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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리라' 폐지, 그 자리 채운 MSI...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새로운 부담

결단이 필요한 라이엇의 선택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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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철(텐더) 2020-03-17 12:01:4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id Season Invitational, 이하 MSI)이 코로나19로 인해 7월로 연기됐다. 10일 라이엇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MSI 7월 개최를 밝히고 '연간 일정에 대한 부담'으로 리프트 라이벌즈를 폐지한다고 전했다.​ ​​​폐지될 리프트 라이벌즈의 자리에 MSI가 들어가는 셈.​​ 

리그별 스프링 시즌 우승팀을 모아 개최하는 국제대회인 MSI 이지만 올해는 많은 물음표가 남아있다. 리프트 라이벌즈가 '부담'스럽다던 라이엇은 각국 섬머 시즌 개막을 앞당기면서까지 그 자리에 MSI를 집어넣었다. 

올해 MSI가 개최될 7월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한 시즌 중 가장 중요한 섬머 시즌이다. 정규 시즌과 롤드컵 진출권 경쟁으로 충분히 빡빡한 일정에 MSI가 새로운 '부담'으로 추가된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라이엇은 MSI를 밀어붙이고 있다. 폐지된 리프트 라이벌즈보다 MSI가 더 '부담'스러운 이유와 섬머 시즌의 중요성을 짚어봤다. 라이엇이 올해 MSI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생각해봤다.

  

올해 7월 진행될 MSI는 여러가지 의문부호가 남아있다.

 

 

# 커져가는 코로나19와 직격탄을 맞은 e스포츠. 그리고 리그 오브 레전드

코로나19는 최근 아시아 지역을 넘어 미국과 유럽 다수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16일 기준 중국은 80,860명, 한국은 8,236명의 확진자를 기록했다. 여전히 높은 숫자지만 전보다 확진자 증가폭이 감소하고 있다. 반면 유럽 국가의 확진자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 확진자는 54,180명이다. 이는 15일에 비해 5,794명 증가한 수치다. 미국도 4,66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수많은 관중이 모이는 e스포츠 역시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다. 스마일게이트는 2월 말 열릴 <크로스파이어> 프로리그(CFPL)를 연기했고 블리자드는 이달 7일과 8일 열릴 '서울 다이너스티'의 홈경기를 취소했다. 넥슨이 주관하는 <카트라이더> 리그도 사태가 심각해지자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도 상황은 좋지 않다. 무관중 경기를 통해 코로나19에 대응했던 한국의 LCK는 7일부터 리그를 중단했다. 중국 춘절 이후 한 달 넘게 멈췄던 LPL은 3월 9일 리그를 재개했고, 유럽의 LEC는 스태프 중 한 명이 코로나19 의심자로 밝혀짐에 따라 14일부터 리그를 중단했다. 무관중 경기 예정이었던 미국의 LCS도 14일 SNS를 통해 리그 중단을 선언했다. 매년 5월에 개최되던 MSI도 7월로 연기됐다.

모든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리그가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받고 있다.

  

 

# 그 무엇보다 중요한 섬머 시즌

롤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중 가장 규모가 큰 대회다. 지난해 유럽에서 열린 롤드컵 총 상금은 222만 5000달러(약 26억원)였다.

2019 롤드컵 우승팀 '펀플러스 피닉스'는 83만 달러의 상금과 '챔피언십 라이즈 스킨', '2019 롤드컵 와드 스킨' 판매 수익의 25%를 추가로 챙겼다. 참가팀에게 배당되는 금액도 크다. 2019 롤드컵 4강에 진출한 T1은 총상금의 7%인 약 15만 달러를 가져갔고, 8강에 진출한 그리핀과 담원은 4%에 해당하는 8만 9천 달러를 획득했다. 

대회 평균 시청자 수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55만 명이었던 롤드컵 평균 시청자 수는 지난해 101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약 182% 증가된 수치다. 시청자 수 증가는 광고 수익과도 연결된다. 통계 사이트 뉴주(Newzoo)는 2019년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의 매출 중 약 82%인 8억 9,720만 달러가 광고나 협찬으로 채워진다고 밝혔다. 모든 팀이 입을 모아 롤드컵을 가장 중요한 대회로 꼽는 이유다.

섬머 시즌은 스프링 시즌에 비해 비중이 크다

이처럼 중요한 롤드컵 진출은 스프링, 섬머 시즌 순위에 따라 지급되는 '서킷 포인트'로 결정된다. 섬머 시즌까지 서킷 포인트를 합산해 상위권을 차지한 팀들이 롤드컵에 진출한다. 스프링 시즌보다 섬머 시즌의 가중치가 더 높은 것도 특징이다. 
  

