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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30년 넘게 이어진 의지, '로맨싱 사가 2 리벤지 오브 더 세븐'

옛 것은 살리고, 새 것은 더하고…30년 전 게임의 현대적 재해석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한지훈(퀴온) 2024-10-23 20:00:05
90년대를 대표하는 명작 RPG로 손꼽히는 작품 <로맨싱 사가 2>가 다시 돌아온다. 2016년 리마스터에 이어 리메이크까지, 한 번도 힘든 게임 출시를 무려 세 번이나 반복한 작품이다.

여기에는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체 얼마나 특별한 게임이기에 30년 넘는 시간 동안 팬들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일까, 호기심이 일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90년대생인 기자는 원작이 어떤 게임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기자는 오는 24일 출시되는 신작 <로맨싱 사가 2 리벤지 오브 더 세븐>(이하 로맨싱 사가 2)를 사전에 체험할 기회를 얻어 게임을 직접 플레이했다. “JRPG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기자의 선입견이 완전히 틀렸음을 깨닫게 할 정도로 게임은 독특하고 또 새로웠다.


게임명: 로맨싱 사가 2 리벤지 오브 더 세븐 (Romancing SaGa 2: Revenge of the Seven)

장르: JRPG

플랫폼: PC / PS / Nintendo Switch

개발사 / 배급사: 스퀘어 에닉스

판매가: 59,800원

한국어 지원 여부: 정식 한국어화


# 더 친절하고 세련되어진 전투

<로맨싱 사가 2>의 전투는 캐릭터의 속도 스탯에 따라 공격 순서가 달라지는 카운트 배틀 시스템을 채용했다. 아군 턴과 적군 턴이 번갈아가며 진행됐던 원작과는 다른 점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번뜩임’ 시스템이었다. 전투를 하다 보면 기술명 옆에 전구 표시가 나올 때가 있는데, 이때 해당 기술을 사용하면 확률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추가된다. 반대로 상대에게 공격받을 때도 상대의 기술을 눈치채고 회피하는 ‘간파’ 시스템도 있다. 이 같은 요소들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득템의 재미’에 버금가는 쾌감을 느끼게 해 반복되는 전투를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전구 표시가 붙은 기술을 사용하면 확률적으로 해당 무기의 신규 기술을 얻을 수 있다.

번뜩임으로 얻은 기술은 해당 턴에 바로 사용된다. 강력한 기술을 얻었을 때의 쾌감이 상당하다.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적은 고유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 약점인 무기 또는 속성으로 공격하면 적은 더 큰 피해를 입는데, 그 수치가 유의미하게 차이가 난다.

그런데 게임에서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는 다양하고, 같은 계열의 몬스터도 사소한 차이로 약점이 달라진다. 그렇기에 전투 과정에선 처음 만난 적의 약점을 찾기 위해 여러 무기와 술법을 활용해 적을 공격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꼭 물음표 뒤에 숨겨진 정답을 찾는 퍼즐 게임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공격 시 누적되는 오버드라이브 게이지가 가득 찼을 때 사용 가능한 ‘연계’ 시스템도 원작에 없는 <로맨싱 사가 2>만의 특징이다. 연계 시스템은 발동 시 각 기술의 위력이 대폭 상승하는 점을 활용해 상대 약점에 맞는 기술을 조합하여 최대한의 피해를 끌어내는 전략적인 전투를 가능케 했다.

플레이어가 일일히 약점을 기억해야 했던 원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 약점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표시된다.


연계 공격은 두 캐릭터의 기술이 무작위로 합쳐진다. 가끔 이렇게 이상한 이름이 나오기도 한다.


# ”인간의 삶은 유한하지만, 그 의지는 이어진다”

<로맨싱 사가 2>는 “주인공은 용사”라는 JRPG의 클리셰를 교묘하게 비튼다. 게임의 초반부에선 바렌 제국의 황제 ‘레온’과 그의 아들 ‘제라르’가 용사 포지션을 맡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황제’라는 직위 그 자체다. 황제로 즉위한 캐릭터가 해당 에피소드의 주인공 역할을 맡는 것이다.

