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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게임 한 판에 100원", 추억 재현한 '청량오락실'의 탄생 비화

청량오락실 기획자 보성산업 문수정 상무를 만나다

한지훈(퀴온) 2024-10-24 21:58:11
퀴온 (한지훈 기자) [쪽지]
[흥미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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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한 판에 100원", 추억 재현한 '청량오락실'의 탄생 비화

청량오락실 기획자 보성산업 문수정 상무를 만나다

2000년대 초, 대구 불로시장에는 낡고 오래된 오락실 하나가 있었다. 그 흔한 PC방도 하나 없던 탓에 근처 초등학생들은 학교가 끝나면 모두 이곳에 모였고, 기자도 그 중 하나였다. 얍삽하게 플레이하면 선배들의 가르침을 받게 되는, 그 시절 오락실은 우리에게 청학동 서당이었다.


지금도 오락실은 있지만 그 시절 오락실과는 다른 느낌이다. 화려한 LED 조명이 사방에서 반짝이고, 조이스틱 달린 게임보다 인형 뽑기나 체감형 게임기가 더 많다. 무엇보다 달라진 건 게임 한 판의 무게감이다. 한 판에 100원이었던 게 이제는 500원, 1,000원까지 올랐다.


그런데 최근 한 오락실 하나가 게이머들의 이목을 끈다. 아트포레스트 청량리에 위치한 ‘청량오락실’이 바로 그것이다. 재개발 이후 새로 지어진 화려한 상가 안에 고이 자리 잡은 오락실은 그 시절 오락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앞으로 툭 튀어나온 CRT 모니터 화면으로 30종이 넘는 추억의 게임들이 비친다. 한 판에 100원, 가격도 그대로다.


오락실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 레트로 게이머들의 성지로 거듭났다. 주말에는 게임마다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발길이 몰린다고 한다. 직접 가보니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구, 오락실을 찾은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오락실이 알려지면서 모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건물주가 취미로 운영하는 곳이다”, “이벤트로 반짝 영업하고 사라질 것 같다” 같은 추측이 쏟아졌다.


청량오락실은 누가, 왜 만들었을까.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BS산업의 문수정 상무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청량오락실'의 기획을 맡은 BS산업 문수정 상무



Q. 청량오락실을 직접 기획하셨나요?


A. 문수정 상무: 네. 팀 내에서 아이디어를 모아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Q.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아트포레스트 청량리는 고객들을 위해 마련된 쉼터가 많은 곳으로, 바로 앞에 천 평 규모의 공원도 있어서 쉬러 오시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된 거 좀 더 적극적으로 고객들에게 특별한 휴식 경험을 제공해보자고 생각해 프로젝트를 준비했는데요. 10개 이상의 후보군이 나왔고 사진관과 영화관, 그리고 오락실이 최종적으로 선발됐습니다. 특히 오락실에 제일 많이 공을 들인 것 같네요.


Q. 여러 업종 중 오락실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청량리라는 지역이 레트로와 어울리기도 하고, 실제로 인근 경동시장이 레트로를 테마로 하고 있는데요. 이런 지역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도록 레트로를 프로젝트의 핵심 테마로 잡았고, 오락실이 여기에 제일 적합한 콘텐츠라고 생각해 선택했죠.

예전 오락실을 떠올리면 어둡고 침침한 느낌이 있잖아요. 이번에 청량오락실을 준비하면서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마음 놓고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전 오락실보다는 조금 더 밝고 깨끗한 느낌으로 재구현했습니다.


Q. 오락실의 주 고객들은 어떻게 되나요?

A. 과거에 오락실을 이용했던 분들도 있고, 가족들과 함께 오락실을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개인적인 목표는 근처 대학교의 학생분들이 많이 찾아오실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오락실이 저희에게는 과거의 향수에 젖게 하는 공간이지만, 새로운 세대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잖아요. 청량오락실이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매장에 있는 게임기는 어떻게 구하셨어요?

A. 기왕 시작한 김에 제대로 레트로 느낌을 내고 싶어서 예전 오락실에 있던 게임기를 찾기 위해 전국팔도의 전파사와 고물상을 수소문했습니다.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이곳저곳에서 기기를 구입했는데요. 갖고 와보니 기기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았죠. 이런 것들은 직접 다 수리해서 준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분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요. 레트로 게임 전문 유튜버나 게임 카페 동호회 분들이 게임의 구성이나 기기 배치 노하우도 많이 공유해주셨어요. 기기 구하고, 조언도 받으면서 준비하는데 거의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그 시절 향수가 느껴지는 '두발뇌전'… 아니 '두뇌발전'

레트로 테마에 맞게 패미컴과 그 시절 미니카도 재현되어 있다.

