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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모든 게임 모드 다운로드가 발자국이라면, 달까지 11번을 걸어갈 수 있다."

계속해서 커지는 게임 모드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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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4-02-16 09:32:14
사랑해요4 (김승주 기자) [쪽지]
[흥미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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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임 모드 다운로드가 발자국이라면, 달까지 11번을 걸어갈 수 있다."

계속해서 커지는 게임 모드 생태계

"모든 게임 모드 다운로드 횟수가 발자국이라면, 달까지 11번을 걸어갈 수 있다."

유명 게임 모드 공유 사이트 '넥서스모드'가 100억 파일 다운로드를 기념해 사이트 통계를 공개했다. 넥서스모드는 약 12만 명의 모드 제작자와 50만 개의 모드 파일이 사이트 내에 있으며, 4,700만 명의 가입자가 2,683개의 게임에 대한 모드를 다운로드받고 있다고 밝혔다.

넥서스모드는 2007년경 활동을 시작한 사이트다. 운영진은 최근 몇 년 동안 사이트 성장이 크게 가속화되었으며, 하루에 1,0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가 발생할 만큼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고 밝혔다. 게임 모드 제작자를 위한 기부금 포인트 제도도 꾸준히 운영되고 있으며, 2018년 이후 700만 달러(약 93억 원) 상당의 포인트를 모드 제작자에게 제공했다고 전했다.

넥서스모드의 다운로드 지표 
2022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음을 볼 수 있다. (출처: 넥서스모드)


# 다시금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드

넥서스모드의 이번 발표에서 핵심은 대략 2022년부터 게임 모드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그래프를 살피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다운로드 지표가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게임 모드를 공유하는 다른 사이트도 많기에 해당 그래프가 반드시 추세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게임 모드에 관해 게이머의 관심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 모드를 왜 사용하냐 묻는다면 대부분은 편의성이나 재미를 이유로 꼽는다. 누구나 게임을 하면서 "이 부분은 이랬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 볼 법한데, 게임 모드를 적용해 이런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몬스터 헌터 월드>에서 몬스터가 떨어트리는 ‘유실물’이 시력이 나빠 잘 보이지 않는다면, 유실물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모드를 다운로드받아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

<몬스터 헌터 월드>의 유실물을 더욱 잘 보이게 해주는 모드
55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출처: 넥서스모드)

어린 시절 즐기던 놀이의 사례로 비유할 수도 있다. 술래잡기나 얼음땡은 동네에 따라 규칙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아이들이 사는 동네의 특징에 맞춰 더욱 놀이를 재미있게 즐기고자 규칙을 바꾼 것이다. 보드 게임에는 편의를 위해 자체적으로 새로운 규칙을 적용하는 '하우스 룰'이 있다. 모드 역시 게임을 더 재미있게 즐기고자 자신에게 맞게 규칙을 바꾸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드를 통해 게임에서 새로운 경험을 느끼고,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을 수도 있다. 가령 <엑스컴> 시리즈는 더욱 도전적인 난이도에서 게임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롱 워> 모드가 유명하다. 난이도를 대폭 상승시킨 만큼 <롱 워> 모드를 통해 더욱 오랜 시간 <엑스컴>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있다.

게임 모드로 가장 유명한 <엘더 스크롤> 시리즈는 다양한 모드를 설치함으로써 원본 게임과 완전히 달라진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런 모드를 통해 이용자는 같은 게임이라도 수백 시간 동안 플레이하며 계속해서 다른 플레이 경험을 얻을 수 있다. 게임에서 받을 수 있는 재미를 더욱 늘려주는 것이다.

개발사가 만든 보정 시스템을 전부 삭제하고 난이도를 크게 올린 <엑스컴: 롱 워>
한 해외 게이머는 해당 모드를 통해 수백 시간 동안 <엑스컴>을 즐길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출처: 넥서스모드)

여기에 더해 모드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더욱 늘어난 이유는 모드 제작자의 노하우가 늘어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발사가 공식적으로 모드를 허용하거나 모드 제작을 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지 않아도, 개별적으로 게임 파일을 수정해 고퀄리티의 모드나 편의성 모드를 제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령 넥서스모드의 2022년 최고 인기 모드 중 하나는 <엘든 링>에서 자유로운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모드인데, <엘든 링>은 공식적으로 모딩 툴을 제공하지 않는다.

