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PS4 독점작 <고스트 오브 쓰시마>가 발매됐다. 게임은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PS4의 황혼기를 장식할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주목받았다.
<슬라이 쿠퍼>와 <인퍼머스>로 실력을 입증한 소니 퍼스트파티 '서커펀치 프로덕션'의 신작으로 제작 발표와 동시에 기대를 모았는데, 요즘은 다른 의미로 조명받고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앞서 출시된 PS4 독점작에 아쉬움과 분노를 내비치며 상대적으로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다.
기자는 출시 전 2주 가까이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체험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 글은 3인칭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를 수박 겉핥기로 리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작성한 <고스트 오브 쓰시마> 리뷰다. 주말은 물론 퇴근 후 새벽까지 게임을 한 끝에 엔딩을 봤는데, 리뷰를 쓴 다음 탈고하는 과정에서야 장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만큼 소감을 여실히 담은 것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나 바쁜 현대, 정보의 바다를 사는 우리에게 긴 글은 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따라서 바로 아래 3줄 요약을 첨부하면서 리뷰를 시작하겠다. 긴 글이든 짧은 요약이든 여러분의 결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1.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쓰시마, 완벽한 가상 공간으로 몰입감 더해.
2. 어디서 본 것 같은 시스템들의 조화, 무난한 재미 속 <고스트 오브 쓰시마> 만의 무기는?
3. 다짜고짜 폼 잡는 사무라이와 그 친구들, 그게 또 매력? 구로사와 오마주는 갸우뚱
쓰시마의 실제 면적은 700km²이고 대부분이 산지다. 한라산처럼 구심점이 되는 거대한 산 없이 완만한 산들이 우후죽순 서있다. 이렇게 쓸 만한 땅이 없었기에 예부터 이 섬에는 왜구가 많았다고들 이야기한다. 쓰시마는 오픈월드로 만들기 매력적이지 않은 공간이지만, 서커펀치는 상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바로 이 섬을 가상 공간으로 창조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 여행은 <레드 데드 리뎀션 2> 만큼이나 짜릿하다. 은행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숲과 그 속에 고즈넉한 사찰, 목련과 단풍이 함께 지는 대련장과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 새하얀 눈 사이로 몽골군에 의해 불타는 도시, 개울, 폭포, 바다... 이 모든 공간들을 말을 타고 여행하는 감각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각양각색의 경관이 섬 하나에 몰려있는 모습은 어찌 보면 과잉이지만, 그 표현 하나만큼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산수화에 들어간 느낌이랄까.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파티클 표현에도 공을 들였다. 게임에는 나뭇잎과 낙엽이 지는 모습이라거나 햇살에 대기 중의 입자가 보이는 모습까지 구현됐다. <인퍼먼스 세컨드 선>에서 플레이어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 비주얼 이펙트가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눈 위에 발자국이 오래 남지 않거나 실내 공간 같은 곳을 둘러볼 때 디테일한 곳에서 텍스처가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흥을 깨는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종류의 게임을 즐기지 않는 게이머라 하더라도 할인할 때를 잘 노려서 <고스트 오브 쓰시마>가 제공하는 시각적 재미를 느껴보길 바란다. 차세대 콘솔과 언리얼 엔진이 출시를 앞둔 마당이니 게임의 기술력에 감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쓰시마라는 작은 공간을 하나의 자연 테마파크로 만든 뻔뻔한 상상력을 즐겨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가치가 있다. 그 위에 얹어지는 시네마틱 컷씬도 일품이다.
