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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크래프톤은 '배그' 덕에 현금부자, 그런데 주가는 왜...

TIG 2023 게임업체 리포트 ⑤ - 크래프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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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현(춘삼) 2023-07-13 17:04:48
춘삼 (안규현 기자) [쪽지]
[분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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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은 '배그' 덕에 현금부자, 그런데 주가는 왜...

TIG 2023 게임업체 리포트 ⑤ - 크래프톤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고 난 뒤, 모두가 인공지능 이야기를 하는 시절입니다. 게임 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선 현장에서 부는 인공지능의 바람은 VR과 블록체인의 그것보다 훨씬 더 거세게 느껴집니다. '인공지능이 게임 개발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는 주장은 읽기에 따라 희망차고, 또 섬뜩합니다.

 

'2023년 연말은 연초와 크게 다를 것'이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인공지능과 함께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설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 변화의 가운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간 점검을 하기에 좋은 시점입니다. 

 

게임 생태계는 과연 어떤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은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이 어떤 상황이며,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다섯 번째 시간에는 크래프톤을 살펴봅니다. 작년 말 출시한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영향력은 희미하지만, <배틀그라운드>가 여전히 굳건합니다. 기업은 튼튼한 재무 상태를 자랑하고 있지만, 이를 보는 눈은 조금 다릅니다.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김재석 기자


▲ TIG 2023 게임업체 리포트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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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래프톤 요즘 어때요?

 

<배틀그라운드> '한 우물'의 힘일까요? 크래프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아직 단단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아직 <배틀그라운드>라는 거대한 우물은 크래프톤에게 마르지 않는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텐센트와 합작한 것으로 알려진 게임의 모바일 버전도 마찬가지입니다.

 

▲ 2023년 1분기 크래프톤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매출 5,387억 원, 영업이익 2,830억 원, 당기순이익 2,672억 원이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을 따지면 52.5%, 엄청난 수치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포브스 글로벌이 발표한 2021년 한국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5%입니다. 같은 해 네이버의 영업이익률이 31.1%, 웹젠의 영업이익률이 37.4%였죠. 52.5%의 영업이익률이 엄청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 크래프톤은 2023년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의 핵심 원인을 PC <배틀그라운드>의 수익 창출(monetize)로 지목했습니다. 배동근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일회성으로 볼만한 매출은 없고, 매력적인 상품을 출시하여 유저들을 모으고 나아가 매출 효율을 높이는 주요 전략이 적절히 맞아 들어간 결과"​라며 유저 트래픽 확대와 신규 유료화 콘텐츠가 인기를 끌어 매출에 반영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무료게임이 된 <배틀그라운드>의 시즌패스가 먹힌 가운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도 상품 결제가 이루어졌단 것입니다.


▲ 2023년 1분기 5,387억 원의 매출을 올린 크래프톤은 게임업체 전체에서 3위를 기록했습니다. ​1위는 넥슨으로 매출 1조 2,013억 원, 2위 넷마블은 6,026억 원의 매출을 보였습니다. 참고로 4위는 엔씨소프트로, 매출 4,78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5위는 2,492억 원의 매출을 올린 카카오게임즈가 위치했습니다.​ 매출 3위의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배틀그라운드'입니다.

▲ 올해 1분기 크래프톤의 영업이익은 5,448억 원의 넥슨에 이어 2,830억 원으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넷마블은 적자였고, 엔씨소프트는 영업이익 816억 원, 카카오게임즈는 영업이익 113억 원에 그쳤습니다.

 크래프톤은 현금부자입니다. 지난 5월 공시에 의하면 크래프톤은 9,803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조 규모의 금융자산, 6,382억 원의 매출채권을 합치면 무려 4조 원이 넘는 유동성 자산을 거머쥐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의 부채비율은 17%로 매우 양호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 반면 작년 12월 출시한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저조한 성적을 보인 듯합니다. 위에 정리한 플랫폼별 매출 비중을 보면, <배틀그라운드>(+모바일)의 약진과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부진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2022년 크래프톤은 1~3분기를 통틀어 콘솔 부문에서 214억의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즉, 2022년 콘솔 분야 매출의 약 80%에 해당하는 827억 원이 크래프톤의 콘솔 시장 도전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출시된 4분기에 발생한 것입니다.

