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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2030년의 게임 허브는 중동?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의 큰 그림

게임 산업에 49조 투자하는 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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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3-04-04 18:15:34
우티 (김재석 기자) [쪽지]
[분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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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의 게임 허브는 중동?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의 큰 그림

게임 산업에 49조 투자하는 사우디


중동의 사막 왕국은 막대한 오일머니로 2030년 전 세계 게임 산업의 허브가 될까요? 

사우디아라비아가 게임 산업에 보따리를 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가 "비디오게임 산업의 차세대 허브를 만들기 위해 380억 달러(약 49조 7,420억 원)​원을 투자할 것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이 투자는 빈 살만 왕세자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PIF, Public Investment Fund)​가 주도하고 있는데요. 산하에는 '새비 게이밍 그룹'(Savvy Gaming group)을 두어 e스포츠 대회 등의 실무를 맡기고 있습니다. 새비 그룹은 게임 퍼블리싱은 물론 자체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까지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새비 그룹은 2030년까지 380억 달러를 들일 예정인데, 보도를 종합하면 게임사 인수에는 130달러를, 소수 지분 인수에는 186억 달러가 투여됩니다.


 

# 어느새 엔씨소프트 2대주주까지... 공격적 투자 이어가는 사우디

 

PIF의 투자는 대단히 공격적입니다. 

닌텐도의 보유 지분을 8.3%까지 확대했고, 캡콤 지분은 5.1% 액티비전 블리자드 지분은 4.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미국 SEC에 보고된 서류에 따르면, PIF는 현재 테이크투의 지분은 6.8%, EA의 지분은 5.8%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에 상장한 넥슨재팬 지분 9.14%를, 한국의 엔씨소프트 지분은 9.26% 가지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대주주는 김택진 대표. PIF는 지분 9.3%를 가져 2대 주주입니다. 국민연금공단(8.4%)보다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셈이죠. PIF는 투자가 이루어질 때마다 "단순 투자 목적", 또는 "재무적 투자"​라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고, 투자 대상이 된 게임사들은 구체적인 논평을 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분 확보는 장내 매수를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특기할 만합니다. 기업 대 기업으로 지분 얼마를 거래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거래를 한 것이죠. 빈 살만은 개인이 운용하는 펀드인 '미스크 파운데이션'을 통해서 <킹 오브 파이터즈>와 <메탈슬러그>의 IP를 가진 SNK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SNK는 코스닥에서 자진 상폐했습니다. SNK는 이제 빈 살만의 개인 펀드가 완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게임 스타트업에도 열정적인 모습입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를 서비스 중인 시프트업은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차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게임 산업 개발과 육성을 위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설에 의하면, 투자부 임원들은 강남구 시프트업 본사를 찾아서 "회사를 사우디로 옮기시라"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네요.

 

사우디 국부 펀드의 게임사 지분 보유 리스트 (23.04.04.)
# e스포츠 투자도 '착착'... "자체 개발력 갖추겠다"는 새비 그룹

 

새비 그룹은 중동을 아우르는 e스포츠 조직을 만드는 한편, 전 세계 게이머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임 스튜디오를 창립하는 것을 사업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CEO를 맡은 것은 EA, MS,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 글로벌 게임사 출신의 브라이언 워드라는 인물입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모바일게임부터 시작해 AAA급 콘솔게임 개발 역량까지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발언했습니다

새비 그룹은 처음 게임 씬에서 주목할 행보를 보인 것은 2022년 1월 e스포츠 기업인 ESL과 페이스잇을 15억 달러(약 2조 1,500억 원)에 인수했고, 6월에는 유럽 최대규모 게임기업인 엠브레이서 그룹에 10억 달러(1조 4,000억 원)의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참고로 ESL은 유럽 최대 규모의 e스포츠 대회로 알려진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의 운영사입니다. ESL은 최근 e스포츠 데이터 기업 빈덱스(Vindex)를 인수했습니다.

새비 그룹은 오는 7월, 총상금 4,500만 달러(약 590억 원)에 달하는 게임 대회를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합니다. 대회의 이름은 'Gamers8'. 사우디아라비아 e스포츠연맹이 진행하는 대회로 '진성 게이머'라는 빈 살만 왕세자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된 대회입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종목은 <도타 2>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입니다.