서커펀치는 3인칭 산수화를 보는 듯 절제된 UI/UX를 선보인다. 게임 화면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다. 미니맵은 존재하지 않으며, 화면 구석에 퀘스트 정보나 체력 게이지 정도만 나온다. 자신들 게임의 비주얼을 딱 필요한 만큼 가리겠다는 듯이 플레이어가 필요할 때, 조작을 할 때만 인터페이스에 뭔가가 등장하는 느낌이다. 때로 불편하지만, 시종일관 절제된 UI/UX가 게임을 관통하다 보니 익숙해지면 그런대로 괜찮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세계는 오픈월드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길을 제대로 찾게 하는 것, 그리고 의도적으로 옆길로 세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서커펀치는 수를 잘 썼다. 목적지까지 미터(m) 단위로 나타내되, 네비게이션 대신 바람을 목적지 방향으로 불게 만들어 플레이어를 목표 지점에 도달하게 만들었다. 바람을 불게 하지 않더라도 플레이어가 이상한 길로 접어들면 알아서 바람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영리한 설계는 여우나 황금새가 플레이어를 성장에 도움이 되는 특정 공간으로 이끄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바람이 목적지로 가게 한다면 여우나 황금새는 바람을 따라가는 플레이어를 방해한다. 목표했던 퀘스트를 하러 하다가도 쉽사리 옆길로 샌다. 황금새가 플레이어를 신사로 안내한다면 퀘스트는 잠시 잊어야 한다. 달리고, 밧줄 걸고, 암벽을 타는, <언차티드> 급 아크로바틱한 무빙을 펼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버리기 때문이다.
여우굴에서 기도를 많이 올리면 다른 게임의 룬 내지는 각인에 해당하는 '호부' 슬롯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치명타 확률이 증가한다거나, 체력 회복이 비교도 안 되게 빨라지는 등의 상급 호부를 많이 달면 그만큼 플레이에 유리하기 때문에 마냥 무시하고 지나갈 수는 없는 유혹이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는 자연 그 자체와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을 강조했다. 자연경관에서, 자연이 제시하는 루트에 따라서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플레이어가 성장을 거둔다.
PC(플레이어블 캐릭터) 사카이 진은 쓰시마의 수호자로 게임 내내 온갖 음해와 불명예, 부담스러운 칭송과 NPC의 요구에 시달린다. 그런 사카이 진에게 가장 든든한 조력자는 쓰시마라는 자연 공간 자체다. 자연은 결코 사카이 진을 배신하지 않는다. 게임에서 그가 피리를 불면 날씨까지 바뀔 정도. 쓰시마와 사카이 진은 거의 한 몸이다.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사카이 진이 쓰시마를 지키는 바람이라는 은유가 강렬해진다. 사카이 진은 농무가 낀 호수 위 바위에 앉아서 명상을 하거나, 체력 양을 늘려주는 온천에 몸을 담그거나, 말을 타고 억새가 가득한 초지를 달리는데, 그 모든 순간 바람은 시나브로 별다른 정보 없는 인터페이스에 스며든다.
여담으로 말과 사카이 진이 맺는 각별한 관계도 이야기할 만한데, 스포일러를 피하고자 하니 직접 게임을 하면서 확인해보길 바란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한번 특정 장소에 간 이력이 있다면, 빠른 이동을 지원하지만 탈것이라고는 오직 말 하나다. 그만큼 각별하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에는 유니콘 페가수스도 있고, 탈것은 아니지만 '이글아이'로 정찰도 할 수 있고, 나중에는 움직이는 배 위에도 탈 수 있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말은 언제든 상점에 가면 살 수 있고, 높은 곳에서 잘못 떨어지면 죽기도 하며, 장거리는 증기 기차로 이동할 수 있다. 반면에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말은 이동수단 이상이다.
모든 길은 짬뽕으로 통한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하다 보면 다른 게임들에서 참고했다 싶은 요소들이 많다. 사무라이의 길도, 망령의 길 모두 그렇다. 무사도와 암살 두 가지 방법 역시 엄밀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플레이하면서 정말 많은 게임들이 오버랩됐다. 지금까지 <언차티드>와 <어쌔신 크리드>, <레드 데드 리뎀션 2>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중 <어쌔신 크리드> 생각이 많이 난다. 아무래도 암살이 게임의 핵심 기믹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풀밭에, 지붕 위에, 그림자에 숨어서 적의 숨을 뚝딱 거둬가는 요소는 <어쌔신 크리드>와 비슷하다. 특수 아이템을 사용해 상대방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뭔가를 몰래 던져서 상대방을 한 방에 보내거나, 바닥을 기고 울타리 틈새로 몸을 숙여 들여가는 모습 모두 그렇다. <어쌔신 크리드: 쓰시마>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게임의 공간이 거점 단위로 기획되어 동료를 모으고 이들과 함께 우리 거점을 점차 늘여간다는 콘셉트는 <파크라이 3>다. 거점을 얻으면 그곳으로부터 각종 이득을 얻을 수 있고, 빠른 이동을 사용할 수 있다. 큰 거점을 얻으면 전장의 안개가 일부 걷히고,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확보한 거점이 많아질수록 동시에 게임의 난도도 점점 올라간다는 점도 비슷하다. 거점을 먹는 게 게임의 지상과제가 아닌 것도 마찬가지.
