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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 퍼스트룩] 매운맛 솜사탕? 리듬천국 스타일에 감성을 더한 '멜라토닌'

김승준(음주도치) 2023-02-27 09:33:57
음주도치 (김승준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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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 퍼스트룩] 매운맛 솜사탕? 리듬천국 스타일에 감성을 더한 '멜라토닌'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8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멜라토닌은 활동일 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입니다. 멜라토닌이 분비되면 졸음을 유도하죠. 현대인들은 잠이 부족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출퇴근 지하철에서도 누가 전원을 꺼버리기라도 한듯 시체처럼 잠든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그들에게 부족한 건 잠일까요 여유일까요.

 

사람은 눈을 감고 있을 때 가장 본인의 감정에 솔직한 표정을 짓는다고 합니다. 따로 촬영하지 않는 한 자신의 눈감은 모습을 볼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표정을 만들기가 어렵다고 하죠. 졸고 있던 직장인들의 얼굴은 그리 평화로워 보이진 않았습니다. 지친 일상을 벗어나 잠시 머물 공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잠과 꿈이라는 테마에 따뜻한 그림체와 로우-파이 음악으로 감성을 듬뿍 담은 인디 리듬게임 <멜라토닌>을 소개합니다.

 

 

 

# 리듬게임은 화려한 플레이만 요구한다? NO!

리듬게임이라고 하면 어째선지 <디제이맥스> 시리즈나 <이지투디제이> 등 건반형 리듬게임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무수히 쏟아지는 노트의 빗속에서 엄청난 손놀림을 보여주는 고수들의 플레이는 온오프라인 어디에서 목격했든 뇌리에 오래 남는 모습이죠. <불과 얼음의 춤>처럼 박자가 타이트한 게임들도 초심자 입장에서는 일명 '고인물' 게임이라는 겁부터 먼저 먹게 만듭니다.

 

<멜라토닌>은 스페이스 바와 방향키 조작만으로 게임을 진행하며, 하나의 스테이지 안에서는 조작 패턴이 세 가지가 넘지 않는 심플한 게임입니다. 튜토리얼에서는 박자를 시각화한 노트가 있지만, 본게임에 진입하면​ 노트 없이 음악 안에 녹아있는 박자를 캐치하고, 화면 효과를 보며 다음 패턴을 예측해야 합니다. 과거 많은 인기를 끌었던 <리듬천국>, <리듬세상> 같은 게임과 유사한 구조를 가졌죠. 

 

튜토리얼(게임 안에선 Practice)에는 노트가 있지만, 본게임에는 노트가 없다.

 

사용하는 키는 적지만 플레이 방식은 스테이지 수만큼 다양해서 매 스테이지마다 튜토리얼이 제공됩니다. 박자에 맞춰 총을 쏘거나, 이동하고, 인형 뽑기를 하기 위해 집어 든 순간부터 놓는 순간까지 키를 꾹 누르고 있기도 하는 등 다채로운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죠. 테마가 다른 스테이지 16개, 리믹스 스테이지 5개가 있습니다.

 

일반 모드(게임 내에선 Scored mode)는 별 3개, 하드 모드는 고리 3개를 달성하는 것이 점수 집계 방식입니다. 일반 모드 별 2개, 하드 모드 고리 1개만 달성해도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어서 클리어 자체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은 편이죠. 하지만 놓침(Miss), 빠름(Early), 퍼펙트(Perfect), 늦음(Late) 단계로 나눠진 박자 단위의 판정은 박합니다. 올 퍼펙트나 별 3개 달성을 목표로 하기 시작하면 감성 게임인데 스트레스를 받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스테이지. 다양한 플레이 경험.

 

빠르고 느리게 만드는 속도 조절로도 절묘한 난이도를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빠를 때가 더 쉽게 느껴졌다.

 

퍼펙트 판정이 박해 별 3개, 고리 3개를 받기가 굉장히 어렵다.

