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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쏘고 파밍하는 타르코프 같은 게임 '제로 시버트'

얼리 액세스지만 10시간도 너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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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4랑해요) 2022-12-27 16:53:16
4랑해요 (김승주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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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쏘고 파밍하는 타르코프 같은 게임 '제로 시버트'

얼리 액세스지만 10시간도 너끈하다

"<스타듀 벨리>에서 만난 <타르코프>와 <스토커>" - 스팀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유저 평가

 

러시아에서 개발한 <타르코프>와 우크라이나에서 개발된 <스토커> 시리즈는 여러모로 많은 게임에 큰 영향을 끼친 게임입니다. 중요한 점은 두 게임 모두 보다 현실적인 시스템과 하드코어한 '파밍'을 핵심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총알 한 두 발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으며, 총은 내구도가 낮으면 걸림 현상이 생기기에 직접 노리쇠를 당겨 해제해야 합니다.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 가방의 공간을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재미가 크지만, 탈출 직전 운 나쁘게 적을 만나 눈 먼 총알에 사망하면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제로 시버트>는 이 두 게임을 하나로 합친 이탈리아의 인디 게임입니다. FPS 장르인 두 게임과 다르게 탑 뷰 시점으로 개발됐지만, 그럼에도 꽤 훌륭하게 두 게임의 장점을 잘 살렸다는 점이 호평할 만한 부분입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위험지역 가서 잡동사니 가져오기

 

시놉시스는 간단합니다. 러시아의 한 원자력 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고, 이상 현상과 돌연변이가 창궐해 소수의 생존자와 군대는 '제로 시버트'라고 하는 한 방공호에 터를 잡았습니다. 플레이어는 방공호에 거주하며 위험한 지역에 들어가 희귀한 물건을 모으는 '헌터'로써 다양한 아이템을 수집하고 각종 퀘스트를 수행해야 합니다.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은 <스토커> 시리즈와 <타르코프>에 강한 영감을 받은 게임인 만큼 두 게임을 해 봤다면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얼리 액세스 기준 5개의 맵이 있으며, 진입할 때마다 핵심 장소를 제외하면 랜덤하게 지형이 변화합니다. <타르코프> 처럼 별도의 탈출 제한 시간은 없으며, 맵에 진입했다면 자신이 목표한 퀘스트나 충분한 파밍을 마친 후 랜덤으로 지정되는 탈출 장소로 이동해 맵을 이탈하면 됩니다.

대신 <타르코프>만큼의 하드코어한 시스템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맵에서 사망하면 당시 얻었던 모든 아이템을 잃긴 하지만, 출발 전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죽었다고 해서 장비를 잃을 걱정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맵을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파밍하는 게임입니다.

총격전을 탑 뷰 환경에서도 재미있게 구현했다는 점 또한 눈에 띕니다. 게임에는 시야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는데, 나무와 바위 사이에 은폐한 적이나, 엄폐물 뒤에 위치한 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때로는 화면 바깥에서 눈 먼 총알이 날라오기도 하죠. 덕분에 탑 뷰 형식임에도 FPS 게임에 못지 않은 긴장감이 있습니다. 생각 없이 달리다가는 보이지 않는 코너에서 숨어 있던 적에게 총알 맞고 죽기 일쑤죠. 

그 대신 전투를 조금 편하게 해 주는 정조준 시스템이 있습니다. 스코프를 장착한 무기를 조준해 쐈을 때는 총알이 투사체 대신 즉시 적에게 맞는 '히트 스캔' 판정이 됩니다. 상당히 강력한 기능이기에 장거리 무기는 총에 스코프를 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죠.

 

지형지물에 가려진 부분은 볼 수 없습니다. 좌측 하단의 시야 참조

정조준 시스템

 

총기를 개조해 조준경을 달 수 있습니다.

