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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사진과 착시 그리고 허상... 당신은 현실 속에 살고 있습니까? '뷰파인더'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공간 퍼즐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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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3-07-25 18:46:28
현실과 완벽하게 똑같은 가상 세계가 있다면 그것을 현실과 구별할 수 있을까? 장자의 호접몽, 영화 <매트릭스>, 시뮬레이션 우주론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허상일지 모르다는 이야기는 언제나 상상력을 자극한다.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착시 현상으로  현실을 재구축하는 퍼즐 게임 <뷰파인더> 또한 이런 가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수퍼리미널>, <포탈>와 유사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해서 <뷰파인더>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퍼즐을 구현했고, 출시 일주일 만에 1,379개 스팀 리뷰 중 92%의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 <뷰파인더>의 매력은 무엇이었는지,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봤다.

 


  

게임명: <뷰파인더>

장르: 퍼즐 플랫폼, 어드벤처

출시일 및 플랫폼: 2023년 7월 18일/ PS5, PC(스팀)

정가: 27,000원(스팀 정가)

개발사/ 배급사: 새드 아울 스튜디오/ 썬더풀 퍼블리싱

한국어 지원:


# 사진으로 현실을 비틀기


<뷰파인더>의 퍼즐 구성은 사진을 현실의 시야에 겹쳐 새로운 공간을 찍어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사진을 현실에 찍어내면 사진이 가린 시야는 새로운 입체 공간으로 대체된다. 현실에 있던 벽을 치우고 사진 속 공간을 불러내거나, 사진 속 건물의 벽을 가로로 눕혀 다리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해법이 등장한다. 순간이동기를 작동시켜 다음 스테이지, 다음 역으로 넘어가며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순간이동기는 발판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작동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필요한 양만큼 배터리를 채우거나, 레버 또는 센서를 조작해 전기가 흐르게 해야 움직이는 것들도 있다. 사진이나 그림을 복사해주는 복사기, 사진으로 구현한 현실을 다시 사진으로 찍는 방식 등을 활용해 배터리를 늘리기도 하고, 사진이나 그림 속 공간의 미로를 살펴보기도 한다. 말 그대로 공간을 끊임없이 찍어내고 뒤집는 게임이다.

  

사진을 활용해 공간 퍼즐을 푸는 게임이다.
사진을 현실에 찍어내는 것으로 공간을 왜곡한다.

수평 이동 외에도 위아래로 이동해야 하는 구간도 많다.
색이 다른 배터리는 사진 속 공간에서 가져온 것이다.

# 당신은 속지 않을 수 있을까?

 

사진을 활용하는 퍼즐에 익숙해질 때, 플레이어의 앞에 나타나는 것은 가까이 가보기 전까진 알기 어려운 착시 현상들이다. 분절된 그림을 정확하게 겹쳐서 바라봤을 때 새로운 공간이 열리거나, 길처럼 보이게 그려진 벽, 벽이라고 생각해서 지나쳤는데 입구인 상황이 펼쳐진다. 배터리를 찾고 있을 때, 배터리가 그려진 기둥이 미끼로 등장하는 등 플레이어의 스텝에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트릭이 다수 등장했다.


사진의 활용법도 점점 깊이를 더해간다. 처음에는 필드 곳곳에서 사진을 습득해 활용하지만,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입수한 이후에는 사진의 각도, 거리 등을 고려해 자유롭게 찍게 된다. 게임의 중반부 이후에는 바이올렛 감염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감염된 물체는 사진에 찍히지 않고, 사진으로 새로운 현실을 덮어내도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한다. 

사진에 반응하지 않는 감염체들 때문에 제약이 생기면서, 배터리 대신 순간이동기와 회로 전체를 옮기는 등 게임 전반부의 해법을 뒤집는 퍼즐이 흥미를 유발한다.

  

계단인 줄 알았는데
그림이었다.

왜곡된 공간들이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준다.

# 사진으로 현실을 재구축한다면, 나를 옮길 수도 있을까?

  

바이올렛 감염체로 가로막힌 벽들이 등장하면 플레이어의 움직임에도 제약이 생기는데, 이때 삼각대 위에 설치된 타이머 카메라가 등장한다. 타이머 카메라에 플레이어 자신을 찍으면 검은 그림자처럼 사진에 형체가 남는데, 이 사진을 현실에 얹으면 그 지점으로 이동하게 된다. 


