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 오리진>이 서비스 2주년을 맞았다. 정말 오랜만에 ‘리스보아’, 아니 ‘리스본’의 바다는 함선들로 북적인다. 새로 항해길에 오른 이들과 추억을 좇아 다시 키를 잡은 이들이 새로운 이름을 단 도시에 발을 들인 것이다.
지난 4일, 모티프의 박철우 디렉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항해시대 오리진> 시나리오 디렉터였던 그는 최근 디렉터로 취임해 이번 2주년 업데이트를 준비한 장본인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신임 디렉터로서 지난 2년 간의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항해를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기사를 위해 인터뷰 내용을 곱씹어보니, 그의 입에서 ‘유저’라는 말이 정말 많이 나왔음을 실감한다. 유저들과 소통하고, 유저의 시점으로 게임을 바라보며, 유저들을 위한 콘텐츠를 준비하는 그는 앞으로의 여정에 유저들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Q.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2주년을 맞았다. 지난 2년간의 서비스에 대해 스스로 평가한다면?
A. 박철우 디렉터: 서비스적으로 미비했던 점이 많았다. 서비스 1주년 당시 공개했던 로드맵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는데, 디렉터 취임 이후 많이 반성하면서 새로운 로드맵을 준비 중이다.
개발도 중요하지만 유저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좀 더 개선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구조를 가진 게임이지만, 지금까지 명확한 UI/UX와 게임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유저분들께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Q. 시나리오 파트장에서 디렉터직을 맡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A. 지난 6년간 모티프에서 근무했는데, 처음 입사한 계기도 <대항해시대> 시리즈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시리즈 2편부터 5편, <대항해시대 온라인>까지 모든 게임을 플레이할 정도로 <대항해시대> IP를 좋아한다. 이렇게 좋아하는 게임의 디렉터가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그만큼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결코 낮지 않고, 이를 통해 유저분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콘텐츠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려고 한다.
Q. 2주년 업데이트 이후 이용자 수는 어떻게 변화했나?
A. 업데이트 이후 유저 수는 30% 이상 증가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유저분들이 게임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보통 업데이트 이후 게임을 이탈하는 유저들도 많은데, 유저분들이 이탈하지 않고 게임에 계속 남아주시는 것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Q. 이번 업데이트로 일부 도시명이 변경됐다. 기존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해당 지역의 원어 발음에 맞게 도시명을 기재했는데, 이를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A. 2주년 업데이트 막바지까지 많이 고민했다. CBT 때부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대항해시대 오리진>만의 특성이라 생각하고 유지해왔던 부분이다. 그런데 <대항해시대> IP의 팬들이 우리 게임을 즐겨주시는 상황에서 이렇게 항구명을 짓는 것이 <대항해시대> 시리즈를 잇는 작품으로 보일지에 의문이 들었다.
라이브 서비스 중인 게임에서 게임의 중요 용어를 바꾸면 유저들이 접하고 있는 정보와 차이가 생기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많은 유저들이 원하셨던 부분이기도 하고,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팬들은 변경 후 이름에 쉽게 적응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항구명을 변경했다. 다행히 유저분들이 만족해주셔서 이번 결정을 잘 내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2주년 업데이트로 '리스보아'는 리스본으로, '앗수웨이스'는 수에즈로, '보르사이드'는 포트사이드로 변경됐다.
Q. 항해사의 ‘잠재 효과’ 추가와 ‘북극' 해역 추가 등 2주년 업데이트의 내용이 상당히 파격적이다.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
A. 2주년 업데이트인 만큼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
업데이트 전에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많은 항해사를 보유하고 이들에 대한 세팅을 마친 상태였다. 이번 잠재 효과 추가를 통해 유저분들이 새롭게 항해사를 육성하고 덱을 세팅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으실 수 있기를 바라며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Q. 업데이트에 대한 유저들 반응은 어떤가? 향후 개선될 부분도 있는지?
