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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트릭컬'과 비비의 '밤양갱', 둘 사이의 공통점은?

콘텐츠 밖에서의 AI 커버 놀이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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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4-04-02 16:36:41
음주도치 (김승준 기자) [쪽지]
[흥미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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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컬'과 비비의 '밤양갱', 둘 사이의 공통점은?

콘텐츠 밖에서의 AI 커버 놀이 문화

"달디 달고 달디 달고 달디 단 밤양갱"


가수 비비의 노래 <밤양갱>의 가사다. 2월 13일에 공개된 비비의 공식 뮤직비디오도 1,5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비비가 아닌 다른 인물들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들어 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박명수, 황정민, 아이유, 故 김광석까지 그 유형도 다양했다. 'AI 커버'는 어느새 하나의 문화, 사회 현상이 됐다.


그런데, 일명 '볼따구겜'으로 유명한 에피드게임즈의 <트릭컬: 리바이브>에도 비슷한 놀이 문화가 있다는 걸 아시는가? 팬 채널들은 단순히 기술을 활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 2차 창작 콘텐츠를 중심으로 <트릭컬>과 캐릭터의 세계를 이어가고 확장시키고 있다. 


기자의 이목을 끈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퀄리티가 뛰어난 채널들이 꽤 있다. 툴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캐릭터, 음악, 보컬에 대한 이해도 없이는 양질의 영상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인기 캐릭터인 '버터'와 '코미'가 모두 강새봄 성우 한 명의 목소리라는 점도 재밌다. AI 커버 채널들은 수익 창출을 하지 않고, 강새봄 성우의 유튜브 채널 링크를 소개하는 등 나름의 예우를 갖추고 있었다.


이렇게 활발한 팬 채널 문화가 형성된 배경에는, PV 맛집으로 통하는 에피드게임즈의 특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게임 콘텐츠에 대한 관심 만큼이나, 공식 채널에 올라오는 PV에 대한 반응도 매번 뜨거웠기 때문이다. <트릭컬> 영상 특유의 개그 센스와 재치는 팬들의 손에서도 이어졌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밤양갱> 뮤직비디오 갈무리
반주년을 맞은 <트릭컬 리바이브>


# Loding 채널 "나는 트릭컬이 싫어요"

<트릭컬 리바이브>의 정식 출시일은 2023년 9월 27일이었다. 약 한 달 뒤인 10월 21일 유튜브 채널 'Loding'에는 "나는 트릭컬이 싫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고, 해당 콘텐츠는 95만 조회수를 넘기며 큰 인기를 끌었다. 


가수 임창정의 노래 <나는 트로트가 싫어요>를 패러디한 노래로, <트릭컬>의 캐릭터 '코미'의 목소리와 재치 있는 가사가 특징적이었다. "사료 좋은 거 아니야? 왜 다들 싫어하지"라는 실제 인게임 대사로 시작되는 해당 노래는, 팬들 사이에선 일명 '트릭컬 애국가'로 불리고 있기도 하며, '코미'와 '버터' 목소리를 맡은 강새봄 성우 또한 해당 영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는 트릭컬이 싫어요' 노래에 대한 강새봄 성우의 반응


# 버터붕어빵 채널 "개미송", "버터의 꿈"

이번에는 '버터'가 중심에 있는 팬 채널이다. 유튜브 채널 '버터붕어빵'에는 애니송, 귀여운 동요 스타일의 노래, <트릭컬> 인게임 삽입곡, 국내 가요 등 여러 장르의 노래로 AI 커버곡이 올라오고 있다. 


해당 채널의 특징은 인게임 대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사의 일부를 '버터'가 말하는 대사로 대체하거나, 노래와 동시에 캐릭터들의 대화를 주고 받는 장면이 이어지는 방식이다. 노래 또는 반주와 잘 어우러지는 영상에서는 일종의 상황극처럼 전달되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노래나 영상에 따라 음정이나 캐릭터 목소리가 불안한 사례도 조금씩 있었다)






# 노래하는 코미 채널 "밤양갱", "좋은 밤 좋은 꿈"

이번 기사를 작성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노래하는 코미' 유튜브 채널이었다. AI 커버 퀄리티가 굉장히 높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일단, 음정 박자를 포함한 피치가 비교적 정확하고 안정적이다. 바이브레이션이나 끝처리 또한 부자연스럽지 않다. 심지어 일부 노래 중에는 원곡보다 해당 채널의 AI 커버 버전이 좋게 들리는 경우도 있었다. 기술의 발전에 의한 것도 있겠지만, AI 커버 툴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 채널의 특징 중 하나는 매번 목소리 주인인 성우의 유튜브 채널을 영상 설명란에 남긴다는 점이다. 자주 올라온 '코미' 버전에는 강새봄 성우를, 한 번 올라온 '에피카' 버전에는 손정민 성우를 소개했다. AI 커버는 2차 창작물에 속하기 때문에, 해당 콘텐츠를 통한 수익 창출을 하지 않고, 원저작자를 직접 언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생태를 유지하고 있다. 






# 패러디 문화에서 AI 커버로

약 10년 전 UCC(유저 창작 콘텐츠)가 활발했던 당시, 영화 <레미제라블> 속 노래를 패러디한 영상들이 유행했던 것을 기억하시는가? 이런 콘텐츠에서는 노래, 춤, 연기에 재능을 가진 창작자가 대중의 눈길을 끌곤 했다. 재치 있는 개사 능력 또한 중요했다.


결이 조금 다르지만 일본에서 먼저 발달한 보컬로이드 문화도 존재했다. 이쪽 시장에서는 가창 능력 없이도, 작곡 및 편곡 실력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게 가능했다. 


한편, 편집으로 완성된 노래를 만드는, 일명 '악기가 된 사람'들도 존재했다. 영상 등에서 음원 소스를 따고, 피치를 조정해 하나의 노래로 만드는 방식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AI 커버' 놀이 문화는 이런 과거 사례들의 교집합에 있다. 작곡, 가창 모두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되며, 편집 및 후가공에 대한 허들도 낮아졌다. 지켜야 할 암묵적인 룰은 하나. 원저작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창작의 자유는 존중 받아야겠지만 선을 넘진 말아야 하고, 2차 창작물로 원저작자의 허가 없는 수익 창출을 하지 않는 등의 예시가 있겠다. 



▲ 최근 'Bomb양갱'으로 큰 이목을 끌었던 대한민국공군 채널의 11년 전 <레미제라블> 패러디 영상


<트릭컬 리바이브>는 AI 커버를 포함한 적극적인 팬덤 문화 속에서 캐릭터들의 세계가 더욱 확장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다른 게임 팬덤에서도 이런 2차 창작이 활발한 편이지만, <트릭컬> 팬 채널들에 특히 양질의 AI 커버 사례가 눈에 띄어 이를 소개해봤다.


이번 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두 캐릭터, 강새봄 성우가 연기한 '코미'와 '버터'가 마주 보며 대화하는 영상으로 기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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