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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엔씨 위기는 모든 게임 ‘리니지화’ 한 경영진 책임”

엔씨소프트 노조 2차 결의대회 현장

방승언(톤톤) 2024-09-26 16:34:42
톤톤 (방승언 기자) [쪽지]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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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위기는 모든 게임 ‘리니지화’ 한 경영진 책임”

엔씨소프트 노조 2차 결의대회 현장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엔씨소프트지회(이하 ‘엔씨 노조’)가 분사 계획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하는 2차 결의대회를 열었다. 26일 판교 엔씨소프트 R&D 센터 앞에서 열린 이날 집회에는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와 정의당 권영국 대표가 자리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엔씨는 대회에 앞선 지난 5월, 사내 리더 설명회에서 엔씨큐에이, 엔씨아이디에스 분사 계획을 처음으로 공지했다. 이후 노조는 구조조정 중단 및 분사 대상자 고용안전 보장을 두고 사측과 협의를 시도해 온 바 있다.

최근 노조는 “분사 대상자들에 대해 폐업, 매각, 합병 등 고용관계 변경 시 본인 의사에 따른 본사 복귀 보장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3년 이내 폐업 및 매각 발생 시 희망자를 재고용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3년 이내’ 조건의 배제와 약속 명문화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복귀 조항에서 ‘3년’이라는 단서는 끝내 유지한다고 했다. 회사가 고용 안정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간주하고 창사 이래 최초 집회를 진행하고자 한다”며 지난 13일 1차 집회에 이어 오늘 2차 집회를 열었다. 집회 첫 순서인 기자회견을 통해 IT노조위원회와 송가람 지회장은 차례로 발언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 “엔씨는 이제 기피대상이자 조롱 대상”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박영준 지부장은 “하루하루 바쁘게 변하는 거대한 게임 산업 속에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리니지> 하나만 믿고 게임 개발에 보수적으로 투자했다. 그런 보수적 경영진이 이제 노동자들에게 위기와 불안감을 조성하며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과 개발자가 함께 새로운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개선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경영 실패 책임을 직원들에 전가하지 말고 노조와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방법을 공유하라”고 촉구했다.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박영준 지부장

다음으로 발언에 나선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확률형 아이템 과금 모델의 성공에 취해 판박이 게임을 양산하고 과금 모델을 더욱 극단으로 밀어붙인 엔씨는 이제 기피대상이자 조롱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은 좋은 개발자 및 직원이다. 따라서 게임 회사의 본질은 직원, 즉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엔씨의 성공은 김택진 대표 개인의 성과가 아닌 노동자들의 성과”라고 덧붙였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

마지막으로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정균화 사회연대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엔씨는 <리니지>를 잘 만드는 회사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리니지>가 모든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될 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트릭스터M>, <블레이드앤소울2>에 리니지를 입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리니지>가 엔씨에 기여한 바는 엄청나지만, 다른 장르는 해당 장르 전문가가 담당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세계 최고 전투기 파일럿이라고 해서 배의 선장에 앉힐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엔씨는 그렇게 하고 있다. 엔씨라는 배가 가라앉는 책임은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리더에) 앉힌 경영진에 있다”고 비판했다.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정균하 사회연대위원장


# “악습 둔 채 인원 감축해서 해결할 일 아냐”

이날 송가람 지회장은 사측이 노조와의 관계에 있어 이중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지회장은 “회사는 노조 몰래 어린이집을 분사시키고, 조직을 폐쇄하고, 권고사직을 진행하고, 지금은 몰래 물적 분할을 진행하고 있다. 노사 관계 모범사례를 만들겠다 말한 이후 딱 1년 반 사이에 모두 일어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사측은 ‘어린이집 분사 이전 설명회를 두 차례나 진행했다’며 억울하다 말하지만, 노조와 사전에 의견을 나눈 적 없고 1차 설명회 직전 간단한 통보를 했을 뿐이다. 그리고 첫째 설명회에서는 질의응답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며 2차 설명회는 분사 불과 3일 전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송 지회장은 사측이 권고사직 역시 노조와의 협의 없이 진행하는 등 믿음을 여러 차례 저버렸다며 “노사 간 모범적 관계를 꿈꾼다더니 이제 모든 소통을 없애고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되어 있다. (회사는) 재미있고 건강한 게임을 만들어 바로 세워야지 기존 악습을 모두 둔 채 인력을 감축하고 비용만 줄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송가람 엔씨 노조 지회장


# 질의응답

발언 직후 송 지회장은 현장을 찾은 기자들과의 대담에서 사측 태도에 대한 견해와 엔씨 내부 분위기, 노조의 이후 계획 등을 간단히 밝혔다.

먼저 사측은 폐업 이후 재고용 약속을 명문화해달라는 노조 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집회 직전 사원들에 메일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메일에서 기존 입장을 다시금 명확히 했다고 송 지회장은 밝혔다.

송 지회장에 따르면 사측이 분사를 단행하는 근거 중 하나는 엔씨큐에이와 엔씨아이디에스의 ‘자생력’이다. 그러나 송 지회장은 “(두 조직은) QA와 플랫폼을 맡고 있어 매출이 크게 발생하는 조직이 아니다. 따라서 자생력 있는 조직이라고 말하기 힘들다”며 사측의 근거를 부정했다.

분사대상 조직과 여타 조직과의 연대가 원활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사측이 기관 투자자 대상의 비공개 IR 간담회에서 (분사 이후로도) 아웃소싱과 권고사직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이 회사의 본심이라고 본다. 따라서 잔류 조직도 (절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없으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각자에게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공감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추후 단체행동 방향성에 대해서는 “신생 노조이다 보니, 단합력을 먼저 쌓아나가야 하는 과정이다. 언론 등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여러 단계를 거쳐 왔다. 사내 게시판 구독부터 시작해 분사 공지글에 댓글 달기 등 활동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중이고, 앞으로 더 강력한 단체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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