A. 잠재 효과 획득 비용이 조금 비싸서 우려했는데, 지표상으로 많은 유저들이 잠재 효과를 많이 습득하고 계셔서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황금 선박’의 경우, 최대 능력치 획득 과정에서 버려지는 개량형 선박을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 시스템이다. 여기에 선박별 특성이 부족하다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유저들이 원하는 대로 선박의 선실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밀수’의 기본적인 컨셉은 ‘업보’라는 위험성을 감수하는 대신 높은 수익을 올리고, 기존 교역에서 얻을 수 없는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밀수 관련 지표를 계속 확인하고 있으며, 리스크 대비 이득이 부족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밀수 관련 효과 등을 추가해 계속 조정해나갈 계획이다.
2주년 업데이트로 추가된 신규 콘텐츠 '밀수'. 밀수단과의 거래를 통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발각 시에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Q. 2주년 업데이트 이후에는 어떤 콘텐츠가 추가되나? 향후 업데이트에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팬들이 설렐만한 요소가 있는지.
A. 코에이테크모와 IP 계약할 때, 2편과 외전 IP만 계약을 체결했다. <대항해시대 4> 또는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캐릭터를 기대하시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계약 수정이 필요해 바로 진행할 수 있다고 답변드리기는 어렵다.
향후 업데이트와 관련해 6개월 분량의 플랜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먼저 전투 콘텐츠로 ‘실시간 모의전’이 추가될 예정이다. AI로 진행되는 기존 모의전과 달리 유저들이 특정 시간대에 실시간으로 전투를 진행할 수 있는 콘텐츠로 현재 개발 중이다.
현재 모의전은 유저가 등록한 함선과 전투 진형을 바탕으로 AI와 대전이 진행되어 전략 싸움의 묘미가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다.
두번째는 하우징 시스템인 ‘장원’이다. 유저들은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자신의 장원을 꾸밀 수 있으며, 새로운 생산 콘텐츠와 항해사 육성도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해전’이라는 신규 콘텐츠로 현재 개발력을 집중해서 개발 중이다. 대해전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가별로 전투를 벌이는 콘텐츠다.
서비스 초기에는 투자전을 중심으로 국가전이 진행됐으나, 이후에는 독점 상회를 통한 상회전이 주로 진행됐다. 디렉터 취임 이후 상회전보다는 국가전에 대한 유저분들이 반응이 더 좋다고 판단해, 서버의 모든 인원이 참여하는 국가전 콘텐츠를 구상하게 됐다.
각국의 총리들이 특정 시기에 특정 국가를 향해 선전포고를 하는 방식으로 대해전이 시작되며, 이후에는 국가별로 협상하고 동맹을 맺으면서 전쟁의 양상이 다양해진다. 대해전은 전투가 중심이 되는 콘텐츠이지만, 교역과 모험을 통해 전투에 유용한 버프를 진행하는 등 모든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형태로 구상 중이다.
Q. 현재 국가별로 세력이 판이한 데, 밸런스는 어떻게 조정되나? 추가로 창해 서버에서도 대해전이 진행되는지?
A. PvP가 불가능한 창해 서버에서도 동일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국가별 세력 불균형 문제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약간의 보정을 통해 밸런스를 조정할 계획이다. 특히 동맹 시스템이 국가별 세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가 너무 강하면 다른 국가들이 함께 동맹을 맺고 저항하는 그림도 나올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Q. 언급된 내용들은 모두 현재 로드맵에선 전혀 공개되지 않은 내용인데.
A. 디렉터로 취임한 이후 기존 로드맵이 현재 기준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 모두 초기화했다. 오늘 말씀드린 콘텐츠를 비롯해 새로운 로드맵을 준비해 배포하겠다.
Q. 교역이나 전투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는데, 모험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했다. 향후 모험 콘텐츠를 추가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A. <대항해시대>가 역사와 문화, 모험에 관한 이야기임에도 모험 콘텐츠가 거의 추가되지 않았다. 앞서 6개월간 추가될 3개 콘텐츠를 말씀드렸는데, 향후 3주년을 앞두고 모험 콘텐츠를 출시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대항해시대>가 가진 가장 큰 제약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다. 현재 북극점과 남극점을 제외하면 모든 지역이 개방된 상태인데, 향후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해 육상 지역을 콘텐츠로 출시하고자 한다. ‘피렌체’ 같은 도시를 비롯해 ‘마추픽추’ 등 역사적인 지역을 추가하고,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모험 콘텐츠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시나리오에서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무 대륙’이나 ‘아틀란티스’, 혹은 ‘엘도라도’ 같은 가공의 지역을 추가해 세계관을 확장해나갈 것이다.