망령의 길(암살)이 <어쌔신 크리드>라면 사무라이의 길은 프롬 게임이 떠오른다. 쎈 놈들의 파훼법(주로 패턴)을 익히지 못했으면 둘 중 하나다. 죽어가면서 배우거나, 죽기 전까지 신나게 구르면서 "아 어떻게 하면 되지?"라고 머리도 같이 굴리거나. 사카이 진은 <다크 소울>의 스태미나에 해당하는 의지를 적당히 운용하면서 <세키로>처럼 패링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프롬 타이틀보다는 훨씬 쉽다. 일단 죽상을 하고 불상을 찾아가지 않아도 무한으로 세이브파일을 남길 수 있다. <세키로>에는 하단 베기에는 점프, 찌르기에는 간파, 잡기에는 회피 이런 식으로 타이밍을 맞춰 커맨드를 입력해야 한다면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상대방의 병종에 따라 자세를 설정하면 된다.
'타이밍 가위바위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이다. 거한이면 월검, 검을 든 상대면 암검 이런 식인데, 거한을 수검의 자세로 잡는 것도 가능하다. 엔드 콘텐츠 지점에 등장하는, 자세고 방어고 쓸모없이 상대를 끔살시키는 망령 모드는 확실히 압도적이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스토리라인은 사무라이의 길(무사도)와 망령의 길(암살)을 구별하지만 플레이 과정에서 이것이 엄밀하게 구별되지는 않는다. 일단 눈에 보이는 몽골군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족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관등성명을 밝힌 뒤, 유언장을 작성하고, "제가 지금 귀하의 배에 줄을 그어도 되겠습니까?"라고 상호 합의 하에 싸우는 무사도와는 거리가 멀다. 100% 순수 무사도만 고집해서는 게임을 좀처럼 클리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려와 달리, 전투 중 락온이 없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숙달을 통해 극복 가능한 영역. 미니멀리즘적 UI를 의도적으로 기획한 것이라면 동의할 수 있다. 이놈을 쳤다가 어쩔 수 없이 저놈을 쳐야만 하는 시퀀스를 의도하기 위해 일부러 락온을 배제했을 거라 추측한다.
동아시아 역사에서 쓰시마는 변경이면서 동시에 분쟁 지역이었다. 쓰시마는 지정학적으로 홀로 설 수 없었던 곳이고, 오랫동안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했던 곳이다. 조선 시대 쓰시마 도주가 막부의 다이묘면서 조선에 복종했던 역사가 있다. 쓰시마는 땅이 좁고, 비옥하지 않았기 때문에 쓰시마 사는 사람들은 교역을 하거나 노략질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고, 고려와 조선의 토벌대를 마주하기도 했으나 쓰시마의 역사는 어디까지나 일본사의 영향권 아래 두는 게 중론이다. 쓰시마는 여러 차례 분쟁에 시달렸고 13세기에는 원나라에게 섬의 주도권을 잠시 빼앗긴 적도 있다. 작은 섬 쓰시마가 크고 아름다운 오픈월드로 재탄생했듯 게임의 서사도 픽션인데, 실제 역사는 아래와 같다.
원나라는 30년의 전쟁을 거쳐 완전한 부마국이 된 고려와 함께 가마쿠라 막부를 침공한다. 1274년, 오늘날의 마산 일대에 해당하는 합포를 출발한 연합군은 이틀 만에 쓰시마 남단에 상륙한다. 이에 쓰시마에서는 300명의 무사를 코모다 해변으로 보내 일전을 겨루지만 완패하고 만다. 여몽연합군은 규슈에 이어 본토까지 들어가려 하지만, 갑작스러운 태풍을 만나 퇴각한다. 이 태풍(神風)이 바로 일본에서 신푸나 카미카제라고 불리는 그것의 시초다.