Q. 게임 이용료를 100원으로 잡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그 시절 오락실의 완벽한 구현이죠. 예전에는 저희가 100원 넣고 게임을 했잖아요. 그러니 청량오락실도 100원만 받아야죠.

사실 전기세도 안 나옵니다. 옛날 기기라서 특히 전기를 많이 먹어요. 하지만 수익을 목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도 아니고, 많은 분들이 와서 즐겨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많이 이용해주시면 적자가 나도 오락실을 계속 운영할 계획입니다.


Q. 단기간에 중단될 이벤트는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A. 네. 여기에는 저희의 피와 땀이 서렸습니다.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계속 운영할 계획이고, 이후에는 상황을 봐야겠죠.


Q. 청량오락실이 유튜브와 SNS,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이렇게 화제가 될 것이라 예상하셨나요?

A. 솔직히 인근 주민분들이 많이 찾아주실 것으로 기대는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반응이 뜨거워서 놀랐습니다. 저희 오락실을 이용하려고 지방에서도 올라오시는 분도 계시고, 게임 동호회, 유명 유튜버들도 방문해주셨는데요. 오락실을 오픈한 지 한 달이 채 안 됐는데,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기쁩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오락실을 준비할 때 한 전파사에서 기기 30대를 구입했는데요. 갖고 와서 보니 30대가 전부 고장 난 상태였어요. 그걸 들고 청계천 상가를 찾아가서 다 수리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옛날 기기라 고장이 잦다 보니, 이제 어지간한 고장은 저희가 자체적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준비할 때 도와주셨던 전문가분들과 친분이 쌓였는데요. 오락실 오픈 이후에도 찾아와주시면서 지금도 계속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한번은 이분들이 게임을 하시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게임을 할 때 모습이 저희가 알던 모습과 완전히 다른 걸 보고 깜짝 놀랐던 적도 있습니다.


Q. 원래 오락실을 좋아하셨어요?

A. 매니아만 아니었을 뿐, 오락실에서 게임 많이 했죠. 지금은 직원들하고 <테트리스>로 점수 내기 경쟁도 하고 있습니다.


Q. 오락실 게임 중 제일 좋아하는 게임은 무엇인가요?

A. <버블보블>을 제일 좋아합니다.


Q. <EZ2AC>나 <데이토나 USA 2> 같은 대형 게임기는 이용료를 더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른 게임과 똑같이 100원만 받아도 괜찮나요?

A. 가격 올리는 것도 고려해보겠습니다(웃음).


Q. 게임을 추가해달라는 건의는 없나요?

A. 저희가 라인업을 잘 준비해서 그런지 게임을 더 추가해달라는 요청은 없습니다. 다만 오락실이 너무 밝다는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 많은 분들이 편안하게 이용하실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밝은 분위기는 유지할 계획입니다.


Q. 청량오락실 외에도 영화관과 사진관도 운영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짧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가족, 친구와 함께 저렴한 가격에 추억을 남기실 수 있도록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고, 영화관에서는 매주 다른 테마의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고 있습니다. 총 22석이 준비되어 있고,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예약 가능합니다.


Q. 추가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나요?

A. 옛날 과자 같은 것들을 파는 청량상회도 준비 중이며, 레트로 컨셉에 맞게 만화방과 바둑실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Q.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성취하려는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이번 프로젝트는 사실 아트포레스트라는 상업 시설을 활성화하기 위한 투자의 일환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확실한 콘셉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금의 레트로 테마를 계속 유지할 계획입니다.

부동산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입니다. 콘텐츠가 제대로 구상이 되어야 부동산이 살아날 수 있죠. 이번 프로젝트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다음 프로젝트에서도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추후에는 청량오락실이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될 수도 있겠죠.


Q. 끝으로 오락실을 찾아주시는, 또 앞으로 찾아주실 이용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유튜브나 커뮤니티를 보면 “상가 분양이 안 돼서 저런다”, “수익이 안 나올 것이다” 하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저희는 지금 이 상업 시설 전체를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수익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저희 오락실을 찾아주시고, 이러한 발길이 상가 전체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콘텐츠를 계속 선보일 테니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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