<대항해시대 3>에서도 등장했던 '무 대륙'을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까.
Q. 육상 지역과 관련해 교역과 전투 콘텐츠도 추가되는지?
A. 현재 기획 단계로 확정된 것은 아니나 육상의 도시에서 교역품을 거래할 수도 있고, 육상 이동 중에 맹수나 도적, 혹은 다른 유저와의 전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전투 방식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 중이다.
새롭게 추가된 제독 '엘리자베스 셜랜드'
Q. 신규 제독 ‘엘리자베스 셜랜드’ 연대기에 대한 평가가 좋다. 아쉬운 퀄리티의 기존 연대기를 리뉴얼해달라는 유저들이 많은데.
A. 아쉽게도 이미 출시된 연대기를 수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평가가 안 좋은 연대기는 추후 후속편을 출시할 계획이 있다.
Q. 신규 및 복귀 유저들은 많아졌는데, 이에 대한 가이드는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A. 디렉터 취임 이후 게임을 다시 처음부터 플레이해봤다. 지난 2년간 많은 콘텐츠가 업데이트되었는데, 신규 유저 입장에서는 이러한 콘텐츠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기존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를 올해 말까지 추가할 예정이다.
현재 유저들이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는 교역이다. 문제는 신규 유저들은 어떤 지역에서 무엇을 사서 어디서 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너무 힘드니, 이 부분에 대한 가이드도 강화할 예정이다.
일차적으로 유저들이 이에 관한 공략을 직접 올릴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이후 시스템 보완을 통해 어디서 무엇을 거래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할 것이다. 공략을 제공한 유저에게는 명예 보상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한다.
신규 유저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많은 도시와 상품들 중 어디서 무엇을 사야하는지 알기가 상당히 어렵다.
Q. 얼마 전 <창세기전> IP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진행되어 화제가 됐다. 이 외에 다른 IP와의 협업 계획이 있는지?
A. 내부적으로 여러 후보를 선정하고 있다. 다만 코에이테크모와 공동 개발 중인 작품이라 독단적으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할 수 없어 현재는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고, 추후 결과가 나오는 대로 유저분들께 말씀드리겠다.
Q. 지난 6월 서버 통합을 예고했다. 이번 업데이트로 글로벌 서버 시간대를 한국 시간과 동일하게 조정했는데 이는 서버 통합을 위한 것으로 봐도 되나?
A. 해당 부분은 서버 통합을 위한 사전 작업이 맞다. 다만 서버 통합에 대한 아직 명확한 일정을 안내해 드릴 수 없다. 개발진 내부에서도 서버 통합이 우선인지, 서버 이전이 우선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서버 통합과 관련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고 있으며 서버 통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나 불이익이 없도록 신중하게 확인하고 있다.
Q. 앞서 유저들과 소통을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인지?
A. 유저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개발자 노트를 기존보다 많이 올리고 있다. 향후 체계가 갖춰지면 유저분들을 초대해 간담회 등을 진행할 생각이다.
Q. 소통과 관련해, 최근 <대항해시대 오리진> 유튜버 ‘강카스톨’의 개인방송을 시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 사실이다. 유저분들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채널을 보고 있었다. 자기 전에 유튜브를 둘러보다가 늦은 시간에 라이브 방송을 하시는 걸 보고 감사 인사를 드렸다.
Q. 앞으로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3주년, 4주년은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지?
A. 일단 서비스 2주년을 맞아 게임을 찾아준 유저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서비스 초기에 정말 많은 유저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떠난 상태다. 2주년 업데이트를 기반으로 유저분들이 다시 게임에 찾아오실 수 있도록 계속 준비하고 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이 곧 20주년을 맞는다. 우리 게임도 긴 시간 서비스를 이어가면서 유저분들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게임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유저분들도 많이 응원해주시고 같이 힘내주셨으면 좋겠다.
<대항해시대 오리진> 박철우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