코에이가 정확히 이 시기를 배경으로 만든 전략 시뮬레이션 <징기스칸 4>에서도 랜덤하게 다른 문화권의 군대가 가마쿠라 막부에 쳐들어가려고 하면, 랜덤으로 '신풍'이 불어서 부대 자체가 몰살되는 이벤트가 발생한다. 실제 역사의 맥락을 알면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바람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코모다 해변의 일전에서 한 명의 사무라이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망령이 되어 몽골군(공식적으로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고려군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플레이어는 어렵지 않게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에게 복수하고, 쓰시마를 점령 상태에서 해방시킨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완벽한 대체 서사, 픽션을 구축한 셈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시종일관 잡는 폼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7인의 사무라이>나 <13인의 자객>처럼 정의로운 사무라이 대장이 못되먹은 빌런을 처치하기 위해 사람들을 규합하고 칼부림을 일으킨다는 설정은 똑같다. 그러나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사카이 진은 애초에 무사도 자체를 버린 인물이기에 애초에 사무라이가 아니다.
그가 규합하는 인물도 전부 무사들이 아닌 데다, 게임이 자기 세력의 규합을 서브 퀘스트의 위치에 놓고 있다. 첫 만남 정도가 메인이고, 나머지는 다 부수적이다. 만약에 사카이 진이 조력자를 돕지 않으면, 그들도 사카이 진을 돕지 않는 등의 제약을 뒀으면 어땠을까? 사카이 진과 숙부 시무라 사이의 충돌이 두드러지는 것을 빼면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대체로 "우리 쓰시마를 지킵시다" 모드다.
핵심 조력자 유나의 이야기 갈래와 자세히 밝힐 수 없는 최종 보스전에선 살짝 마음이 움직이지만, 나머지는 대체로 그렇지 않다. 켄지처럼 다짜고짜 그룹에 들어가는 케이스도 있어 비장미가 적정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는 느낌이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복수심과 실리 사이에서 흔들리는 초립단과 류조가 훨씬 더 강력한 선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한 농민이 식량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해서 플레이어로 하여금 다른 NPC를 죽이게 만든다는 서브 퀘스트 같은 게 있긴 하다. 이런 서브 퀘스트에서는 약간의 씁쓸함과 함께 '무사도란 무엇인가' 같은 생각을 해볼 수 있지만, 이야기의 큰 줄기는 '와패니즈가 본 사무라이'라는 느낌이다.
게임 안에 흑백 모드를 '구로사와'라고 부를 정도로 오마주를 했다고 하지만, 구로사와 아키라가 <7인의 사무라이>에서 보여준 고민 (무사의 시대에서 상인의 시대로의 이행) 같은 건 없다. 전투 역시 연출적으로 <란>의 스케일도, <라쇼몽>의 내밀함도 없다.
게임의 엔딩을 보니 한국은 왜 이런 이야기가 게임으로 탄생하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저들 말대로 '소드마스터' 척준경이라는 실존 인물을 가지고도 재밌는 이야기를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흔히 말하는 'AAA급 게임'으로 무사도를 미화할 수 있다면, 화랑도도 미화할 수 있지 않을까?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역사, 화랑이 사무라이나 닌자처럼 유명하지 않은 문화력의 갭, 업계의 사정 등 많은 현실적 조건이 스쳐 가지만,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if'를 멈추기엔 역부족이다. 이 단락은 군소리다.
일본의 무사가 해방전쟁의 기수가 되어 침략자를 몰아내기 위해 싸운다는 설정을 곱씹어보면 내심 씁쓸하다. 제국주의 일본은 상명하복, 죽음을 무릅쓰는 정신, 카미카제 같은 관념을 주워섬기고 야만의 침략자가 되지 않았나? 무사도를 버린 주인공이 사무라이 지원군에게 "정치 놀음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쓰시마를 구하자"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오니 다행이다.
마지막 뱀발.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고려군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 흔적은 등장한다. 게임에서 화차는 꽤 비중 있게 등장한다. 화차는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강력한 화기. 중간에 이 화차를 뺏어서 몽골군 함선을 궤멸시키는 퀘스트도 등장한다. 화기와 수레가 붙어있는, <문명>에서 본 것 같은, 원보단 고려가 쓸 법한 그런 화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