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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퍼스트룩] 아, 이것도 사랑이지

김재석(우티) 2023-02-07 09:54:32
우티 (김재석 기자) [쪽지]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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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퍼스트룩] 아, 이것도 사랑이지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8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연말연시에 혼자서 게임을 했다.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 보며 사랑스러운 애인과 185,000원짜리 호텔 디너를 먹을 수 있었겠지만, 그런 사람이 없는고로 피자 한 판 시켜놓고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을 했다. 12월 24일에는 롯데주조에서 출시했던 양주 캪틴큐를 벌컥벌컥 마시고 12월 26일경에 일어날 수 있었겠지만, 크리스마스 다음날이 월요일인 데다가 캪틴큐는 단종된 지 오래이기 때문에 게임을 했다. 게임이란 무엇일까? 나로 하여금 속세의 괴로움을 잠시 잊게 만들어주는 향정신성물질이라도 되는 건가?

오해 마시라. 나는 게임 산업과 게임 이용자들에게 분홍글씨가 될 수 있는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도입을 단호히 반대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따금씩 게임의 세계에 푹 빠져 나를 잊는 몰두의 체험을 사랑한다. 그런 체험은 독서를 하다가도 낚시를 하다가도 심지어 노동을 하다가도 올 수 있다. 

소설 <안나 카레리나>에서 귀족의 레빈은 우연한 계기로 농노들과 어울려 풀을 베다가 자신을 둘러싼 번민이 씻은 듯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적당한 때에 탈출할 수 있다면, 인간은 무언가에 몰두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나도 게임이 주는 몰입감 속에서 잘 살아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게임을 즐기고 있으리라 믿는다

연말연시에 선택한 게임은 <러브인 로그인>이었다. 게임회사의 사업팀 주임으로 일하는 권성현은 흔히 말하는 '덕업일치'를 실현시킨 사람이다. 8년이 넘는 시간동안 MMORPG '빌리언 사가'를 플레이했고, 그 경력을 살려 '빌리언 사가'의 사업을 맡게 됐다. 

성현에게는 '김폭딸'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게임 친구가 있는데, 그와 '김폭딸'은 오랜 기간 게임 안에서 동고동락하며 서로의 탈모까지 공유하는 죽마고우다. 어느날 '빌리언 사가' 일러스트 공모전에 당첨된 묘령의 여인 '박다혜'가 '김폭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박다혜의 반지하 자취방이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되면서 두 사람이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러브인 로그인>은 웹소설 <게임 폐인 동거녀와 순애는 어떠신가요?>를 각색한 비주얼 노벨로 '인터넷 친구'의 만남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영화 <접속>이 1997년 작품이다. 이제 '인터넷 친구가 오프라인에서 인연이 되었어요' 유의 이야기는 '클리셰'의 반열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극적 장치라고 부를 것도 없이, 우리 주변에는 실제로 MMORPG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 게임사에서 축하의 선물을 보내주기도 하는데, 나도 실제로 게임 친구의 결혼식에서 유명 게임사의 사장 명의로 온 화환을 본 적 있다.

그런 점에서 <러브인 로그인>은 비교적 안전한 선택 속에서 플레이어에게 '연애 대리'의 만족감을 준다. 주인공 박성현은 '안경 쓴 체크남방 개발자'의 전형으로 원작 웹소설보다 훨씬 더 이성교제 경험이 없을 것처럼 묘사된다. 

24시간 '빌리언 사가'에 접속해있는 박다혜는 게임에서 판 골드로 생계를 영위하는 '쌀먹' 생활자에다가 좀처럼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대단한 미형으로 등장한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플레이어는 게임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그녀를 책임지게 된다. 플레이어에 따라 이 지점에서 '연애 감정'과 '사랑' 같은 것이 싹틀 수도 있다.


게임은 어드벤처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동급생>처럼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 있어야 할 이유가 거의 없고, <캠퍼스 러브스토리>처럼 공사장이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가 없고, '백색마약'이나 '분홍마약'처럼 여러 대상 중에서 누군가를 '공략'하지도 않는다. 

국산 비주얼 노벨에서 또다른 축을 차지하고 있는 테일즈샵 게임처럼 편의점 경영을 위해서 노력하는 '타이쿤' 페이즈도 없이, 대사 감상과 병뚜껑 날리기 같은 미니게임만으로 기획이 되어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호텔 룸처럼, 모든 것이 갖춰졌다는 듯한 설계다.

사회생활의 피로함과 그 속에서 박다혜를 챙겨야 하는 어려움이 살짝 들어있지만, 그렇게까지 팍팍하지는 않아서 무아지경 속에서 즐기기 좋다. 플레이타임은 6시간 내외로 이루어져있어 피곤하지 않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는 이런 부류의 게임을 플레이하면 으레 겪는 '현자타임'이 있다. 아, 우리는 왜 사는가? 게임이란 무엇일까? 


 

 

​▶ 추천 포인트
1. 매력적인 히로인
2. 쉽고 빠르게 쟁취할 수 있는 사랑
3. 2천 원이 주는 상상도 못할 차이

▶ 비추 포인트
1. 한 명뿐인 히로인
2. 너무 쉬운 미니게임, 호감도 쌓기 쉽네
3. 당신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라면 2천 원을 더 투자해야 함

▶ 정보
장르: 비주얼 노벨
가격: 14,500원 (15세 이용가 버전), 16,500원(청소년 이용불가 버전)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독점

▶ 한 줄 평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볼 만한 멜로드라마... 괜찮은 결말...  
그거면 됐다... 널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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