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면이 지나고, 먹먹해졌습니다. 확실히 힘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저 멀리에서 관객과 기자, 심사위원 모두의 열띤 호응을 얻을 만하더군요.
화려하거나 달콤한 영화는 분명
아닙니다. 그렇다고 어렵고, 지루한 영화도 아닙니다. 날것 느낌이 강한 초반 부분을 지나가면 꽤 몰입도 있게 극이 전개됩니다. 밑바닥을
거쳐온, 작가이자 연출가인 김기덕 감독의 재능이 ‘알기 쉽게’ 두드러집니다.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조민수가 여우주연상 부분에서
심사위원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었다는 점은 영화를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배우의 역량과 시나리오의 매력이 참 잘 어우러졌습니다. 베니스가
발견하기 전에, 서울에서 먼저 눈치챘으면 좋았을 텐데. 뒤늦게
알았으니, 이제라도 좀더 넓은 공간을 열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곧 빌딩숲으로 대체될 청계천의
마지막 시기를 엿보는 것은 씁쓸했습니다. 자본주의의 밑바닥은 무섭습니다. 시스템의 맹점과 공범자들의 맹신, 무관심, 무뎌짐 덕분에 손발이 잘리거나 목숨을 버리는 이들의 외침을 카메라는 잘 담아냈습니다.
더 이상 이야기를 하면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높네요. 보는 내내 흥미진진했던 이 영화의 미덕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아쉬운 점은 남자 주인공 캐릭터였습니다. 이정진의 원래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한 배우입니다. 밑바닥을 헤매는, 김기덕의 페르소나가 되기에는 부적절한 캐스팅이었습니다. 제작비 때문에 빛의 속도로 찍었다지만, 다소 어색한 말투도 거슬렸습니다. 그런저런 탓에, 남자 주인공의 심경변화가 일어나는 중요한 지점이 너무 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베니스에서는 이정진에 대한 선입견이나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득을 봤을 듯합니다.
씬스틸러. 다 합쳐 1분이나 비췄을까요? 할머니1 역으로
출연한 배우(이명자)의 연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온화함, 섬뜩함, 황망함. 영화를 보시면 끄덕이실 겁니다.
한국 영화계의 품이 여전히 거칠지만, 많이 순해진 김기덕의 영화를 안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품을 조금 더 벌리는데 관객들이 도와줬으면 하고요. sim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