▲ 반면 직후 2023년 1분기 콘솔 부문 매출은 72억 원이었습니다. 비록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PC 버전으로도 발매됐지만, 부진은 확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데드스페이스> 글렌 스코필드 사단의 신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새 SF 호러 게임은 상업적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한 듯합니다.

SDS를 이끌며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개발했던 글렌 스코필드.

▲ 크래프톤은 2022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개발한 산하 스튜디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SDS)에 454억 원을 대여했고, 2023년 1분기 그중 일부인 431억 원을 회수했습니다. ​크래프톤은 완전 자회사 SDS의 운영을 위해서 지난 2020년부터 2022년 3분기까지 총 2,750억 원에 달하는 지출을 감행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크래프톤이 지난해 <서브노티카>의 개발사 언노운월즈를 완전 자회사로 만드는 데 들인 돈은 8,447억 원입니다. 이들의 신작 <문브레이커>는 작년 9월 스팀에 얼리억세스의 형태로 출시되었지만, 현재까지 902개의 스팀 리뷰를 모으며 돌풍을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게임은 아직 얼리억세스 형태라는 점에서 앞으로 기대를 걸어볼 만하지만, 회사가 제시한 매출 가이던스(약 741억 원)을 단기간에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 크래프톤의 국내 매출 비중은 2023년 1분기 기준 5.3%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크래프톤의 국내 매출 비중은 2022년에는 5.5%, 2021년에는 6.5%였습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중국(텐센트가 서비스하는 <화평정영>),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각국에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15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합니다. 

▲ 하반기부터는 5월 서비스를 재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BGMI>는 작년 7월 인도와 중국의 외교 분쟁으로 인한 서비스 중단 조치를 받았습니다.​

▲ ​중국 못지 않은 인구의 인도 시장인 만큼,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이용자 수 1억 명, 현지 앱 양대 마켓 매출순위 1위로 자리 잡은 <BGMI>의 서비스 재개 소식은 크래프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크래프톤의 인도 시장을 향한 진심이 제대로 통한 걸까요? 아니면 인도 정부가 비슈누의 아바타라(아바타)처럼 필요에 따라 잠시 모습을 바꾼 걸까요?

▲ 크래프톤의 모바일 실적 향상은 최근 ​인도 등 상대적인 신규 시장의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과 맞물려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로 풀이됩니다. 2022년 기준 인도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54%로, 2016년의 23%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음에도 아직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참고로 2022년 기준 ​대한민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3.4%입니다.

인도 시장에 재입성한 <BGMI>

# '원 히트 원더' 벗어나기 위한 크래프톤의 분투

크래프톤은 퍼블리싱 역량 강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출처: 크래프톤)

  크래프톤은 글로벌 퍼블리셔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 게임과 소수 지분 투자를 통한 신작 발굴에 중점을 둔 제작 프로세스를 확립해 나갈 계획입니다.

  크래프톤은 2023년 1분기 실적발표에서 크래프톤 생태계 내 24개의 파이프라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를 원작으로 한 액션 어드벤처 '프로젝트 윈드리스', 오픈월드 슈팅게임 <프로젝트 블랙버짓>, <서브노티카>의 후속작 <더 넥스트 서브노티카>, 샌드박스 요소가 가미된 액션 어드벤처 <프로젝트 골드러시> 등이 주요 타이틀입니다.

 그간 크래프톤은 2020년 12월 <엘리온>, 2021년 11월 <뉴스테이트 모바일>, 2022년 12월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 주요 신작을 내놨지만, 모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미스트오버>처럼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진 게임도 있습니다.

