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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전문 변호사에게 물어봤다 "다크 앤 다커 분쟁, 누가 이길까요?"

손해배상 의무는 인정되기 어렵지만, 부경법 위반은 유죄 판단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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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3-03-28 16:41:54
음주도치 (김승준 기자) [쪽지]
[분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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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전문 변호사에게 물어봤다 "다크 앤 다커 분쟁, 누가 이길까요?"

손해배상 의무는 인정되기 어렵지만, 부경법 위반은 유죄 판단 가능성 높아

<다크 앤 다커> 개발사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의 '프로젝트 P3'를 유출해 개발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중입니다. 3월은 아이언메이스에게 많은 일이 있던 한 달이었죠. 이달 초엔 경찰의 두 번째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지난 주말엔 DMCA(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 테이크다운으로 <다크 앤 다커>가 스팀에서 내려가게 됐습니다. 넥슨과 <다크 앤 다커>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와 소송전은 지금도 진행형이죠. 

두 차례의 압수수색이 <다크 앤 다커> 소송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DMCA 테이크다운으로 <다크 앤 다커>가 스팀에서 차단된 것은 기존 소송에 영향을 주는지 현직 변호사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부경법 위반은 유죄 판단 가능성이 높지만, 손해배상은..."

 

넥슨은 2021년 8월 아이언메이스 관계자 최 씨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2022년 1월 20일과 2023년 3월 7일 두 차례의 압수수색이 진행됐습니다. 경기남부경찰서 안보수사대는 이달 초 성남시 분당구의 아이언메이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개발 관련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당시 아이언메이스는 공식 입장을 메일로 보내며 "멤버 한 명의 개인 소송으로 인해 작년 1월 아이언메이스 사무실 및 소송 당사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차례 받은 바 있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에 협조했다. 2차 압수수색도 소송 당사자 및 대표이사를 포함해 이전 'P3' 팀 근무자의 태블릿,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두 번의 압수수색에서 소스코드 및 아트 리소스, 기획서 등의 내용을 모두 수사 당국에 공개했고 제출을 요구받은 내용을 모두 제출했으며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압수 및 수색은 영장주의가 기본 원칙이며, 영장은 법률상의 조건이 인정되어야 발부할 수 있습니다.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형사소송법 제215조)'을 포착하면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수사 절차죠. 즉 경찰과 법원은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2023년 3월 압수수색 이후 아이언메이스는 "대기업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 밝혔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던 법무법인 제현의 전상욱 변호사는 "관련된 소송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말씀드리자면, 넥슨이 전 직원으로 알려진 최 씨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경법) 위반으로 고소한 사건은,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유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는 우선 국내법원 관할이 아니며, 사실관계와 함께 기술적 측면도 소송에서 깊게 다루어질 것이 예상되므로, 현재까지 아이언메이스가 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실들 전부가 진실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 의무가 인정될 것이라고 확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 압수수색이 소송전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은 부경법 관련 고소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증거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어서 정확한 판단을 하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넥슨이 아이언메이스 관계자 최 씨를 고소한 항목 중 하나인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밸브에서 테이크다운을 풀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아"

 

지난 주말 <다크 앤 다커>는 DMCA(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 테이크다운으로 스팀에서 내려갔습니다. 1998년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위해 수립된 DMCA는 권리자가 권리를 침해 당한 콘텐츠를 내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죠. 신고를 받은 서비스 제공자는 자체적인 심사를 거쳐 게재 해지 여부를 결정하고,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합니다. 사법적 절차 이전에 서비스 제공자가 콘텐츠 게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죠. 


<다크 앤 다커> 사례에서는 스팀 플랫폼 서비스 제공자인 밸브가 권리자 넥슨의 요청을 받고 <다크 앤 다커> 콘텐츠를 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크 앤 다커>는 DMCA 테이크다운으로 스팀에서 내려갔다.

 

넥슨은 앞선 2월 17일 "자사의 신규 프로젝트였던 'P3'의 지적재산권을 고의로 침해한 정황을 확인했다. 콘텐츠 창작 영역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안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어떠한 불법행위에도 타협하지 않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넥슨은 전 세계 30대 로펌을 의미하는 GAR 30 중 한 곳인 아놀드앤포터와 함께 <다크 앤 다커>의 DMCA 테이크다운을 요청했습니다. 

전상욱 변호사는 "DMCA 테이크다운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법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진 않는다. 밸브는 저작권 침해 사실을 고지 받은 후 자체적으로 심의를 하지만, 심의 과정에서 침해 사실 자체에 대하여 심도 있게 살펴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넥슨의 법률대리인인 아놀드앤포터가 밸브 쪽으로 보낸 문서 내용 및 이에 대한 아이언메이스의 답변 내용을 볼 때, 밸브에서 테이크다운을 풀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넥슨은 대형 로펌 아놀드앤포터와 함께 <다크 앤 다커>의 DMCA 테이크다운을 요청했다.

