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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의 불량일기

80년 5월 광주의 풍경-1

임상훈(시몬) 2013-05-06 20:59:40
시몬 (임상훈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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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 광주의 풍경-1

당신은 어느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입니다.

그 도시는 공업화가 늦어, 외지인이 별로 없습니다.

 

한 사람 건너면 대개 다 아는 사람들입니다. 5월 어느 날, 시내 중심가에서 또 대학생들이 데모를 합니다. 이 씨는 박수를 치지만, 김 씨는 혀를 찹니다. 쯧쯧, 공부나 할 것이지. 늘 있던 일, 또 저러나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착검한 총을 든 군인들이 차에서 쏟아져 나와 학생들에게 달려듭니다. 진압봉으로 후려친 머리에 피가 솟습니다. 고꾸라집니다. 무수한 군홧발이 그 위를 덮칩니다. 칼이 허벅지를 푹푹 찌릅니다. 빨간 게 철철 흐릅니다. 젊은 여자의 옷이 쭉 찢겨집니다. 검은 손이 달려듭니다. 말리는 할아버지, 창문으로 내다보는 아줌마도 진압봉에 맞습니다. 군화는 집이나 가게, 차량 안으로 들어갑니다. 젊은 사람은 무조건 팹니다. (훗날, 그 지역에 있던 중앙 일간지 중견 기자는 자신의 문장력에 한탄했다고 고백합니다. 그 광경을 묘사할 문장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과 시민들은 뿔뿔이 도망칩니다. 도로는 적막해집니다. 군인들은 전리품처럼 젊은이들을 트럭에 싣고, 시내 중심에서 빠집니다. 놀란 당신은 바삐 집으로 돌아갑니다. 안부를 묻는 전화가 옵니다. 안부를 묻는 전화를 겁니다. 소식은 삽시간에 퍼집니다. 못 믿는 사람도 많습니다. "국군이 그럴 리가 없다. 북괴공비일 것이다." 군인들이 우리 지역 대학생 씨를 말리겠다고 소리쳤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다음날 학생들은 시내에서 항의 데모를 합니다. 군인들은 전날보다 더 가혹합니다. 속옷만 입은 젊은 남녀 서른 명이 시내 도로에서 앞으로 구르고, 뒤로 구릅니다. 두들겨 맞고 칼에 찔리고, 짐짝처럼 질질 끌려, 트럭에 실립니다. 군인에게 두들겨 맞아 죽은, 청각장애인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지역라디오에서는 감미로운 팝송이 흘러나옵니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이틀 동안 벌어진 일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나오지 않습니다. 피가 거꾸로 솟았지만, 당신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낮에 본 장면이 도저히 지워지지 않습니다. 찬물로 세수를 하지만, 얼굴은 화끈거립니다.  

 

 

당신의 사촌 동생은 어제부터 행방불명입니다. 군인에게 끌려가는 것을 친구가 봤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의 입에서는 연방 같은 말만 나옵니다. "어쩐다냐, 어쩐다냐." 군인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가 가시지 않습니다. 공포에 질려 도망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밀려옵니다. 소주를 마십니다. 당신의 무력함과 비참함이 저주스럽습니다.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980년 5월 19일 오후, 많은 광주 시민은 마음 속에서 이런 질문을 받아야 했습니다. s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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