 특히 <뉴스테이트 모바일>은 근미래 배경 TPS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유저층 흡수 및 확장을 노린 것으로 보이나,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뉴스테이트 모바일>은 2023년 7월 13일 기준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순위 500위 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게임을 두고 텐센트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수익을 나눠야 하는 크래프톤이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 적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5월 크리에이터 중심 메타서브 <프로젝트 미갈루>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박형철 크래프톤 메타버스 사업실장은​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를 통해 "메타버스 월드를 운영하고 크리에이터들에게 랜드(land)를 제공할 것"이라며 "크리에이터들이 많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창작 툴과 필요한 기술도 제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크래프톤, 메타버스, 먹힐까요?
크래프톤은 게임에 대한 인공지능 기술의 접목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출처: 크래프톤)

# 현금부자 크래프톤, 주주&직원들은...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크래프톤 지분의 14.4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6월 9일 텐센트의 완전 자회사 '이미지 프레임 인베스트먼트'가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면서 크래프톤에 총 34.8%의 지배력을 보유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 장병규 의장은 1세대 벤처기업인입니다. 1996년에 1세대 포털 네오위즈의 공동 창업자로 시작해 검색업체 첫눈, 게임사 블루홀(현 크래프톤), 스타트업 투자사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네 차례의 창업을 모두 성공시키고, 문재인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는 '배그 신화'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지노게임즈에서 <데빌리언>을 만들었고, 이 회사가 2015년에 '블루홀' 연합의 일원이 되었고, 이후 <배틀그라운드>가 빵 터진 뒤에 오늘날에 이른 것입니다. 그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신임 임기 3년을 얻어냈습니다. 이 자리에서 주가 급락에 대해 설명하던 김 대표는 "제 무능함이 지속된다면 임기 전에 은퇴할 각오를 갖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크래프톤을 이끄는 3인방. 좌측부터 배동근 CFO, 김창한 CEO, 장병규 의장.

 

크래프톤은 현금 부자이고 확실한 캐시카우가 있지만, 이 회사를 바라보는 주주들과 전·현직 직원들의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2021년 기업공개 당시 크래프톤은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은 49만 8,00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상장 초기인 그해 11월 크래프톤 주가는 56만 7,000원까지 솟아올랐지만, 2022년 초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며 현재(7월 13일)는 192,200원까지 내려앉았습니다.
 

​ 이에 주주들로부터 '환원 대책이 미비하다'는, '주가 방어에 대한 노력이 없다'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크래프톤은 96만 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장내 매수해 소각했습니다. 자사주의 소각은 주가 상승을 위한 고육책으로 자사 주식을 없애면서 남은 주식의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는 2025년까지 취득한 자사주는 최소 60% 이상을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바에 의하면, 크래프톤 직원 중에서는 우리사주에 투자했다가 '물린'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의 미래를 믿고 빚을 내서 주식을 배정받았는데, 주가가 재미를 보기는 커녕 공모가와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졌으니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회사가 대단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말이죠. 최근 불거진 스튜디오 분사 이슈도 직원들에게 불안 요소로 남아있습니다. 크래프톤이 추구하던 '연합'의 가치는, 어느새 '각자도생'으로 바뀌었다는 평입니다.

 

​ 크래프톤은 현금이 많고, <배틀그라운드>의 퍼포먼스를 끌어내면서, 그 다음을 찾아 분투하고 있습니다. 이영도 작가 소설 원작 '프로젝트 윈드리스'처럼 큰 기대를 모으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가 가장 냉혹하게 반영되는 주가 그래프는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몇몇 직원으로부터는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스타트업 직원이 됐다'는 말까지 들려옵니다.​ 

 

​ ​김창한 대표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배수진을 친 것입니다. 시간은 어느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상대가 분기 영업이익 2위의 거함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크래프톤의 전체 주가 그래프 (출처: 네이버 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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