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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TIG 퍼스트룩] 추억의 방아쇠를 당기다 '크로노트리거'

이형철(텐더) 2021-06-04 10:03:24
텐더 (이형철 기자) [쪽지]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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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 퍼스트룩] 추억의 방아쇠를 당기다 '크로노트리거'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여러분께 '추억'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사람들은 대부분 추억을 두고 '언제 떠올려도 아름다고 아련한' 소중한 조각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냉정히 돌아보면, 그러한 추억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보정된 기억'에 가깝습니다. 떠올리기 싫거나 잊고 싶은 추억들조차 시간이 지나면 아름답게 포장되어 우릴 기다리곤 하니까요.

오래된 게임 역시 이러한 추억과 향수를 갖고 있습니다. 기자는 난생처음 구매했던 첫 번째 패키지 게임, <파이널 판타지 7>의 감동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영어를 몰라 사전을 붙잡고 끙끙 앓아가며 깼던 <포켓몬스터 블루>는 기자의 '인생 게임'에 해당하죠. 게이머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추억' 한 조각입니다. 물론, 지금 플레이하기엔 세월의 격차로 인해 쉽지 않겠지만 말이죠.

게이머라면 오래된 타이틀에 대한 '추억' 하나는 당연히 갖고 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할 <크로노 트리거> 역시 누군가의 추억을 지키고 있는 타이틀일 겁니다.

1995년 발매된 <크로노 트리거>는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로부터 '최고의 RPG'로 꼽힙니다. 실제로, 모 해외 매체는 역대 최고의 RPG 탑 100을 선정함에 있어 <위쳐 3>, <디아블로> 등 쟁쟁한 게임 대신 <크로노 트리거>를 1위에 올리기도 했죠. 10년도 넘은 구식 게임이 최고의 그래픽과 최신 시스템으로 무장한 타이틀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셈입니다.

사실 발매된 지 10년이 훌쩍 넘은 게임을 소개한다는 건 모험에 가깝습니다. 읽는 분들께 공감을 끌어내기 어려울뿐더러 추억팔이에 가까운 리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오늘 소개할 <크로노 트리거>는 리메이크가 아닌, 정말 약간의 보정만 거친 스팀 이식작에 불과합니다. 

도대체 디스이즈게임이 이번 주 '퍼스트룩'으로 <크로노 트리거>를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출처: 스퀘어 에닉스)


 

<크로노 트리거 스팀판>은 전형적인 JRPG에 가깝습니다. 유저들은 주인공 '크로노'를 따라 황폐해진 미래를 구하기 위해 시간여행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동료를 만나 전투를 펼칩니다. 크게 다를 것 없는, 늘 보던 '세상을 구하는 영웅'의 이야기죠.

다만 <크로노 트리거>는 여기에 한 가지 변수를 더했습니다. 

바로 '멀티 엔딩'인데요, 최종 보스인 '라보스'와 어떻게 전투를 펼쳤냐에 따라 다른 엔딩이 등장함은 물론 함선 '실버드' 역시 이야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겉보기엔 흔한 왕도물이지만, 이야기에 옵션을 추가해둠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불어넣은 셈입니다.

전형적인 왕도물처럼 보이지만... 시간 여행에 가까운 구조다 (출처: 스퀘어 에닉스)

전투 역시 흔한 턴방식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크로노 트리거>의 전투는 <파이널 판타지>의 ATB 시스템과 유사한 만큼, 턴방식과 실시간 전투를 합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전투 중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며 유저들은 파티원에 대한 명령을 하나하나 내려야 하죠.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스피디한 진행을 가능케 하는 구조입니다.

또한, 스킬 두 개를 합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이를테면 단순히 공격 스킬 두 개를 합해 광역 공격을 퍼부을 수도 있지만, 회복 스킬과 광역 공격을 섞어 '광역 회복'을 시전하는 것도 가능하죠. 이처럼 <크로노 트리거>의 전투는 출시된 지 오래된 게임이라는 걸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요소가 존재합니다. 지금 플레이해도 '낡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운 이유죠.

특정 부위를 먼저 공격해야하는 적도 있다

또 하나, <크로노 트리거>는 굉장히 불친절한 게임입니다. 

현시대에 출시되는 게임들은 친절함을 넘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유저들을 돕습니다. 내비게이션으로 목표를 표시함은 물론, 대사를 읽지 않고 스킵해도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죠. 직접 전투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성장하고, '알아서' 퀘스트를 깰 때도 있습니다. 덕분에 스토리나 대사를 꼼꼼히 따라가는 플레이는 조금씩 빛을 잃어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크로노 트리거>는 이러한 기능을 전혀 제공하지 않습니다. 함께 다니는 동료들 역시 스토리 진행 중 '어디로 가야 한다'와 같은 코멘트는 일절 하지 않죠. 앞서 말씀드렸듯, 이 게임은 똑같은 배경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스토리를 전개합니다. 대사나 스토리를 제대로 읽지 않으면 게임 속 주인공처럼 목적지를 잃고 시간 속을 표류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퍼즐을 풀 때도 시선을 떼선 안된다

마구잡이로 대사를 넘기다간... 시간 속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 게임이 매력적인 건, 아이러니하게도 '불편함'에 있습니다.

수동 조작을 통해 이길 확률이 낮았던 전투를 승리로 장식할 때의 짜릿함이나 메모장에 암호를 기록한 뒤 퍼즐을 해결했을 때 전해지는 즐거움 등은 실로 오랜만에 맛볼 수 있었던 쾌감이었습니다. 너무 편하다못해 할 게 없어져버린 지금의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그래서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었죠.


 

분명 <크로노 트리거>는 낡고 오래된 '구식 게임'입니다. 현시점에 아무 괴리감 없이 즐기기엔 버거운 타이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 해도 세월의 격차에서 발생한 괴리감을 좁히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당신이 그 시간을 견딜 수만 있다면 <크로노 트리거>가 선사하는 매력적인 세계관에 흠뻑 빠지게 될 겁니다.

오늘만큼은 화려한 현시대의 게임은 잠시 내려두고, 과거의 향수에 젖어보는 건 어떨까요. NPC들의 대사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단서를 찾아 시간여행을 떠나보죠. 시간을 탐험하고 뒤틀린 세계를 바로잡고, 그 속에 존재하는 묵직한 스토리를 온몸으로 느껴봅시다.

<크로노 트리거>였습니다.

(출처: 스퀘어 에닉스)

 

 

▶ 추천 포인트
1. JRPG의 감성이 그대로!
2. 멀티엔딩과 퍼즐이 주는 재미는 확실하다
3. 자동에 지친 유저들에게 '불편함'이 주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 비추 포인트
1. 세월의 격차가 주는 괴리감
2. 게임의 '불편함'은 누군가에겐 큰 장벽이 될 수도 있다

▶ 정보
장르: RPG
개발: 스퀘어
가격: 7,250원 (할인중)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스팀

▶ 한 줄 평
당신들 중 누구 하나가 곧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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