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한 모델의 '황당한' 기부(donation)가 화제가 됐었죠.
아카데미 시상식 파티와 함께 진행된 자선모금 행사. 즉흥기부제안을 받은 이 모델은 가지고 있는 물건이 없다며 고민하다 입고 있던 속옷을 그 자리에서 기부해 버렸으니까요.
당연히(?) 클릭을 해보야죠. 누굴까? 술 취했던 걸까? 사진은 있을까? 하고요.
아, 하이디 클룸(Heidi Klum)이었습니다. 게임스컴이 열리는 독일 쾰른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촌동네 아가씨 출신의 세계적인 슈퍼모델. 슈퍼모델의 대명사.
그녀에 대해 살짝 읽었던 저는, 하이디 누나가 멀쩡한 정신에 속옷을 기부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가 그 속옷을 내어주는 순간, 태평양 너머에 있던 저 같은 사람도, 그날 많은 유명인들이 엘튼 존 후원의 에이즈기금모금 행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까요.
그녀는 프로페셔널. 작은 속옷 하나를 내어주는 대신 그 행사를 전 세계에 노출시켰죠.
Good Job!
비슷한 전례가 있습니다.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독일이라고 자부하는 그녀는 몇 년 전 미국 시민권자가 됐습니다. 이유는 하나. 버락 오바마에게 투표하기 위해서였죠.
그녀에게는 한 표였지만, 훨씬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겁니다. 그녀의 소식에 어떤 이들은 투표 참여, 또는 지지자 변경에 대해 생각했을 수도 있고, 다른 어떤 이들은 인종차별 해소나,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대해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그녀는 단순히 사람의 눈만 사로잡는 잘 빠진 모델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정말 프로페셔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베트맨 포에버>의 OST로 유명한 <Kiss from a Rose>의 가수 씰(Seal)이었죠.
7년 전, 얼굴에 흉터투성이인 10살 연상의 흑인 가수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던 그녀에게 프로포즈했습니다.
당시 하이디 클룸은 첫 결혼이 5년 만에 끝나고, 세계적인 거부이자 포뮬러원 레이싱팀 구단주였던 이탈리아 남자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 남자는 패션계의 소문난 바람둥이. 그녀는 뱃속에 아이를 가진 채 이별을 하게 되고,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었죠.
그때 다가가서 감싸줬던 남자 씰.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하이디는 아이의 아빠는 씰이라고 하기 시작했고요. 출산까지 함께 해줬던 이 남자와 6년 전 오늘(2005년 5월 10일) 하이디는 멕시코 해변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백인과 흑인, 초혼과 재혼 등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두 사람은 결혼 이후 세 명의 아이를 더 가지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씰은 얼굴에 흉터가 많았고, 그래서 부모의 학대를 받았다는 설이 많은데,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어린 시절 앓은 결핵성 피부병이 얼굴에 상처를 나게 했다고 하네요.
2006년 피플지는 이 두 사람을 가장 아름다운 커플로 선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