에 비해서 비교적 낮은 페이커의 15분 골드 격차에 대해선 고평가와 저평가 모두가 가능합니다. 이와 반대로 팀 지표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한 칸나와 데프트 또한 고평가와 저평가가 모두 가능합니다.

선수를 비하하거나 과도하게 치켜세우기 위해 이러한 고평가와 저평가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최적 선택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회비용을 감안했을 때 어떤 플레이가 최선이었는지는 관점에 따라 분명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점은 이런 지표를 두고 해석하는 과정이 <리그 오브 레전드>에 대한 통찰과 토론의 장을 제공해준다는 점입니다. 앞서 선수 개인 지표의 문제점에 대해서 많이 지적했지만, 이런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지표는 절대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현재 개인의 지표를 개선한 새로운 지표가 도입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가령 현명한 킬(smart kill)을 찾아내기 위해 유리한 싸움 비율(Favorable team fight percent)와 같은 새로운 지표들을 도입한 2021년 Maymin의 논문이 그 대표적인 시도입니다. 충분한 이론적 배경을 가진 지표들은 이전보다 더 개선된 통찰과 예측을 보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계속해서 연구와 발전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을 만한 뛰어난 지표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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