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위대한 탄생>보다 <나는 가수다>가 더 좋습니다.
‘재미’, '흥미'를 찾는 프로그램이 대세긴 하지만, ‘감동’할 준비를 하고 보는 프로그램이 드문 탓이겠죠.
비슷한 이유로 백청강을 좋아합니다. 그 뒤에는 이태권과 정희주고요.
'가수'보다 ‘스타’에 방점을 두는 방시혁의 관점은 납득이 되니다. 하지만, 방시혁은 <위대한 탄생>을 잘못 판단한 듯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어설픈 추측과 단견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쇼! 음악중심>처럼 10대 여학생을 주요 시청자로 삼았다면, 그의 선택이 백번 타당합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대중가요가 그들의 기호에 따라 움직였으니까요. 질보다 디자인이 중요한 팬시상품 같은, 감동보다 감각을 중시하는 트렌디한 가요들이 쏟아져 나오고, 곧 잊혀지고, 다시 나오고 하는 패턴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위대한 탄생>은 그보다는 훨씬 넓은 대중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식당 아줌마도 아는 걸 보면요. '감각'을 자극하는 <쇼! 음악중심>에, '공감'을 이끌어내는 <인간극장>이 섞인 느낌이랄까요.
식당 아줌마와 제가 백청강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비주얼, 꽝입니다. 감각이 중시되던 한국 가요계에 이런 가수가 지난 10년 간 나올 수가 없었죠. 반짝반짝 거리는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 속에서 피골이 상접한 그가 낙점될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 테니까요. 만약 냉정한 현실의 잣대로 보는 가요 관계자의 점수가 <위대한 탄생>에 많이 반영된다면, 그는 살아남기 힘들지 모릅니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을 만난 백청강은 운이 좋았습니다. 대중의 공감의 힘이 그를 현재의 자리까지 끌어올렸으니까요. 거친 삶에 공감하고, 그 속에서 단련된 소리에 감동하고, 그 소리를 희망으로 바꾸는데 기꺼이 표를 던지는 식으로요.
그리고, 이미 ‘인기투표’ 성격으로 변해버린 프로그램 포맷 상, 그 흐름은 끊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후의 승자는 역시 김태원!)
공감과 감동을 이야기하다 보니, <위대한 탄생>이 나오기 전에 ‘짤린’ <김혜수의 W>가 그리워지네요. 그 곳에는 백청강보다 훨씬 더 가슴을 울리던 먹먹한 사연들,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이야기들이 많았었는데.
백청강이 좋고, 김혜수가 그립습니다.
다시 <김혜수의 W> 같은 프로그램을 만나고 싶습니다. sim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