 

# "현재까지 판단으로는 테라-리니지 건과 유사하다"

'P3'와 <다크 앤 다커> 소송전과 유사한 사례는 16년 전인 2007년에도 있었습니다.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3'(당시 명칭 L3 프로젝트)의 영업비밀을 유출해 만들어졌다는 것이었죠. 당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3' 개발 과정에 참여한 박 씨와 일부 개발진이 집단 퇴사를 한 뒤 블루홀로 이직하면서 이들과 블루홀이 엔씨소프트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테라-리니지 수사 및 재판 진행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007년 2월: 엔씨소프트, '리니지3' 영업비밀 유출 관련 경찰에 수사 의뢰

2008년 8월: 엔씨소프트, '리니지3' 영업비밀 유출 관련 65억 원 손해배상 민사소송 제기

2008년 12월: 검찰, '리니지3' 영업비밀 유출 관련 전 개발실장 등 기소

2009년 6월: 형사재판 1심 판결, 영업비밀 유출은 인정, 사용행위는 무혐의. 전 엔씨소프트 직원 5명에게 유죄 선고. 영업비밀 사용행위 무혐의에 따른 검찰 항소

2009년 12월: 형사재판 2심 판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피고인에 대해서도 추가로 유죄 선고

2010년 1월: 민사재판 1심 판결, 피고들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엔씨소프트 전 직원 4명과 이직한 법인에 대해 20억 원의 손해배상 선고. 블루홀과 엔씨소프트 전 직원은 항소

2011년 1월: 민사재판 2심 판결, 유출된 영업비밀 폐기 명령, 엔씨소프트의 손해에 대해서는 무혐의 선고

2012년 4월: 형사재판 3심 판결, 상고 기각 2심 판결 확정

2014년 3월: 민사재판 3심 판결, 상고 기각 2심 판결 확정 

 

긴 시간 이어진 테라-리니지 분쟁의 결론은 "손해배상 책임은 없으나 영업비밀 침해는 인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재판부는 "박 씨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소속 팀원들의 동반 퇴직을 적극 유도했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설명했고, "집단 퇴직으로 '리니지3' 개발 프로젝트가 무산됐다는 엔씨소프트의 주장 역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반면 영업비밀 사용에 대해서는 "집단 이직을 한 블루홀 직원들이 엔씨소프트의 영업비밀 표시 기재 파일들을 부정 취득해 이를 사용했다. 블루홀은 엔씨소프트의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이를 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되며 저장된 관련 기록물을 폐기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P3'와 <다크 앤 다커> 소송전은 과거 테라-리니지 소송전과 닮았다.

 

'P3'와 <다크 앤 다커> 소송전이 테라-리니지 건과 어떤 면에서 다른지 질문했을 때, 전상욱 변호사는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관계로 판단하면 테라-리니지 건과 유사하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한편, 어제(27일) 새벽 공개된 아이언메이스의 입장문은 "넥슨의 저작권이 있는 자료나 유용한 영업 비밀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피고인이 개인 서버를 사용"했고 넥슨을 떠나며 "기존 팀원들에게 ​피고인의 다음 행보에서 그들의 재능을 환영할 것이라 말했다"고 언급했습니다.

 

# "좀 더 사건이 진행되어야..."

 

<다크 앤 다커>가 스팀에서 내려가긴 했지만, <다크 앤 다커>의 DMCA(디지털 밀레니얼 저작권법) 위반이 인정된 것은 아닙니다. 밸브의 일차적인 조치로 플랫폼에서 게임을 내렸을 뿐입니다. 현행 DMCA는 소명 자료가 확인되면, 양측을 연결해 반론에 대해 '조정'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당사자 간의 사건 해결이 되겠죠. 법원에 가기 전에 조정이 이뤄진다면 서로 비용을 주고받고 합의할 가능성이 큽니다.


당사자 간의 조정에서 끝나지 않고 법원의 판단으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연 단위의 법정 분쟁이 펼쳐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번지가 <데스티니 가디언즈> 핵 판매 사이트를 DMCA 위반 혐의로 고소했을 때, 배상금 57억 원을 받으라는 판결을 얻었는데, 이 소송은 2021년 6월에 시작돼 2023년 2월에 판결이 났죠. <다크 앤 다커> 분쟁이 장기화되면 게임이 법정 공방 기간 사이에 게임이 스팀 페이지에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통상적으로 두 회사 사이에 조정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되는지 질문했을 때, 전상욱 변호사는 "조정은 국내에서 이루어지는지 국외에서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절차가 크게 다르다. 좀 더 사건이 진행되어야 알 것 같다"는 답변을 줬습니다.

아이언메이스는 오는 4월 14일부터 19일 사이 <다크 앤 다커>의 5차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DMCA 테이크다운으로 5차 테스트가 원래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죠. 

이에 <다크 앤 다커> 디스코드 채널 관리자 Graysun은 어제(27일) 새벽 "가까운 시일 내에(in the near future) 다음 플레이 테스트 관련 공지를 전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플레이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되면(when possible) 관련 공지를 전하겠다"고 게시물을 수정했습니다.

앞으로 넥슨과 아이언메이스가 진행할 조정의 시기와 소송전의 향방에 따라 얼리 액세스 및 정식 출시 또한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3월 27일 새벽 <다크 앤 다커> 디스코드 general-chat에 관리자가 올린 글이다. 수정된 기록을 볼 수 있다.

 

<다크 앤 다커>는 양사의 조정으로 스팀에 복귀할 수 있을까. 저작권 침해 판단으로 법정 공방에 들어가면 분쟁이 장기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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