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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에 이어 발로란트까지... 2024년은 '젠지의 해'가 될 것인가?

젠지가 반 년 동안 보여준 놀라운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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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4-06-10 18:45:15
사랑해요4 (김승주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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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에 이어 발로란트까지... 2024년은 '젠지의 해'가 될 것인가?

젠지가 반 년 동안 보여준 놀라운 성과

2024년은 젠지 e스포츠의 해가 될 수 있을까?

젠지가 2024년 라이엇 e스포츠 게임의 양대 미드 시즌 결산 대회를 싹쓸이하는 기록을 세웠다. 5월 <LoL> 대회 'MSI 2024'을 우승한 후, 6월 진행된 <발로란트> 대회 '마스터스 상하이'에서도 우승컵을 차지한 것. 같은 구단의 두 팀이 라이엇이 주관하는 세계 대회에서 모든 경쟁자를 꺾고 우승한 것이다. 

과정 역시 좋았다. <LoL>과 <발로란트> 팀 모두 전승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에 일각에서는 e스포츠 분야에서 2024년이 '젠지의 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마스터스 상하이에서 우승한 젠지 선수단 (출처: 라이엇 게임즈)



# 메타 선도한 젠지, MSI에서 7년 만의 한을 풀다.


2024년 젠지 <LoL>팀이 MSI에서 거둔 가장 멋진 성과는 '메타를 선도'했다는 점에 있다.

<LoL> e스포츠는 대회마다 메타와 챔피언 티어가 급변하곤 한다. 이번 MSI에서 나왔던 새로운 흐름은 '라인 스왑' 전략이었다. 탑과 바텀 라인을 스왑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큰 이점이 될 것이라 판단한 프로 팀들은 이 점을 적극 활용했다. 탑 라이너가 바텀 라인의 견제로 인해 게임 초반부에 1레벨에서 레벨업하지 못하고 오랜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도 자주 등장했다.

젠지에게는 불리할 수 있었던 흐름이었다. 대회가 마무리된 후 선수들의 방송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젠지는 몇몇 선수들이 몸이 좋지 않아 스크림(연습 매치)를 많이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 기대를 받았던 2023 롤드컵에서는 메타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럼자오자레'(상대에게 주요 메타 픽을 전부 주는 행위)라는 아픈 유행어를 남기며 8강에서 쓴 맛을 보기도 했다.

젠지 팬들에겐 악몽으로 남은 '럼자오자레' (출처: 라이엇 게임즈)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정 반대의 흐름이 보였다. 젠지는 라인 스왑을 제대로 이해한 모습을 보여주며, 통상적인 흐름을 비틀어 귀환을 하는 척 하고 매복해 상대방의 탑 라이너를 제압하는 명장면을 선보였다. 메타보다는 '체급 픽'만을 중요시한다는 사람들이 젠지를 보고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챔피언 픽에 있어서도 선도적인 흐름을 보였다. '캐니언' 김건부가 대회에서 통용되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니달리'를 꺼내들어 순식간에 메타의 핵심 픽으로 바꿔냈다. '리헨즈' 손시우는 결승전에서 깜짝 블리츠크랭크를 꺼내들어 역사에 남을 서포터 캐리를 선보이고 파이널 MVP를 얻어냈다.

역사에 남을 블리츠크랭크 캐리를 선보인 리헨즈 (출처: 라이엇 게임즈)

가장 팬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결승전 1세트에서 보여줬던 요네와 카서스를 필두로 한 조합이다. 두 챔피언은 초반부 싸움에 약하기에 이런 조합을 빠르게 밴픽 과정에서 선택했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많은 사람들이 젠지가 '막장 밴픽'을 했다고 생각했다. 당시 솔로 랭크에서는 카서스가 좋다는 후문이 있었지만, 라이브 서버와 다른 버전으로 진행되는 대회에서 등장하리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실제로 경기 초반부는 상당히 어려운 흐름이었다. 그러나 리헨즈의 슈퍼 플레이를 시작으로 흐름을 잡은 젠지는 "역시 저런 픽은 안 돼"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다 이유가 있었구나"라고 깨우치게 만들었다. 특히, 경기 후반부 카서스가 궁극기를 사용해 무시무시한 대미지를 뿜어내는 장면은 이번 MSI에서 잊히지 않을 장면이 됐다.

궁극기 하나만으로 커다란 임팩트를 남긴 카서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쵸비의 코르키도 빼놓을 수 없던 픽이다. MSI 2024에서 미드 코르키는 14번 등장해 7승 7패를 기록했다. 여기서 쵸비 홀로 일궈낸 승만 4개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미드 코르키는 오직 쵸비만이 제대로 다룰 수 있는 픽이었다.

이렇게 우승을 차지한 젠지는 국제전 부진으로 인한 서러움을 푸는 것과 함께, 7년 만에 LCK에 MSI 우승컵을 안겼다. '쵸비' 정지훈이나 '기인' 김기인 등 실력으로 널리 인정받았지만 묘하리만큼 국제 대회와 인연이 없던 선수들이 중국의 강팀을 세 번이나 꺾어내며 처음으로 우승컵을 차지하기도 했다. 젠지의 우승이 국내 <LoL> e스포츠에 큰 발자국을 남긴 이유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정통 FPS에서도 한국이 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발로란트>

<발로란트>에서는 상하이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처음으로 국제 대회 우승을 얻어냈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젠지가 참가하고 있는 퍼시픽 리그 팀으로써도 최초다. 그간 퍼시픽 리그는 국제 대회 결승 문턱에서 항상 좌절하며 패배의 아픔만을 삼켜 왔던 리그였다.