 

 

# 리듬게임의 본질은 잘 듣는 것에 있다

 

<멜라토닌> 플레이를 시작하는 유저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게임의 매력은 연보라색으로 톤을 맞춘 감성적인 그림체입니다. 주인공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나흘간의 여행은 박자에 맞춰 아령을 들고, 팩스를 부치는 일상에서부터 레이저 건으로 외계인을 잡는 공상의 영역까지 표현의 폭이 넓어, 보는 맛도 확실하게 챙겨줍니다.

 

다음 패턴을 예측할 동작이나 환경 요소들은 있지만 노트가 있지 않아, 화면의 변화 자체에 오롯이 집중하게 됩니다. 그렇게 집중해서 들여다보는 화면은 화려한 구성은 아니어도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하죠.

 

포탈을 넘어오는 시계를 야구 배트로 쳐내는 스테이지는 화면 연출이 특히 좋았다.

 

독특한 점은 노트 외에도 시각적 정보 자체를 차단하는 스테이지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흔들리는 진자가 커다란 눈앞에서 눈동자를 가리는 순간에 맞춰 스페이스 바를 눌러야 하는 스테이지는 시각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실눈을 뜨거나 눈을 감아버립니다. 마음에 드는 상대는 오른쪽, 마음에 안 드는 상대는 왼쪽으로 스와이프하는 행동에 맞춰 방향키 조작을 하는 스테이지는 서서히 휴대폰을 기울여 화면이 안 보이게 만들기도 하죠.

 

의존하던 시각 정보가 사라진 순간, 박자로만 들리던 효과음과 음악이 각각의 동작에 맞게 다른 음정이나 음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됩니다. 앞서 말한 소개팅 앱 스테이지에서 이런 면이 특히 두드러지는데, 마음에 드는 상대와 아닌 상대의 멜로디가 미묘하게 다른 것을 알게 되죠. 스테이지 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플레이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음악에 온 신경을 쏟게 됩니다. 

 

'왜 거기서 눈을 감는 거야!'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순간

소개팅 앱 스테이지도 마찬가지다.
핸드폰 화면을 보여줘!

 

 

# 대단하진 않아도 재미 하나는 확실한 게임


유일한 흠이었던 퍼펙트 판정을 제외하면, <멜라토닌>은 단순한 구성으로도 순수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 게임이었습니다. 기존에 리듬게임 장르를 즐겨하던 유저들도 <멜라토닌>만의 감성과 스타일을 즐기면서 퍼펙트 스코어를 노리는 플레이를 할 수 있고, 리듬게임 입문자도 다음 스테이지를 기대하면서 무난히 클리어할 수 있는 입구가 넓은 게임입니다.

 

이런 매력 덕분에 <멜라토닌>은 1월 12일 기준 697개의 리뷰 중 95%가 긍정 평가를 남긴 '압도적으로 긍정적' 게임입니다. 2022년 12월 16일에 출시한 것을 감안하면 출시 한 달도 안 되어 굉장한 성적을 거둔 셈이죠. 개발사 하프 어슬립(Half Asleep)이 가진 리듬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잠과 꿈이라는 테마를 굉장히 잘 살린 리듬게임

 

한국어 인터페이스와 자막을 지원하진 않지만, 튜토리얼들을 제외하면 그림으로만 정보를 전달하게 연출한 경우가 많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튜토리얼조차도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시각, 청각적 정보에 직관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도전하셔도 좋습니다.

 

연보라색 세상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엔딩을 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4시간 정도입니다. 입문은 쉽고 마스터는 어려운, 편안한 감성을 품은 리듬게임 <멜라토닌>이었습니다.

 

▶ 추천 포인트

1. 힐링 게임 스타일의 따뜻한 그림체

2. 복잡한 조작 없이도 느낄 수 있는 순수 재미

3. 다채로운 스테이지 구성과 플레이 방식

4. 귀를 사로잡는 음악, 효과음

 

▶ 비추 포인트

1. 퍼펙트 판정이 박하다

2. 일부 스테이지는 비워둔 박자와 엇박이 악독하다

3. 안한글

 

▶ 정보

장르: 인디, 리듬게임

가격: 16,500원

한국어 지원: X

플랫폼: PC(Steam), 닌텐도 스위치

 

▶ 한 줄 평 

 

매운맛 솜사탕 같은 독특한 리듬게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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