황제의 자리에 오른 캐릭터는 이전 황제의 의지를 ‘계승’한다. 이전 황제가 얻은 아이템은 그대로 남아 있고, 그의 기술도 전승되어 언제든 다시 배울 수 있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지만 그 의지는 이어진다”, 게임의 정체성과 메시지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지점이었다.

선대 황제 레온의 힘을 이어 받은 제라르.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어떤 클래스가 차기 황제로 등극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플레이가 달라지는 점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황제는 전투의 중심 역할을 맡는 만큼 이를 보좌할 수 있는 클래스로 파티를 구성하게 된다. 또한 특정 클래스로 얻은 기술과 진형은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여러 클래스를 황제로 선택할수록 이후 게임 플레이는 더욱 다채로워진다. 

클래스는 플레이어가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해금되는데, 일부 클래스는 스토리 중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해금 여부가 결정된다. 이를테면 백성을 보듬는 성군의 자세로 위기에 처한 인물을 도우면 해당 클래스가 조력자로 합류하는 방식이다. 만약 여기서 그를 돕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는 대신 해당 클래스를 게임에서 볼 일이 없어진다. 이렇듯 플레이어의 선택은 게임의 서사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신의 황제를 선택하세요!

황제로 선택된 캐릭터를 제외한 다른 파티원은 술집에서 언제든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다.

<로맨싱 사가 2>는 스토리 측면에서도 반전을 선사한다. 게임의 오프닝 시네마틱 영상만 보면 소위 ‘왕도적인’ 전개를 예상하게 된다. 난세의 시기, 주인공이 전설의 ‘칠영웅’과 힘을 합쳐 세상을 구한다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이미 게임 설명에서도 언급됐듯 전설 속 칠영웅은 선역이 아니다. 오히려 제국, 더 나아가 인류 전체의 위기를 초래한 악역에 가깝다. 오프닝 시네마틱의 내용과 정반대되는 이야기가 게임 초반부터 펼쳐지니 자연스럽게 이후 전개에 기대와 관심을 갖게 된다. 

오프닝 시네마틱까지만 해도 칠영웅이 악역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서사의 중심 갈등은 바렌 제국을 수복하려는 황제 세력과 이들을 위협하는 칠영웅의 대립이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크게 체감되지 않지만, 사실 이들의 대립이 수 세대에 걸쳐 몇백 년, 혹은 몇천 년간 이어진다는 설정은 지금까지도 그 여운이 남을 정도로 훌륭하게 느껴졌다.

이 외에 수집 요소 같은 서브 콘텐츠도 분량이 상당하다. 풀 3D로 업그레이드된 게임 속 세계에는 각종 이야기와 보물들이 가득하다. 마을과 던전 구석구석에 보물 상자가 숨겨져 있고, 칠영웅의 사연을 확인할 수 있는 ‘칠영웅의 기억’과 <사가> 시리즈를 상징하는 캐릭터 ‘선생님’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역시 원작에선 볼 수 없는 이번 작품만의 새로운 경험이다.

마을 곳곳에 숨어있는 '선생님'. 많이 찾으면 게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다.

이렇게 빛나는 표시 끝에는 모든 사건의 내막을 알 수 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 원작과 같지만 또 다른, <로맨싱 사가 2>의 새로운 경험

게임 속 인물들의 의지가 세대를 넘어 이어지듯, <로맨싱 사가 2>는 원작의 개성과 특징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특히 타이틀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계승 시스템이 1993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31년 전 게임에서 먼저 등장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원작이 왜 명작으로 평가받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었다.

지난 리마스터 버전은 원작의 불친절함과 높은 난이도 등 지금 보면 낡았다고 느껴지는 요소까지 그대로 이식해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일까, 이번 작품에서는 새로운 그래픽과 최신화된 시스템으로 최신 트렌드에 맞는 세련된 모습을 선보이려는 개발진의 노고가 돋보였다.

다행히 이들의 노고는 헛되지 않은 듯하다. <로맨싱 사가 2>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원작을 접한 이들과 접하지 않은 이들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보이는 훌륭한 리마스터의 선례로 남을 것이라 기대한다.


풀 3D로 구현된 도시의 정경은 제법 아름답다. 감상하다가 스크린샷 찍는 것을 잊을 정도로.