 

파밍의 재미 역시 잘 살린 편입니다. 플레이어는 맵 곳곳에서 각종 잡동사니를 모아 판매할 수 있으며, 위험하지만 핵심 파밍지로 이동해 보스형 적과 교전하거나, 열쇠를 따고 금고를 털어 희귀한 아이템이나 무기 부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신 없이 아이템을 쓸어담다 보면 어느새 가방이 꽉 차고, 무엇을 버려야 하나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갑작스레 나온 적이나 탈출 지점에 우연하게 모여 있던 늑대 무리에게 습격당해 모아온 아이템을 모두 잃는 등 돌발 변수 역시 많습니다.

탐험의 재미도 상당한 편입니다. 좁디 좁은 돌연변이의 소굴에 들어가 코너를 돌 때마다 경계하며 움직여야 할 때도 있으며, 저녁이나 새벽에 출정을 나가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등불이나 야간투시경에 의존해 움직여야 합니다. 멀리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리거나 괴물이 수풀을 헤치는 소리 등 사운드에도 큰 공을 기울인 편입니다.

 

밤에는 한 치 앞도 안 보입니다.

나이트 비전을 껴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타르코프>나 <스토커>에 강한 영감을 받은 만큼, 두 게임의 세세한 시스템까지 오마주 했단 점도 흥미롭습니다. 가령 기본 설정 기준 G키를 눌러 플레이어의 전방에 볼트를 던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눈앞에 이상 현상이 있는지 탐지할 수 있습니다. 별 쓸모는 없지만 총기의 약실 체크를 할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확실히 개발자가 확실히 두 게임에 대한 관록이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적들의 AI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인디 게임임을 감안하면 꽤 탄탄하게 짜여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공격을 하는 순간 주위 엄폐물로 산개하며, 이따금 대치 상황이 길어지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플레이어의 옆으로 우회해 공격을 할 때도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체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적극적으로 돌격하며, NPC끼리도 상성 관계가 있어 맵을 돌아다니며 서로 싸우기도 합니다. 특히 후반 지역인 '몰'에서는 NPC끼리 교전을 진행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볼트를 던져 이상 현상을 탐지하고, 이상 현상 사이에 있는 희귀한 크리스탈을 채취할 수 있습니다.

 

적대적인 NPC끼리 서로 싸우기도 합니다.

게임 후반부에는 강력한 돌연변이가 공격해 오기도

아쉬운 점이라면 파밍의 난이도가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죽더라도 장비를 잃지 않고 출발 전 상태로 돌아가며, 좋은 방어구와 무기, 그리고 각종 스킬을 얻을 수 있는 중반부 이후에는 난이도가 빠르게 낮아지는 편입니다. 물론, 이는 반대로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어려워하는 분이라도 조금만 적응하면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죠.

앞서 언급한 파밍 시스템과 합치면 개발자의 의도로도 느껴지는데, 너무나 하드코어함을 강조해 진입 장벽을 높이기보단 라이트한 게이머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목표한 것으로 보입니다.

스킬을 획득하는 시점부터 난이도가 빠르게 떨어집니다.

 

# <타르코프>와 <스토커> 좋아하면 꼭 해 보시길

 

총평하자면 <제로 시버트>는 소규모 개발 인디 게임이라는 한계와 탑 뷰 형식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파밍과 총격전의 재미를 잘 살린 게임입니다.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10시간 정도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도 호평할 만한 부분입니다. 업데이트 역시 꾸준히 진행되고 있죠.

얼리 액세스 게임에서 게이머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점은 "미래가 기대되는가?"입니다. 아직 개발 중인 만큼 콘텐츠나 시스템 완성도 면에서는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완성 이후가 기대되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그 게임은 "돈 값 하는 얼리 액세스 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제로 시버트>는 목적을 충실히 달성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르코프>와 <스토커> 시리즈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분명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인디 게임입니다. 

 

 

두 게임의 팬이라면 아실 만한 오마주도 상당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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