아직 새비 그룹은 적극적인 투자 이외에는 보여준 것이 없는 벤처기업입니다. 그렇지만 판데믹 상황이 종료된 지금, 굵직한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낼 전망입니다. 여러 보도와 새비 측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새비 그룹에는 4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앞으로 자체 게임 개발을 위해 채용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새비 그룹이 개발력을 확보하려면, 실력있는 개발자와 파트너사가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자체 개발이 본격화된다면 앞서 알아본 "단순 투자"는 '전략적 투자'로 변할지도 모릅니다.


# 비전 2030의 일환 vs 탄압 지우는 스포츠워싱


사우디아라비아와 빈 살만은 왜 게임 산업에 투자하는 걸까요? 공개된 '큰 그림'은 '비전 2030'입니다.

 

비전 2030이란, 석유 산업에 의존해 온 사우디 경제 구조의 다각화를 골자로 하는 국가 슬로건입니다. 석유 자원 고갈 우려가 점점 커지고, 더 나아가 미국이 촉발한 ‘셰일 혁명’으로 유가 통제의 주도권이 OPEC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석유 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게임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사우디아라비아가 "비디오게임 산업의 차세대 허브​"가 된다면, 그 물리적 공간은 네옴시티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빈 살만은 지금 사막에 서울 규모의 44배에 달하는 땅에 신도시를 세우고 있습니다. 도시의 외벽을 유리로 만들고 '스마트시티'에서 온습도를 조절하며, 초대형 담수화 시설을 놓아 식수로 쓰는 것은 물론, 친환경 관광단지를 조성해 전 세계의 관람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현실성이 떨어진다', '제반 기술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빈 살만은 꽤 진지하게 이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게임 산업의 투자하는 것이 일종의 '스포츠워싱'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자국 내 동성애 범죄화와 낮은 여성 인권 현실을 무마하기 위해서 친근한 이미지의 게임 산업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체포, 구금당하고 있고, 왕실을 비판하는 행위는 강하게 처벌받고 있습니다.

 

북미와 서구권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 탄압 문제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 라이엇게임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가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근거로 관계를 종료한 바 있습니다. 네옴시티에 <리그 오브 레전드> 유로피안 챔피언십 관련 협업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SNS를 중심으로 라이엇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이내 회사는 협업 종료와 함께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브라이언 워드는 스포츠워싱 논란에 대해서 "우리 회사 경영진에는 이미 여성과 성소수자가 있다"며 "성적지향은 물론 유대인 등 인종적 문제로 임직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감시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사우디 국부 펀드의 로고

# 한국 게임, 중동 붐은 온다?

 

한편, 지난 1월 20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2022 해외 시장의 한국 게임 이용자 조사'에서는 중동 지역의 한국 게임 이용 시간이 주중 159분, 주말 218분으로 높은 수치를 드러냈으며, 한국 게임의 월평균 결제 비용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동 문화권에는 '라마단'이 있기 때문에, 이 시간 중 게임 이용 시간과 비용이 각각 54%와 56% 증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중동 지역에서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과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를 즐겨 플레이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 게임을 즐겨 찾는 이유로는 "같은 게임을 즐길 사람이 주변에 많아서"가 꼽혔습니다. MMORPG에 주력하는 우리 게임 시장과 결이 맞는 대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콘진원은 중동 시장을 "적극적인 투자와 잘 수립된 진출 전략이 뒷받침된다면 성장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는 지역"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문체부는 2월 23일 "UAE,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미래 아젠다를 석유에서 첨단기술과 문화 콘텐츠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런 변화를 기회로 포착해, 중동 지역 비즈니스센터를 활용, 바이어를 확보해 핵심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문체부는 앞으로 아랍어 서비스, 아랍 배경 활용 등 현지 특성을 고려한 콘텐츠 제작을 지원합니다.

 

<검은사막>의 하사신은 2020년 중동 지방을 겨냥해 출시된 클래스입니다. 실제로 클래스 출시 이후 신규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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