더불어 <스카이림>과 <폴아웃>의 모딩 생태계가 워낙 유명한 덕분에, 이전보다 게임 모드에 대한 게이머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2022년과 2023년에 모드를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AAA급 게임인 <사이버펑크 2077>과 <발더스 게이트 3>가 출시된 영향도 있을 것이다.

베데스다의 게임 외에도 넥서스모드에는 다양한 게임 모드가 존재한다. 
이전에는 <스카이림> 위주였다면, 지금은 다른 게임의 비중도 적지 않다. (출처: 넥서스모드)


# 다만, 논의해야 할 부분도 많다.

넥서스모드가 보여준 통계 추세를 보면 앞으로도 게임 모드에 대한 게이머의 관심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을 즐기며 느낄 수 있는 불편을 줄이거나 새로운 재미를 더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드가 가진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더불어 새롭게 생겨난 ‘프로슈머’(생산자와 소비자의 개념을 합친 말)의 개념에 빗대어 생각해 볼 거리가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주어진 콘텐츠를 즐기기만을 원하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모드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도 있으며, 개별 창작자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만들어 낸 비공식적인 콘텐츠를 즐기길 원하는 소비자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모드를 제작하고 유지 보수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만큼, 모드 제작자에게 일정 수준의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더욱 생태계가 발전하고 게임사도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2015년 베데스다와 밸브가 서로 합작해 <스카이림>의 모드를 스팀 워크숍을 통해 유료로 판매할 수 있도록 시도한 사례가 있다.

(출처: 스팀)

유저의 자발적 노력으로 만들어진 모드 생태계를 이용해 수익을 얻으려 한다는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유료화 시스템은 몇 일 만에 취소됐지만, 2017년 베데스다는 모드를 유료로 판매할 수 있는 ‘크리에이션 클럽’을 신설했다. 더불어 2023년에 <스타필드>의 모드 킷 공개를 앞두고 새로운 크리에이터 지원 시스템을 발표한 것을 보면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게임 모드에 긍정적인 면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드의 저작권 문제, 게임 모드를 제작하고 후원을 받는다는 행위에 대한 문제, 게임 파일의 무단 수정 문제, 멀티플레이의 보안 문제, 최근 논의되기 시작한 AI와 관련한 문제 등이 존재한다. 

가령 <팰월드>가 유행하자, 넥서스모드는 공식적으로 <포켓몬스터>와 관련한 모드 업로드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는 성명을 냈다. <팰월드>의 게임 파일을 수정해 <포켓몬스터>와 관련한 요소를 추가하길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용자들이 넥서스모드를 통해 <포켓몬스터>와 관련된 <팰월드> 모드를 유통하면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출처: 넥서스모드)

인기가 많은 외형 변경 모드에 관한 문제도 있다. 저작권을 무시하고 다른 게임의 리소스를 가져 와 그대로 적용시키고 유료로 공유하는 사례가 있으며, 게임사가 유료로 판매하는 코스튬을 모드를 통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행위도 있다고 전해진다. 선정성이 높을수록 인기가 많기에, 노출도가 높은 스킨 모드가 다수 배포되어 게임의 이미지가 뒤바뀌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스카이림>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중갑을 입은 도바킨보다는 비키니 아머를 입은 여전사를 상상하는 사람이 더욱 많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도 여러 노출도 있는 복장 모드로 유명한데, <바이오하자드 RE:2>의 에이다 웡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 개발사 '캡콤'은 모드에 대한 불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캡콤은 모드가 게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공공질서나 도덕에 위반되는 모드를 배포해 게임 이미지가 훼손되고 사람들이 모드를 공식적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2024년에는 <바이오하자드 레벌레이션스>에 모드를 제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업데이트를 진행했다가 해외 이용자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게임 모드 생태계가 더욱 커질수록, 앞으로 모드의 부작용이나 저작권에 대한 문제도 더욱 많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캡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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