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에 있어 '주차'는 매우 중요합니다. 전/후방 카메라가 있어 과거에 비해 수월해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마스터 하기에는 힘든 스킬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BIC 선정작으로 만난 <You Suck at Parking>은 제목부터 대놓고 유저의 주차가 서툴다고 말합니다. 제목이나 겉만 봐서는 단순한 주차 게임 같은데... 뭔가 주차 실력을 자극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You Suck at Parking>은 실제 운전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은 아닙니다. 가벼운 캐주얼 게임이죠. 유저는 목적 지점에 주차만 하면 됩니다. 꽤 쉽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까지는요. 벨기에 인디게임사 해피 볼케이노의 <You Suck at Parking>를 만나봅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게임을 시작하면 산뜻한 기타 음악의 메인 화면이 유저를 반깁니다. 푸른 초원 위에 놓인 게임명. 역시 가벼운 캐주얼 게임 같습니다. 자동차 커스터마이징, 레벨 에디터 등 부가 콘텐츠도 있네요. 생각보다 갖춘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내 수 많은 자동차가 로고를 향해 사방에서 들이받는 연출이 나옵니다. 잠시 다른 것을 하느라 메인 화면을 방치하다가 다시 와서 보니 음...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합니다. 아무튼 게임을 시작해봅니다.
<You Suck at Parking>은 카툰 렌더링 기반 3D 맵에서 플레이가 이루어집니다. 시작을 하면 입체적으로 구성된 맵에 한 대의 자동차가 놓입니다. 유저는 이것으로 게임 내 맵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습니다.
자동차 조작은 W,A,S,D로 할 수 있습니다. 별도 엑셀레이터나 브레이크 키가 없어 한 손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합니다. 다만 후진이 없고 D키는 브레이크만 담당합니다.
게임의 무대는 풀과 나무로 뒤덮인 여러 모양을 가진 섬입니다. 곳곳에 농장이나 등대도 보이고, 제법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분위기입니다. 맵의 지형이 다양해 조작을 익히는 데도 도움되고, 나름의 곡예주행도 부려볼 수 있습니다.
전방 주행 시 W를 계속 누르고 있으면 가속이 붙는데, 생각보다 W키 반응도가 높아 살짝만 눌러도 나가기 때문에 까다롭다는 생각도 듭니다. 맵을 다니다가 절벽에 떨어지거나 무언가에 막혀 이동할 수 없을 때는 '리타이어(R키)'를 누르면 이전 위치로 빠르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게임의 목적인 '주차'는 어디서 할 수 있을까요? 바로 맵 곳곳에 보이는 'P'라고 쓰인 정사각형 모양의 공간(스테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공간 위로 이동해 엔터를 누르면 저마다 구성된 미니 게임 형태의 다양한 주차 게임이 등장하고 이중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You Suck at Parking>의 본격적인 시작은 이제부터입니다.
각 스테이지는 저마다 설정된 개수의 미니 게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모든 미니 게임은 초반에는 쉽지만 점점 어려워지는 형태로 난이도가 구성되어 있고요.
맵에 여러 스테이지가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가서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스테이지를 개방하기 위해서는 각 스테이지 마다 요구되는 파란색 하트 스티커 개수를 충족시켜야 하거든요.
스테이지 마다 하트 스티커를 꾸준히 모으면 자연스럽게 다음 스테이지를 개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스테이지를 개방하기 전까지는 선형적인 구조를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스테이지를 개방한 뒤에는 자유롭게 방문해 즐길 수 있습니다.
미니 게임을 클리어 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여러 개의 주차 공간에 자동차를 모두 주차시키면 됩니다. 미니 게임마다 최대 3개까지 주차 공간이 있고 여러 차례를 반복하며 시간 내 모든 주차 공간에 차를 세워놓으면 됩니다.
초반 스테이지에는 주차를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코스도 간단하고 방해를 하는 변수도 없거든요. 그러나 중반 부터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방해 요소가 정말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난이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제법 다양합니다. 맵의 종류는 당연하고 장애물, 그리고 주차를 방해하는 다른 자동차도 수도 없이 등장합니다.
The Windmills 스테이지의 두 번째 미니 게임 'Crowded house'가 기억에 남는데, 이 곳은 총 세 곳의 주차 공간에 차를 놓아야 합니다. 하지만 호락호락하게 주차를 하도록 놔두질 않습니다. 양 옆에서 날아(?) 드는 자동차들(자동차가 아닌 것도 나옵니다), 그리고 닿으면 폭발하는 무시무시한 펜스, 미끄러지는 기름 웅덩이까지 온갖 요소가 방해합니다.
게임을 거듭할 수록 변수는 점점 늘어납니다. 자기작으로 자동차를 끌어당기는 거대한 자석부터 거센 바람을 부는 강풍기, 그리고 지뢰까지 점점 다양해지죠.
다른 건 모르겠는데 사방에 다니는 자동차들은 '가장 강력한' 스트레스 요소입니다. 정말 끝도 없이 실시간으로 도로를 질주하거든요. 꼭 유저의 자동차가 가야 하는 필수 경로로 이동하기 때문에 퍼펙트 클리어를 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멈추면 무조건 정차한 것으로 간주해 정차하지 않도록 움직여줘야 합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연료도 소모돼 마냥 천천히 다닐 수도 없습니다. 후진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것이죠.
지뢰를 잘 피해서 갔다 하더라도 옆의 자동차가 밟아 함께 폭발하기도 해 '운전은 나만 잘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맵에 자동차 더미 쌓여 체감 난이도도 점점 올라갑니다.
제한 시간 내 하트 스티커를 모두 모으면 'You rock at parking' 이라며 그제서야 주차를 잘 한다고 인정 해줍니다. 만약 스테이지 내 모든 미니 게임을 완벽하게 클리어 했다면 보상으로 여러 외형의 자동차도 줍니다.
개별 성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획득한 자동차는 커스터마이징 메뉴에서 도색부터 스티커, 부착물 등 제법 다양하게 외형을 꾸밀 수 있습니다. 획득한 자동차는 차고에서 확인할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레벨 에디터 기능은 꽤 괜찮아 보입니다. 미니 게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발하고 어려운 자신만의 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BIC 2021에 선보인 버전이 알파 버전이어서 알 수는 없지만, 여러 유저가 제작한 맵을 서로 공유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앞서 얘기한 미니 게임은 기본적으로 제한 시간 내 클리어하는 것이 목표이긴 하지만 클리어 시간을 두고 글로벌 유저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모두 클리어를 할 수 있느냐가 먼저인 것 같긴 합니다만, 아무튼 나름 경쟁 요소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알파 버전이어서 많은 것을 가늠할 수 없지만 <You Suck at Parking>은 '주차'라는 요소를 활용해 단순한 듯 하면서도 제법 코어한 난이도로 만들어냈습니다.
이후 버전을 거듭할수록 어떻게 살을 붙일 지는 봐야 하겠지만, 맵이나 스테이지, 자동차 종류 등 현 구성에서 양적인 부분으로 늘려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차가 목적인 게임인 만큼 레이싱이나 기타 콘텐츠를 기대하긴 어렵겠죠.
스팀 공식 FAQ를 보면 출시 후 100개 이상의 미니 게임이 제공된다고 하니 지루해 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출시 후 수개월 내 업데이트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You Suck at Parking>은 오는 2022년 PC와 콘솔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나와주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