타이머 카메라는 삼각대 위에 있기 때문에 찍는 각도가 고정되어 있다. 허공을 찍는 카메라 앞에선 타이밍에 맞춰 화각 안에 플레이어가 ​들어갈 수 있게 뛰어내려야 한다. 순간이동기의 무게 센서를 작동시키기 위해 수박을 복사해야 하는 스테이지에서는, 카메라 화각에 기울어진 구조물이 있어 아무리 재빠르게 움직여도 수박이 굴러가는데, 이를 위해 사진을 수박에 반만 걸쳐서 재구축해, 수박을 반으로 자르고 복사하는 트릭도 등장한다. 

 

타이머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플레이어 자신을 찍을 수 있게 된다.

스스로를 찍은 사진을 활용하면 감염체로 막힌 벽 너머로 넘어갈 수 있다.

  

<뷰파인더>는 퍼즐 게임이지만 정적이지 않다. 타이머 카메라 외에도 다양한 기믹들이 빠른 속도와 정확한 타이밍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화각 안이나 덧씌운 현실 안에서 회로가 잘리면 순간이동기는 작동하지 않는데, 회로 중간에 축전기가 있는 경우 전원이 끊긴 후에도 몇 초를 버틸 수 있다.


또한 필터로 만들어진 문을 지나가면 그 필터와 동일한 색상으로 세상이 변하는데, 이때 동일한 색상의 격자는 통과하고, 다른 색상의 격자에는 이동이 막힌다. 색상 격자는 장애물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떨어진 공간을 이어주는 다리로도 활용됐다. 한 번에 4개 이상의 필터가 등장해 축전기의 전기가 소진되기 전까지 여러 개의 문을 넘어가는 까다로운 스테이지도 있었다.

  

픽셀, 실사, 흑백, 적록황 등 다양한 필터의 문이 등장한다.

왼쪽은 실사 격자, 오른쪽은 흑백 격자. 필터를 넘나들며 플레이하는 스테이지들도 신선했다.

축전기의 제한 시간 전까지 통과하기 위해 미리 문과 격자를 정렬했던 스테이지

# 이 모든 것은 시뮬레이션?

  

<뷰파인더>는 게임 초반부터 이 공간이 현실이 아님을 드러내고 시작한다. 사진으로 공간을 여러 차례 재구축하던 도중 오류가 발생해 현실로 돌아가는 연출이 등장하고, 대사와 텍스트로도 여러 차례 가상 공간에 대해 언급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체셔캣을 오마주한 고양이 CAIT가 말을 거는 과정에서도 현실과 허상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조형물이 가득한 가상의 공간과 달리, 현실 속 세계는 시뮬레이션 룸을 둘러싼 어두운 기계들과, 지구인지 화성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흙먼지가 가득한 삭막한 도시다. 세계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세계 안에서 여러 테스트를 거치던 중이었다. 

  

게임의 초반부에서 시뮬레이션에 오류가 발생한다.
플레이어가 진짜 세계라고 믿던 공간은 가상의 공간이었다.

현실은 황폐화된 도시
인공지능 고양이 CAIT을 따라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다만,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는 설정은 인물의 대사, 스테이지 곳곳에서 발견되는 메모와 음성 자료에서 파편화된 형태로 등장했고, 큰 맥락을 이어주는 스토리 라인은 다소 아쉬웠다. 스테이지의 배치 또한 소재 활용과 난이도 구성, 흥미 유발의 측면에서는 성공적인 설계를 보여줬으나, 게임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이 다소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퍼리미널>, <포탈>과는 다른 색다른 퍼즐 구성, 스피디한 전개, 독특한 아트 디자인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요소들에서도, 그림 속 세상에 숨겨진 각종 상호작용이나 사진기의 필터를 바꿔 시각적인 재미를 주는 등 디테일이 돋보였다. 만약 당신이 신선한 퍼즐 게임을 찾고 있다면 <뷰파인더>의 세계를 탐험해보길 추천한다.

  

아름답지만 정신없는 시뮬레이션 세계 안에서

당신은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퍼즐의 재미와 시각적인 만족감만큼은 확실했던 <뷰파인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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