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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게임] 소시지가 될 순 없어! 돼지의 공장 대탈출

얼리 액세스를 마치고 정식 발매된 국산 인디 '피그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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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은(깐kkan) 2024-08-09 11:03:09
깐kkan (김가은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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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게임] 소시지가 될 순 없어! 돼지의 공장 대탈출

얼리 액세스를 마치고 정식 발매된 국산 인디 '피그로맨스'

디스이즈게임이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방구석 게임 클럽'은 곳곳에서 활동 중인 게임 리뷰어·유튜버를 초청해 게임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입니다.


게임에 대한 리뷰가 될 수도 있고, 특정 주제에 대한 칼럼이 실릴 수도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이 클럽이 장기적으로 함께 대화하는 담론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방구석 게임 클럽'의 문은 활짝 열려있습니다.


<피그로맨스>는 소시지 공장을 탈출하려는 돼지의 모험을 담은 국산 인디 퍼즐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소시지 공장에 납치당한 돼지가 되어 불을 내뿜는 파이프, 냉동고, 톱날, 컨베이어 벨트 등 다양한 장치를 피해 도망가야 합니다. 귀여운 그래픽과 대조되는 어두운 화면, 잔혹한 연출 효과, 음산한 배경 음악이 마치 블랙 유머처럼 표현되기도 하죠.


이런 특징을 바탕으로 <피그로맨스>는 정식 출시 전부터 다양한 국내 인디 게임 시상식에서 수상해 왔습니다. 2024년 7월 25일에는 얼리 액세스를 끝내고 정식 출시됐죠.

소시지가 될 운명을 거부한 돼지의 모험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까요? 깔끔한 리뷰로 유명한 스팀 큐레이터이자 게임 리뷰어 '깐'님의 리뷰를 통해 알아봅니다. /작성=깐(게임 리뷰어), 서문 및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게임명: 피그로맨스 (Pigromance)

장르: 어드벤처, 퍼즐, 플랫포머

플랫폼: PC (스팀, 스토브)

개발사 / 배급사: 외계인납치작전 / 그라비티

출시일: 2024년 7월 25일

한국어 지원 여부: 자막 지원

플레이 타임: 4시간




# 도축업자의 추격을 피하는 돼지의 탈주극


널따란 초원을 가득 채운 돼지들과 전체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끝없이 이어지는 컨베이어 벨트와 기계들. 이곳은 돼지를 잡아 소시지를 만드는 거대한 소시지 공장입니다. 그리고 소시지가 되기를 극구 거부하는 돼지 두 마리가 있죠.

플레이어는 운명을 거부하는 돼지 한 마리가 되어 자신의 가지 못한 길을 걸어 보려하는 또 다른 돼지의 안내에 따라 공정을 벗어나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이들을 쫓는 도끼를 든 도축업자를 피하면서 말이죠. <피그로맨스>는 낭만 가득한 돼지의 탈주극을 담은 퍼즐 어드벤처로 오래 전에 인기를 끌었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치킨 런>에 못지 않은 험난하고 역동적인 모험을 그립니다.


친구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탈출을 시도하는 돼지


# 질주하며 관성도 거스르는 플랫포머

도축되기 직전인 <피그로맨스>의 돼지들의 몸에는 부위별로 가공하기 위해 그려 놓은 절취선이 있습니다.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가르는 자동문은 절취선을 스캔해서 잘라낼 돼지들을 통과시키죠.

플레이어는 이 점을 활용해 문을 지나고 버튼을 누르고 레버를 당기며 온갖 위험을 헤쳐 나가게 됩니다. 플랫폼 액션을 기반으로 하기에 절묘한 타이밍의 점프와 정확한 착지가 필요할 때도 있고, 추격을 피해 순발력 있게 장애물을 피하며 달리거나 조용히 숨어서 기어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도축업자에게 붙잡히거나 절단기에 잘리면 절취선을 따라 곧바로 조각나버리는 끔찍한 결말을 겪게 되지만, 돼지에게는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능력도 많습니다. 날씬한 네 다리로 빠르게 질주할 수도 있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말랑한 살 덕인지 피해를 입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매끈한 바닥에 찰싹 붙어 관성을 거스르는 '스티키 모드'를 발휘할 수도 있거든요.


멈칫하고 움찔하면 바베큐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 다양하고 깔끔하며 성취감을 주는 퍼즐들 

돼지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가며 플랫폼 액션 못지 않게 이겨내야 하는 역경은 퍼즐입니다. <피그로맨스>에서 만날 수 있는 퍼즐들은 종류가 꽤 다양한 편이며, 퍼즐 풀이법이 명료하고 군더더기가 없어 풀어냈을 때의 쾌감이 좋습니다. 진행에 따라 점진적으로 복잡도가 높아져 성취감도 있고요.

단순하게 달려나가거나 간단한 조작으로 길을 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동료인 까마귀를 움직여 수위를 조절하거나 다리를 움직이는 등 유기적으로 연결된 환경을 바꾸는 식의 스케일이 큰 퍼즐을 풀게 되기도 합니다. 난이도는 대체로 시야를 넓게 보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며, 타이밍을 요구할 때도 있지만 여유 시간이 넉넉히 주어지기 때문에 힌트가 전혀 없음에도 크게 어렵지 않더라고요.

아쉽게도 주로 후반부에 진행 불가 버그가 종종 발생해 아리송해지는 상황을 마주치곤 했는데, 체크 포인트가 구간마다 촘촘히 잡혀 있고 재시도로 해결 되는 것들이어서 사소한 불편에 그쳤습니다. 정식 발매 이후 지속적으로 버그 패치가 되고 있기도 하고요.

점점 복잡해지지만 시야를 넓게 보면 쉬운 퍼즐들



# 동족의 살점 조각을 모으는 수상한 돼지

돼지의 탈출 여정은 조금 소름 돋으면서도 기이하고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동족의 부위를 하나씩 수집하는 과정을 거치며 나아간다는 점인데요. 공장의 한 지역을 통과할 때마다 도축된 돼지의 살조각을 얻을 수 있고, 돼지는 이걸 삼켜 뱃속에 저장합니다.

여섯 개의 조각을 모두 완성하면 돼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또 목숨 걸고 지킨 조각들은 어떤 결과를 겪게 되는지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게임의 결말은 돼지가 바라는 대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것 이상으로 네 시간의 퍼즐 풀이에 대한 만족스러운 보상이 되어 줍니다.


돼지는 호주머니가 없으니까 뱃속에 저장하는 거겠지



# 얼리 액세스 탈출! 비로소 완성된 소시지

<피그로맨스>는 텀블벅에서의 펀딩 성공 이후, 약 1년 반의 얼리 액세스 기간을 거쳐 이제 막 정식 발매가 된 게임입니다. 

데모를 공개했던 기간도 짧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인디게임에 관심을 가졌던 플레이어라면 기시감에 덜 새로운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있는 게임으로서 결말이 공개된 현재의 정식 버전은, 먹어도 되는 가공육에서 비로소 완제품이 된 상품성 있는 소시지가 되었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알찬 구성의 깔끔한 퍼즐과 살짝 섬뜩하지만 재치 있는 스토리와 연출로 풀이 과정과 결말을 보는 재미까지 모두 챙긴 수작이니, 퍼즐 플랫포머를 선호한다면 추천합니다.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다양한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과 영상을 남겨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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