그간 한국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같은 서구권에서는 인기가 있지만, 동양권에서는 많은 팬층을 보유하지 못한 '정통 FPS' 장르에서 그다지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와 <발로란트>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 도전했지만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젠지 <발로란트> 팀은 2024년 리빌딩 직후 무시무시한 성과를 보이며 정통 FPS 팬층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결성 후 참가한 첫 대회 '2024 발로란트 인터네셔널 킥오프 퍼시픽'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2024 발로란트 마스터스 마드리드'에서는 한 끗 차이로 준우승했다. 비록 준우승이었지만 결승 직전까지 모든 경기를 승리했으며, 결승전에서도 2:3의 스코어로 패배했기에 많은 팬들에게 기대감을 남겼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풀 세트 접전에 이른 이번 결승전의 마지막 맵은 '스플릿'이었다. 젠지는 마스터스 마드리드와 퍼시픽 리그 스테이지 1 결승전 중 스플릿 맵에서 모두 패했다. 특히, 퍼시픽 리그 스테이지 1 결승전에서는 풀 세트 접전 끝에 마지막 맵이었던 스플릿에서 패했기에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실패를 보약삼은 젠지는 스플릿 맵에 대한 전술을 뼈를 깎듯이 준비해 왔고, 상하이 마스터스의 마지막 맵으로 스플릿이 선택되자 압도적인 모습으로 팀 헤러틱스를 제압했다. 상대방 선수의 셋업을 마치 뻔하다는 듯이 읽어내는 모습도 보였다. 전승 우승이면서도, 젠지가 패배의 아픔 속에서 얻어낸 피드백과 경험이 있었기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셈이다.

이런 젠지 선수들의 뼈를 깎는 노력을 보여주는 인터뷰도 있다. 결승 인터뷰에서 '텍스쳐' 김나라는 "연습을 위해 2년 동안 엄마에게 가지 못했다. 이것(우승) 때문에 안 갔다. 이제 봐 줄 거지?"라는 소감을 남겼다. 

젠지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출처: 라이엇 게임즈)

젠지 팀의 감독이 <카운터 스트라이크 1.6> 시절 전설적인 선수로 활동해 온 '솔로' 강근철 감독이란 점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강근철 감독은 우승 소감으로 "제가 세계 대회를 14년 만에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우승했다"라며 남다른 감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강근철 감독은 2010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월드 e스포츠 마스터스'의 <카운터 스트라이크 1.6> 종목에 '위메이드 폭스' 소속으로 출전해 우승한 경험이 있다.

두 번의 세계 대회 참여에도 이런 인상적인 성적을 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젠지 <발로란트> 팀의 국제전 전적은 무려 11승 1패다.


# 두 개의 우승이 남기는 시사점이란

최근 e스포츠 토론회를 다니다 보면 자주 언급되는 주제가 하나 있다.

국내 e스포츠가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 선수 육성 및 코칭 면에서 국제 표준이 될 만한 체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재능 있는 선수가 모인 강한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아닌, 강한 선수나 팀이 만들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국제적인 모델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젠지는 e스포츠의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팀을 유지하고 있는 구단이다. <LoL>과 <발로란트> 뿐만 아니라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로켓 리그>, <FC 온라인> 등에 팀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젠지가 여러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준다면, 위에서 언급한 젠지의 '시스템'에 국제적인 관심이 모일 수 있다.

실제로 성과를 보인 부분도 있다. 젠지 <LoL>팀의 '페이즈' 김수환은 육성 단계부터 젠지와 함께해 온 선수다. 이번 MSI에서는 국제 대회 단일 세트 최다 킬 기록을 세웠으며, 2022년 11월 데뷔 이후 세 번의 LCK 우승과 MSI 우승컵을 보유하고 있는 '괴물 신인'이다.

젠지 선수가 나서서 이런 시스템 구축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3월 '쵸비' 정지훈은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에 기부금 6,000만 원을 전달했다. 프로게이머가 e스포츠 아카데미에 기부한 첫 사례로 알려져 있다. 기부금은 아카데미 학생과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10대를 위한 '쵸비 장학금 전형'으로 사용됐다. 

(출처: 젠지)


# '기대컨' 문화가 있긴 하지만...

아직 2024년이 완전한 '젠지의 해'가 된 것은 아니다. <LoL>팀은 LCK 서머 시즌과 2024 롤드컵을 앞두고 있다. <발로란트> 팀은 퍼시픽 리그 스테이지 2와 한국에서 열릴 발로란트 챔피언스가 남아 있다.

그리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기대컨'(기대+컨트롤)이라는 문화가 있다. 젠지는 기대를 받으면 경기력이 하락하고, 기대를 받지 않으면 경기력이 좋아진다는 일종의 밈이다. 이런 문화를 감안하면, 아직 2024년은 절반 정도만 지난 상태이기에 벌써부터 '젠지의 해'를 점친다는 것은 나쁜 미신이 될 수 있다. 스포츠계에는 모든 팬들이 언급하기를 꺼려하는 유명한 명언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2024년 6월까지 보여준 젠지의 놀라운 성과는 칭찬 받아 마땅하다. 앞으로의 기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주목과 박수를 받아 마땅한 결과를 냈다. LCK에게 7년 만에 MSI 우승컵을 되찾아 왔다는 것과 한국이 정통 FPS에서도 세계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앞으로 젠지가 2024년을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할지 지켜보는 것도 e스포츠 팬들에게 하나의 즐거움이 될 예정이다.

퍼시픽 리그 최초 우승에 쏟아진 축하 (출처: 발로란트 퍼시픽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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