예전 같으면 스프링 시즌 우승팀은 90포인트를 얻지만 섬머 시즌 우승팀은 롤드컵에 직행할 수 있다. 또한 똑같이 3위를 차지하더라도 섬머 시즌 3위 팀이 스프링 시즌 3위 팀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얻는다. 문제는 올해다. 아직 서킷포인트에 대한 변화가 없는 LCK와 달리 LPL은 올해 스프링 시즌 서킷 포인트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3일 발표된 LPL 공식 규정집에 따르면 스프링 시즌 우승팀은 작년보다 30점 낮은 60포인트를 얻는다. 이는 섬머 시즌 3위인 70점 보다도 낮다. LCS는 올해 리그 일정을 발표하면서 스프링 시즌 결과를 롤드컵 진출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섬머 시즌 비중이 예년보다 커진 것이다. 

 

그러나 올해 MSI는 7월에 개최된다. 비중이 커진 섬머 시즌 한복판에 MSI를 집어넣은 것이다.

 

 

# 리프트 라이벌즈 폐지는 일정에 대한 부담 때문? MSI는 더 부담스러운 대회

 

라이엇은 '연간 일정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리프트 라이벌즈를 폐지했다. 리프트 라이벌즈는 각 리그 스프링 시즌 1~4위 팀들이 인접 지역팀들과 맞붙는 대회다. 따라서 혼자 참가해야 하는 MSI보다 경기 수나 준비에 대한 부담이 적다. 지난해 리프트 라이벌즈에 참가한 LCK는 팀별로 3경기를 치렀고 전략까지 오픈하며 함께 대회를 준비했다.  

 

반면 MSI는 각국 스프링 시즌 우승팀들이 참가하는 대회다. 때문에 리프트 라이벌즈보다 길이도 길고 규모도 크다. 리프트 라이벌즈는 1주일 만에 예선부터 결승까지 진행된다. 반면 MSI는 약 2주간 진행된다. 경기 숫자도 본선 참가 기준 최소 6경기 이상이다.

 

2018년 킹존은 스프링 시즌을 우승했음에도 롤드컵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대회 준비를 소극적으로 할 순 없다. 2018 MSI 준우승을 차지한 킹존은 대회 내내 팬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급기야 강동훈 당시 킹존 감독은 "도를 넘는 비난은 자제해 달라"는 인터뷰를 해야만 했다. 기세가 꺾인 킹존은 이후 섬머 시즌 3위를 기록했고 롤드컵 선발전에서도 탈락했다. 이는 LCK 역사상 스프링 시즌 우승팀이 롤드컵에 참가하지 못한 첫 번째 사례다.

 

 

# 쉽게 포기하긴 어렵다. 하지만....

 

다소 의문이 남음에도 라이엇이 올해 MSI를 강행하는 이유는 '흥행'으로 보인다. 리프트 라이벌즈가 폐지됨에 따라 올해 남은 국제대회는 MSI와 롤드컵뿐이다. 게다가 MSI 최고 시청자 수는 2017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MSI는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역사상 3번째로 높은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MSI는 보장된 흥행 수표다

입장 수익도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MSI는 2017년부터 브라질, 대만 등 주요 리그가 아닌 지역에서도 대회를 열고 있지만, 현장에는 많은 관중이 몰린다. 2017년 브라질에서 열린 MSI는 30분 만에 모든 티켓이  매진됐다. 특히 리우 올림픽 아레나에서 열린 결승전은 만 팔천 석의 좌석이 모두 매진되며 50만 달러의 입장 수익을 올렸다. 경기장 규모가 작긴 하지만 지난해 대만의 허핑 농구장에서 개최된 MSI 4강과 결승전도 3700석의 좌석이 모두 매진됐다.

 

롤드컵 본선 배정과 연결된 MSI 성적도 문제다. MSI 준결승에 진출한 4개 지역은 롤드컵 예선을 건너뛰고 본선으로 직행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만약 MSI를 폐지하면 이 부분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미 라이엇은 각국 섬머 시즌 개막을 앞당기며 MSI 7월 개최를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LCK 섬머는 개막부터 1라운드 종료까지 약 37일이 걸렸다. 이로 미뤄보아 올해 5월 20일 시작될 LCK 섬머 1라운드는 6월 27일 전후로 끝날 것으로 보이며 이후 휴식기를 갖고 MSI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숫자상으론 문제없지만, 여전히 MSI 참가팀에겐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모든 국제 대회의 근본은 자국 리그다. 모든 팀은 자국 리그를 통해 성장하고 국제 대회에 도전한다. 자국 리그 없이는 국제 대회 흥행도 좋은 경기력도 없다. 그러나 올해 7월 개최되는 MSI는 그 근본을 흔들고 있다. 근본을 흔들면서까지 흥행을 앞세워야 할 명분은 약하다. 라이엇의 결단이 필요하다. 

  

라이엇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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